2주 동안 두번(?) 결혼했습니다

조회수 2020. 2. 20. 11: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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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도 너 답다" 이상가(理想家) 부부의 특별한 결혼식

"가족과 한번, 친구들과도 한번"


강학임(여·36) 씨와 하동현(남·33) 씨는 두 번의 결혼식을 치렀습니다. 오해는 마세요! 한번은 가족식, 한번은 결혼파티로 진행됐습니다. 둘은 2017년 8월에 결혼해 지금은 13개월 된 아들을 키우고 있습니다. 부부의 두 번 결혼식 이야기, 썸랩이 학임 씨에게 직접 들어봤습니다.

Q : 두 분은 어떻게 두 번의 결혼식을 기획하게 됐나요?


A : 남편과 저는 따뜻하고 재밌으면서 편안한 분위기에서 결혼식을 올렸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몇 백 명의 사람들이 누가 왔는지도 모르게 우르르 왔다가 허겁지겁 밥만 먹고 정신없이 끝나는 보통 결혼식은 하기 싫었어요. 그래서 가족들과 함께 하는 ‘가족식’과 친구·지인들과 함께하는 ‘결혼파티’를 따로 진행하기로 계획했어요.

Q : 먼저, 온 가족이 함께한 가족식은 어떠셨나요?


A : 첫 번째 결혼식은 ‘직계가족+가까운 친척들’만 초청한 가족식이었어요. 가족식은 일반 결혼식과 크게 다를 게 없는데요, 차이점이 있다면.. 신부 대기실이 없다는 정도? 따로 친구가 찾아와 사진을 남기거나 하지 않아 결혼식 전에 야외에서 사진을 많이 찍을 수 있었어요. 결혼식 진행도 주례 없이 각자 부모님께 편지를 써와서 낭독했답니다.

Q : 두 번째 결혼식인 결혼 파티는 어떻게 진행됐나요?


A : 지인 커플이 본인들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결혼파티를 여는 것을 보게 됐어요. 그때 ‘바로 이거다!’ 싶어서 저희 결혼식도 카페에서 파티형태로 진행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망설임 없이 그 카페에서 하겠다고 미리 약속까지 잡아 진행하게 됐죠. 결혼파티는 가족식보다 더 형식 없이 자유롭게 진행됐어요. 초대한 친구들에게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아무 때나 편한 시간에 편한 차림으로 와달라고 했어요. 카페 앞 식당에서 식사를 제공했고 다과와 음료 등 다른 먹거리들을 직접 준비해 테이블에 세팅해서 마치 홈 파티 분위기로 진행했습니다. 

결혼 파티로 진행한 두 번째 결혼식

"어릴 때도 독특하더니 결혼식도 너답다"

 

Q : 다른 특징을 가진 결혼식인 만큼 추억도 다를 것 같은데요. 각 식마다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요?

A : 가족식을 진행할 때, 남자 조카들에게 화동을 부탁했어요. 그런데 별로 내켜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비눗방울 총을 쏘면서 걸어볼래?”하고 유혹하니 흔쾌히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어린 남자아이 둘이 손잡고 비눗방울을 쏘면서 입장하니 양가에 웃음꽃이 가득 폈어요. 그렇게 밝게 시작했데.. 남편이 부모님께 써온 편지를 읽으면서 울음보가 터지고 말았네요. 남편은 편지를 읽는 내내 한 문장 읽고 울고 한 문장 읽고 울고.. 이어 어머님도 울고 아버님도 울고 시댁이 눈물바다가 됐어요. ㅠㅜ 부케를 던지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쉬워요. 긴장을 한 탓인지 생각을 못했었네요.

친구들과 함께한 결혼 파티에서는 다들 ‘이런 결혼식이 있네?’ ‘나도 이런 결혼식 해볼까?’하며 신기해하고 재밌어 했어요. 그만큼 다양하고 특별한 것을 준비를 많이 했었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을 만 한건.. 친구들이 들어올 때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주고 나눠줬어요. 보통 결혼식 사진은 결혼 당사자들만 갖게 되잖아요. 그게 아쉬워서 참석한 사람들에게도 추억을 남기고 기록해주고 싶은 마음에 계획한 이벤트였죠. 격하게 거절하는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ㅎㅎ 다들 즐거워하며 사진을 찍었던 것 같아요.

