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모두를 위한 백신: '트립스 유예안'을 주장하는 이유

조회수 2021. 4. 28. 16:51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한명도 접종하지 못한 나라가 30개, 백신 불평등, '잠깐이라도' 멈춰야 합니다.

코로나19가 초래하는 각 나라 안의 계층별 불평등과 사회경제적 격차는 심각합니다. 그런데 눈길을 세계로 돌리면, 소위 ‘잘사는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의 ‘백신 불평등’은 더 심각합니다. 2021년 3월 기준, 전 세계 인구의 16%에 불과한 부자 나라들이 전 세계 백신 접종의 56%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아직 국민 중 단 한 명도 백신을 맞지 못한 나라가 30개나 된다고 합니다. (출처: 아워인데이터).

코로나19는 부자 나라, 가난한 나라를 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백신은 부자 나라에 집중 공급되고 있습니다.

이에 전 세계의 ‘백신 평등권’을 주장하는 이들이 목소리를 모으고 있습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정보공유연대가 내일(4.29) 국회 정문 앞에서 “코로나19 백신의 공평한 접근만이 모두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다”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엽니다. 기자회견 주최자로 이름을 올린 시민단체는 이들말고도 많습니다.

백신이 부자 나라와 일부 거대 제약회사를 위한 ‘상품’으로만 남아도 괜찮을까요?
우리도 백신이 부족한 판에 무슨 남의 나라 백신까지 걱정하느냐고요?

성급하게 백신에 관한 입장을 결정하기 전에 ‘모두를 위한 백신’을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한번쯤 경청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자본과 경쟁의 논리에 바탕한 목소리는 이미 오랫동안 충분하게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백신 평등권’을 주장하는 이들의 입장과 주장, 그 근거를 정리해봅니다.

‘트립스’는 무엇인가

위키백과는 , 무역관련지식재산권협정, 즉 트립스(TRIPS)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무역관련 지적재산권에 관한 협정(Agreement on Trade-Related Aspects o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TRIPs)은 특허권, 디자인 권, 상표권, 저작권 등 지적재산권에 대한 최초의 다자간규범이다. WTO협정 부속서 1C로 발효된 동 협정은 총 7개장에 73개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은 일반규정 및 기본원칙, 제2장은 보호기준, 제3장은 지적재산권 집행절차, 제4장은 지적재산권 획득, 유지 및 관련 내부절차, 제5장은 분쟁예방 및 해결절차, 제6장 경과조치, 제7장 제도관련규정(최종규정)이다.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국가에는 트립스가 당연히 적용된다. (위키백과 ‘무역관련지식재산권협정’ 중에서)

즉, 트립스는 WTO 가입 국가인 164 개 나라에 모두 적용이 됩니다. 좀 어렵게 정의돼 있지만, WTO 국가들 간의 특허, 디자인권, 상표권, 저작권 등 지적재산관에 관한 규범이라는 정도로 이해하면 족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트립스’와 관련해 기억해야 할 주요 규정은 이거 하나입니다(참고로 아래 링크는 ‘트립스’ 전체 규정).

제72조 유 보

다른 회원국들의 동의없이 이 협정의 어떠한 규정에 대하여도 유보할 수 없다.

문구가 아주 단호하고 단단한 느낌이네요.

백신 불평등, 경제 양극화

이번 백신은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국제기구와 각국 정부의 막대한 재정적, 제도적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겨우 개발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거대 제약기업들과 미국과 유럽 등 부유국 정부는 신자유주의 체제를 만들어 낸 지적재산권과 특허제도라는 배타적 독점권을 이용해 상상을 초월하는 수익을 얻고 있는 대신 가난한 나라들은 하루 수 십만 명이 감염되고 사망하는 일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습니다.

세계 백신 불평등 문제로 감염병 위기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인도에서는 하루 35만 명이 감염되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렀고 사람들은 병원 문 앞에서 치료제와 산소 공급을 받지 못해 죽어가고 있는 비참한 상황에 이르고 있습니다.

팬데믹으로 세계는 더욱 불평등해지고 있지만, 초기에 공평한 백신 사용을 약속했던 부유한 국가들은 자국 우선주의 행태를 보이며 백신 공급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와 가장 근접한 북한을 포함한 다수의 가난한 나라에서는 지금 단 한 명의 사람도 백신을 접종 받지 못하고 있으며, 부유한 국가를 제외한 대부분 나라에서는 2022년이 되어서야 일정량의 백신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백신으로 인해 더욱 심각해진 건강 불평등은 경제 불평등에도 장기적 영향을 미쳐 부유국과 가난한 나라 간 심각한 경제 양극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입니다.

‘트립스 유예안’, 불평등 잠깐이라도 멈춥시다

이러한 불평등과 불합리를 팬데믹 상황에서라도 일시적으로 멈추게 하기 위해 중저소득국가들은 ‘무역 관련 지적재산권협정(TRIPS)’의 특허 등 특정 조항을 일시적으로 유예하자는 제안(이하 ‘트립스 유예안’)을 제출하여 시급하고 긴급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트립스 유예안은 코로나19 대응에 필요한 백신과 같은 의료기술에 적용되는 독점권을 일시 유예함으로써 세계 모든 사람들이 백신을신속하고 공평하게 접근 가능하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제안된 것입니다. 일시적이라도 트립스 유예안이 발효된다면 세계 백신 생산이 가능한 시설을 총동원하여 전체 백신 생산량을 늘리고, 인류애를 통한 신속하고 공평한 백신 배분의 가능성이 열리게 됩니다.

지난 4월 5일 장혜영 의원 등 14명의 국회의원이 트립스 유예안에 대한민국 국회와 정부도 지지하여 국제사회의 요구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하였습니다. 이미 트립스 유예안은 WTO 회원국 ⅔ 이상과 국제기구, 전 세계 수백 개의 풀뿌리 시민사회단체가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100명의 영국의회 의원, 342명의 유럽의회 의원과 유럽연합 회원국 의회의원이 지지하였습니다. 미국에서도 버니샌더스 상원의원 등 60여명 민주당 의원들이 바이든 행정부에 트립스 유예안 지지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은 각 나라별로 경쟁하는 게임이 아닙니다.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의 협력과 단합이 필요합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정부는 여러 국제회의에서 백신의 공평한 접근을 지지한다고 발언했지만 트립스 협정 유예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는 5월 5일과 6일 양일간 열리는 WTO 일반이사회를 앞두고, 국회가 이 결의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고, 한국정부가 전 지구적 연대와 협력의 자세로 트립스 유예안을 지지할 것을 촉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것입니다.


슬로우뉴스 좋으셨나요?

이미지를 클릭 하시면 후원페이지가 열립니다.

이 글을 SNS에 소개해주세요. 
슬로우뉴스에 큰 힘이 됩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