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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피부색을 가진 첼시 리의 외모는 영락없는 외국선수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친할머니가 한국인인 혼혈선수입니다. WKBL에서는 부모, 또는 조부모가 한국 국적을 갖고 있을 경우 해외동포선수로 인정해 뛸 수 있는 자격을 주고 있는데요.
이번 시즌 하나은행이 영입한 첼시 리는 외국선수 못지않은 파괴력으로 리그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25일 현재 경기당 16득점(4위) 11.29리바운드(1위) 1.57블록슛(2위)에 공헌도에서는 전체 3위에 올라 있죠.
국내선수가 이처럼 득점, 리바운드, 블록슛 등 여러 부문에서 상위에 랭크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한 예로 외국선수 제도가 부활한 2012-2013시즌부터 리바운드 부문에선 모두 외국선수가 1위를 차지해 왔습니다. 리는 이러한 활약을 인정받아 외국선수들을 제치고 1라운드 MVP에도 선정이 됐습니다.
지금까지 여자농구는 많은 혼혈선수들이 등장을 했습니다. 미녀 가드로 불린 마리아 브라운을 시작으로, 김한별, 김소니아 등이 WKBL에서 뛰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첼시 리와 같은 위력을 보이진 못 했습니다. 그만큼 첼시 리는 WKBL에 메가톤급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지요.
리의 기량은 외국선수 못지않습니다. 189cm, 100kg에 육박하는 건장한 체구를 앞세워 골밑을 장악합니다. 리의 존재 덕에 하나은행은 외국선수가 둘이 뛰는 효과를 누리고 있습니다. 상대 입장에서는 수비하기가 여간 곤란하지 않을 수 없죠.
첼시 리는 4살 때 입양이 돼 양부모님 밑에서 자랐다고 합니다. 19살이 될 때까지는 자신이 입양됐다는 사실을 몰랐고, 입양 사실을 알게 된 후에는 방황도 했다고 하는군요.
"입양됐다는 사실을 알고 화도 나고 가족들이랑 사이도 안 좋았어요"
"하지만 나를 지금까지 키워주신 건 어머니라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죠. 어머니는 이혼 후 저희 7남매를 홀로 키우셨어요. 저는 어머니를 영웅이라고 생각해요"
리는 너무 어릴 적에 입양된 탓에 친부모와 조부모에 대한 기억이 없다고 합니다. 그녀의 친부모님 모두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하네요. 리는 친부모에 대한 질문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많은 해외동포 선수들이 한국 적응에 애를 먹습니다. 문화도 다른데다 한국은 훈련양이 많고, 숙소생활을 하기 때문인데요. 리는 다른 환경에서도 비교적 잘 적응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박종천 감독은 “리가 적응력이 좋습니다. 한국음식도 잘 먹고, 매일 30분씩 한글공부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합니다.
리는 질문 하나하나에 성심성의껏 대답했습니다. 감정표현도 솔직했습니다. 그리고 얘기를 할 때 깊이 생각하고 답변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갑작스레 오후 훈련이 취소됐다는 얘기를 듣고 춤을 추는 모습을 보고 흥이 많은 선수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리의 취미는 쇼핑이라고 하네요. 인터넷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는 샤데 휴스턴과도 성향이 잘 맞는다고 합니다.
"전 쇼핑을 좋아해요. 옷을 좋아하죠. 만약에 농구를 하지 않았다면 쇼핑몰 일을 했을 것 같아요. 누군가 옷이 필요하다고 하면 같이 가서 여러 옷을 둘러보는 걸 좋아해요" 사복을 입은 리의 모습을 보니 패션 센스도 뛰어난 것 같군요.
리는 매우 터프한 스타일의 농구를 합니다. 그러한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 "오빠들이랑 같이 놀다보니 이렇게 됐어요. 어릴 때 오빠들이랑 같이 농구를 하면 막 때리고, 공격적으로 했거든요. 온 몸에 상처투성이가 된 제 모습을 보고 어머니가 똑같이 갚아주라고 하셨죠. 그 이후로 저도 강한 근성으로 경기에 임하게 됐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리는 농구를 할 때 공격보다 수비와 궂은일에 더 관심이 많다고 합니다. "매 경기 세운 목표가 있어요. 공격보다 수비를 더 열심히 하고, 리바운드를 10개 이상 잡는 것이죠"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리의 활약이 더해지면서 팬들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그녀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여자농구에 리가 국가대표로서 뛴다면 아시아 최강에 오르는 것도 꿈이 아닐 것입니다. 한국농구의 미래로 불리는 박지수와 매우 좋은 호흡을 보일 수 있겠죠.
국가대표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요? "물론 국가대표로 뛴다면 매우 영광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기회가 온다면 국가대표로 뛰고 싶어요. 정선민 코치님이 떠나고 나서 여자농구 인사이드가 약해졌다고 들었습니다. 그 부분을 메울 수 있다면 대단한 영광이죠. 하지만 지금은 저희 팀 성적만 생각하고 있어요. 일단 하나은행을 플레이오프로 이끄는 것이 저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첼시 리는 이번 시즌 여자농구 판도에 변화를 주는 선수로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리가 시즌 끝까지 하나은행의 돌풍을 이끌 수 있을지 기대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