Q : 청첩장을 직접 제작하셨다고 들었어요.


A : 네 맞아요! 제가 핸드메이드 액세서리 디자이너로 10년 정도 일을 해서 일러스트를 다룰 줄 알거든요. 저희 집 주변에서 직접 찍은 사진을 넣고 안쪽 면에는 참석하는 친구들이 저희 부부에게 축하 메세지를 적을 수 있도록 공간을 비워뒀답니다. 그 때문인지 결혼 파티에 오시는 분들마다 은근히 압박을 받았다고 하네요 ^^;; 뭐라고 적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나봐요. 기억에 남는 축하 메시지로는 “넌 내가 아는 여자 중에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용감한 여자야 앞으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잘 해나갈 거라 믿는다” “어릴 때도 독특하더니, 결혼식도 너답다!” 등이 있네요. 

지리산 둘레길에서 "너는 결혼해야 되지 않아?" 

'나 같은 이상가가 여기 또 있구나' 결혼 결심 


Q : 두분의 러브스토리를 빼놓을 수 없겠죠?


A : 남편과 저는 호주 맬버른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그곳에 있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합창 모임에서 처음 만나게 됐어요. 저는 워킹 홀리데이로 호주에 왔고 남편은 유학중이었습니다. 거기선 어쩌다 한 번씩 다른 친구들과 함께 만나는 정도의 사이였어요. 제가 한국으로 돌아와 홍대에 액세서리 편집숍을 운영할 때 남편도 유학 생활을 접고 한국에 돌아왔어요. 

남편은 제가 홍대에서 가게를 하는 것을 알고 있어서 홍대 쪽에 일이 있어 왔다며 잠깐 얼굴이나 보자고 연락을 하더라고요. 오랜만에, 그것도 한국에서 보니 얼마나 반가웠는지 몰라요. 카페에서 이런저런 수다를 떨고 자연스레 연락을 주고 받게 됐어요. 처음엔 아무 감정이 없어서 아주 솔직하게 제 자신을 드러내고 과거 얘기도 서슴지 않고 했는데..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남편 말로는 제가 ‘연하는 싫다’면서 벽을 쳤데요.. ㅎㅎ사실은 그런 생각조차 없을 정도로 아무 감정이 없었네요.

Q : 그런데 결혼까지 하시게 됐네요ㅎㅎ. 남편분이 어떻게 청혼했나요?


A : 서로 편하게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나와 잘 맞는 사람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렇게 사귀다가 지리산 둘레길로 여행을 떠났어요. 지리산 자락을 걷고 또 걸으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던 중, 남편이 불쑥 “결혼해야 되지 않아?”라고 말하더라고요.


아니, ‘우리 결혼하자’도 아니고 ‘너는 결혼해야 되지 않아?’라니요.. ㅎㅎ 제가 남편보다 3살이 많으니 뭔가 걱정이 됐나 봐요. 사실 저는 오히려 연하 남자친구가 결혼 때문에 부담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던 상태였거든요.


그 뒤 우리는 진지하게 어떤 결혼을 하고 싶은지, 어떤 가정을 꾸리고 싶은지, 꿈은 무엇인지 대화를 나웠어요. ‘꿈이 뭐야?’라는 질문은 좀 엉뚱하다 싶은 저의 단골 질문이었는데, 남편이 오히려 제게 그 질문을 던지더라고요. 먼저 꿈을 물어보는 사람을 만나니 ‘나 같은 이상가가 여기 또 있구나’ 싶었어요. 그때 이 사람과 결혼해도 되겠다 싶었지요.

Q : 마지막으로 남편에게 하고 싶은 말은요?


A : 남편, 항상 애써주고 있다는 것 잘 알고 있고 고마워. 집안일 많이 해줘서 땡큐! 앞으로도 쭈욱! 부탁해! 사랑스러운 아들과 지금처럼 건강하고 즐겁게 살아가자. 우리의 작은 꿈들을 계속 써내려가자. 그리고 하나씩 지워나가자! 여보~ 아들~ 사랑해! :)


사진 = 강학임 씨 제공(블로그)

썸랩 임정환 에디터, 정리 오병훈 인턴 에티터

sum-l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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