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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된 키스와 "그런 것 안 볼 권리"

조회수 2021. 3. 12. 15: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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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인권을 위해 노력한 김기홍 활동가, 변희수 하사를 추모하며

성소수자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해왔던 김기홍 활동가 그리고 변희수 하사가 세상을 떠났다. 두 분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고, 헌신적인 삶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더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속히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을 국회에 촉구한다.

출처: 녹색당 페이스북
김기홍 (1983. 8. 13. ~ 2021. 2. 24)
출처: 군인권센터
변희수 (1998. 6. 11. ~ 2021. 3. 3)

김기홍 (1983. 8. 13. ~ 2021. 2. 24.)

  • 제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을 역임했고, 녹색당 당원으로 활동했다.
  • 대한민국 최초로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가진 사람으로서 2018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선거에서 녹색당 비례대표 2순위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 2020년 비례대표 국회의원 녹색당 4순위 후보로 등록했지만, 과거 트위터 글(2009년, 2011년, 2012년)이 논란이 되자 자진 사퇴했다(참고: 김기홍 당시 후보의 과거 트윗에 대한 녹색당 선대본의 입장문).
  • 경상대학교 음악교육과를 졸업해 음악교사 자격을 취득했으며 기간제 교사로 학생을 가르친 경험도 있어 ‘상큼한김선생’이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 김기홍의 삶 전반에 관해서는 ‘시사IN’ 기사(나경희, 2021. 3. 5.)를 참조. (이상 ‘편집자’)

변희수 (1998. 6. 11. ~ 2021. 3. 3.)

  • 대한민국 윤국 하사로 임관한 이후 전차 조종수로 복무 중 대한민국군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 성전환 수술과 관련해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받아 강제 전역됐다.
  • 이후 인사 소청을 제기했지만, 육군본부는 이를 기각했다.
  • 기각 이후 2020년 8월 11일, 대전지법에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  2020년 12월 14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제20차 전원위원회를 개최하여 트랜스젠더 군인 변희수 하사에 대한 육군의 강제 전역 처분은 인권침해가 맞다는 결정을 내렸다. (군인권센터 성명, “국가가 인정한 인권침해, 트랜스젠더 강제 전역”, 2021. 2. 1.) 

삭제된 키스와 “그런 것 안 볼 권리”(안철수)

두 분의 활동가가 세상을 등지기 직전까지 우리 사회는 성소수자에게 명백하게 차별을 조장하는 신호를 보냈다. 2월 15일 SBS는 설특집 프로그램으로 편성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방영하며, 프레디 머큐리와 그의 파트너 사이의 키스신을 삭제했다.


출처: 보헤미안 랩소디 (Bohemian Rhapsody , 2018, 브라이언 싱어)
영화는 지상파 TV를 통해 상영됐지만, 키스만은 '삭제'됐다.

2월 19일에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서울시장 예비후보 토론회에 나와 “그런 것(퀴어 퍼레이드)들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에 관해 논란이 일자, 퀴어 퍼레이드를 “도심 이외로 옮기는 것이 적절하겠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성적인 관계 맺음은 단지 누군가와의 내밀한 신체 접촉이 아니다. 성적 관계맺음은 그 누군가를 만나는 장소로 이동할 권리,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고 존중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확보할 권리가 기본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 신체가 불편하다거나 경제적인 능력이 없는 이들은 이 권리를 온전히 실현하기 어렵다.

성적인 관계 맺음은 쾌락을 추구하는 신체 접촉이 아니라 누구나 보장받아야 하는 인권과 직결된 문제이다. 그러므로 SBS의 동성간 키스신 삭제는 동성애자의 기본권과 이성애자의 기본권를 달리 취급해 동성애자의 기본권을 적극적으로 차별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행위 자체가 권리의 실현

또한, 대한민국 헌법 제21조는 모든 국민의 집회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이 자유는 장소와 시간을 불문한다. 차별과 낙인으로 인해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밝히지 못하거나 정체성을 드러내 차별과 폭력을 당하며 기본권을 침해당하고 있는 퀴어들에게 축제(집회)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누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대한 규모의 대항 표현이다.

행사를 기획하고 주최하는 행위 자체가 권리의 실현이라는 말이다. 사람들이 잘 볼 수 없는 외진 곳으로 가 축제를 열라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발언은 이를 무시했을 뿐더러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출처: 미디어몽구

대한민국의 헌법에 따라 어느 누구도, 어떤 이유에 의해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 인종, 학력, 종교, 고용형태,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다른 누군가를 부당하게 대우하고 차별한다. 10년째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고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조속히 제정되어야 하는 이유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10년째 제자리’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반대가 크다. 그러나 그 반대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부족한 이해에서 기인한다. 제21대 국회에서 재발의된 장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안은 헌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많은 영역에서 여전히 차별이 발생하는 실정을 타개해야 함을 밝힌다.

해당 법안은 다음과 같은 포괄적인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ㆍ예방하고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차별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는 포괄적이고 실효성 있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함으로써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모든 영역에서 평등을 추구하는 헌법 이념을 실현하고, 실효적인 차별구제수단들을 도입하여 차별피해자의 다수인 사회적 약자에 대한 신속하고 실질적인 구제를 도모하는 것을 법 제정 취지로 밝힌다.

  • 성별
  • 장애
  • 나이
  • 언어
  • 출신 국가
  • 출신 민족
  • 인종
  • 국적
  • 피부색
  • 출신 지역
  • 용모 등 신체조건
  • 혼인 여부
  • 임신 또는 출산
  •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 종교
  •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 성적지향
  • 성별정체성
  • 학력
  • 고용형태
  • 병력 또는 건강 상태
  •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한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

이에 따르면 차별금지법을 통한 보호와 규율의 대상은 여성과 남성 혹은 이성애자와 동성애자라는 이분법으로 구분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은 다양한 요인들이 씨줄과 날줄로 교직하면서 벌어진다. 그 누구도 차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성애자 남성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차별금지법의 제정으로 이성애자 남성 역시 보호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김기홍 활동가와 변희수 하사를 포함한 성소수자 활동가의 운동은 성소수자의 인권 향상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들의 활동의 진정한 의미는 낙인과 차별을 무릅쓰고 자신을 드러내 법이 보호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밝혀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처해있는 또 다른 누군가가 용기 낼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준 것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는 이들 덕분에 한 걸음 더 발전할 수 있었다. 이런 분들이 더는 세상을 버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회는 하루빨리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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