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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대신 낸다고?

조회수 2021. 3. 8. 19: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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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광재? '상속세법 개정안'의 쟁점을 살펴보자.

확인된 사실은 다음과 같다.


  • 이광재 의원은 지난해(2020년) 11월 미술품으로 상속세를 대신할 수 있는 상속세법 개정안을 냈다.
  • 기획재정부는 올해 3월 미술품 등으로 상속세를 납부하는 물납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 기획재정부 입장 이후 다수 언론이 고 삼성 이건희 회장이 수집한 수조 원대 미술품을 ‘물납제도’와 함께 언급했다.

이광재와 삼성

이상은 확정된 사실이다. 이 확인된 사실들을 나열한 이유는 ‘삼성’과 ‘이광재’라는 단어 때문이다. 이광재 의원은 잘 알려진 것처럼 ‘참여정부를 삼성공화국으로 만들었다’고 비판받는 인물이다. 시사IN 장영희 기자는 참여정부(2003.2.~2008.2.) 말기에 해당하는 2007년 11월 26일(온라인판 기준) “삼성은 참여정부 두뇌이자 스승이었다”는 제호의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적는다.

“노무현 정부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삼성과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지적은 사실 정권 초기부터 나돌았다. 그동안 노무현 정부가 삼성과 가까워지는 데는 이광재 의원이 파이프라인 역할을 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에 속한다.” (시사인 장영희 기자, ‘삼성은 참여정부 두뇌이자 스승이었다’, 2007.11.26)
출처: 이광재 의원 블로그
이광재 의원

이광재 의원이 고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을 초래한 ‘박연차 게이트’에 연류돼 147일(2010년 7월 1일 ~ 2011년 1월 27일)만에 강원도지사직을 잃은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박연차 게이트나 강원도지사 ‘낙마’처럼 널리 알려진 사건은 아니지만, ‘참여정부의 삼성공화국화’라는 세간의 평가에 직접 관련된 사건도 있었다. ‘삼성 6억 채권 수수사건’이다(아래 '링크' 참조). 

참여정부가 한창이던 2005년 이광재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삼성으로부터 채권 6억 원어치를 받았다는 혐의로 조사받았고, 검찰은 혐의를 확인했지만,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3년)이 지나 처벌받지는 않았다.

참고로 이광재 의원의 상속세 개정안의 개요는 다음과 같다(의안번호: 2105749). 

  • 이하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이광재의원 등 20인)'의 제안 이유 및 주요 내용 
  • 현행법은 상속세 납부 시 재산으로 납부하는 물납제도를 허용하고 있는데, 물납이 가능한 재산은 부동산과 유가증권으로 자산가치와 환금성을 고려하여 물납 충당 순서가 지정되어 있음.
  • 그런데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하여 최근 문화재, 미술품 등이 경매로 출품되는 경우가 있으며, 역사적ㆍ학술적 가치가 높은 문화재들이 국가 소유가 아닌 민간으로 매각될 경우 연구활동에 차질이 생길 뿐만 아니라 국민의 문화유산 향유권에도 제약이 불가피함.
  • 이에 프랑스의 대물변제 제도, 일본의 등록미술품에 대한 상속세 물납 특례제도 등과 같이 예술적이고 역사적 가치가 큰 미술품을 물납 대상으로 포함함으로써 국가적으로는 미술품과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개인적으로는 상속세의 금전 납부 부담을 덜어주고자 함(안 제73조제1항제1호).

‘상속세 물납제’ 비판 (ft. 경실련)

경실련은 관련해 논평을 내고,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미술품 등 상속세 물납제’를 비판하고, 그 제도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하 그 비판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조세회피수단 악용 

  • 주식과 부동산의 물납 등이 현재 가능한데 이는 가치 평가와 현금화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 하지만 그 가치를 판단하기 쉽지 않은 문화재와 미술품 등의 물납은 조세회피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국고 손실 가능성도 있다. 현금화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 특히 삼성 고(故) 이건희 회장이 소유하고 있다는 수조 원대의 미술소장품과 관련한 상속세 이슈가 첨예한 상황에서의 미술품 등 상속세 물납제도 도입 논의는 그 의도에서부터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 현금화 부담을 국가가 떠안는 제도 

  • 상속인들의 상속재산 현금화 부담을 물납제도를 통해 덜어줄 필요성이 있을 수도 있지만, 결국 현금화에 따른 부담을 국가가 떠안는 것이 물납제도.

  • 예전 비상장주식의 경우 상속세와 증여세의 경우 허용되었던 것이, 현금화에 따른 국가부담, 물납한 재산관련 조세회피 가능성 등 때문에 증여세의 경우에는 폐지하고, 상속세의 경우에 제한적으로 허용된 것으로 바뀐 바 있다. 이처럼 제도 변화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상속 당시의 미술품 가격과 상속세로 물납으로 내는 단계의 미술품 가격, 물납받은 미술품의 처분시 가격 등의 차이에서 국가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국고손실이 날 가능성이 높다. 즉, 물납으로 미술품을 받는 경우란 국가가 제대로 관리나 처분할 수 있을 때를 전제로 할 필요가 있다.

오비이락? 과전불납리?

이상 확인한 전제 사실, 즉 이광재와 삼성의 관계에 미뤄 ‘상속세 물납제도’를 삼성을 위한 입법이라고 단정하는 건 과한 음모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이밭에서는 신발끈을 매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치지 말라'(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 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 ‘악부시 군자행’ 중에서)라는 말이 어쩔 수 없이 떠오르는 건 사실이다. 물론 이 모든 게 그저 단순한 우연에 불과한 ‘오비이락’(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의 상황일 수도 있겠지만.

다만 ‘문화계나 미술계의 요구’라는 미명으로 조세 회피의 방편이 될 수도 있는 미술품 문화재 등 상속세 물납 도입 논의가 진행되는 건 곤란하다. 이 제도를 도입하려면 적어도 명확한 제도의 취지에 다수가 공감하고, 그 취지를 성취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우선일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이광재 의원과 삼성의 관계를 의심하며 ‘과전불납리’의 고사를 언급하며 개정안을 비판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오비이락’의 마음으로 이광재 의원을 걱정하는 이들에 대한 공인의 도리로 생각한다. 아직 그런 제도의 취지와 기준은 명확해 보이지 않는다.

만약 정부가 막무가내 세법 개정을 추진한다면, 결국 과거 이광재 의원과 삼성의 관계를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재벌 상속과 세습을 위한 개악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으로 나는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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