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다' 스캐터랩을 신고한 이유

조회수 2021. 2. 19. 19:1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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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피해자 A 씨가 스캐터랩을 '개보위'에 신고했다.
“가입사실도 잊고 있다가 언론보도를 통해서야 사건을 알았다.”

“6년이 지난 현재까지 내 정보가 그대로 남아, 무단 이용되었다는 게 불쾌하다.”

“가입 당시 필수 동의, 선택 동의가 구분해 제시되지 않았다.”

“내 사적인 대화 내용이 다른 용도(‘이루다’ )로 이용된다는 걸 알았다면 서비스(‘연애의 과학’) 자체를 이용하지 않았을 것.”

챗봇 ‘이루다’ 개발사 스케터랩에 의해 자신의 개인정보를 침해받았다고 주장한 A 씨의 주장이다. A 씨의 주장에는 ‘연애의 과학’ 앱 이용자의 사적인 대화를 수년간 무단으로 ‘이루다’ 개발을 위해 수집·이용한 개발사 스캐터랩의 문제점이 함축돼 있다. 하나씩 그 ‘문제점들’을 확인해보자.

출처: 이루다
인공지능 채팅봇 ‘이루다’ (출처: 스캐터랩) ‘이루다’ 논란은 AI의 윤리성을 담보할 기술 수준(AI의 노예화)에 관한 쟁점과 함께 개인정보의 불법 취득과 비식별 처리된 개인정보의 불완전한 익명화(다른 식별자와 결합해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가명정보의 문제)의 문제를 낳았다.

스캐터랩, 무슨 무슨 잘못을 했나

  • “가입사실도 잊고 있다가 언론보도를 통해서야 사건을 알았다.”: A 씨의 주장은 스캐터랩 측에서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된 피해사실 통보를 하지 못했다는 걸 보여준다. (피해사실 통보 미흡) 
  • “6년이 지난 현재까지 내 정보가 그대로 남아, 무단 이용되었다는 게 불쾌하다.”: 개인정보 보호법(이하 ‘법’)에 의하면 적어도 1년 동안 이용하지 않은 이용자의 개인정보는 파기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스캐터랩은 ‘연애의 과학’ 앱을 개발한 이래로 이용자 정보를 계속 불법적으로 보유한 상태로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 파기 의무 위반: 법 제39조의 6)
  • “가입 당시 필수 동의, 선택 동의가 구분해 제시되지 않았다.”: 논리적 오류 중에 ‘복합질문의 오류’라는 게 있다. “요즘은 도둑질을 하지 않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면, 예전에는 도둑질을 했다는 걸 자인하는 셈이 된다. 반드시 구별해서 승낙 여부를 확정받아야 영역이 있다. 서비스 이용자에게도 마찬가지다. (포괄 동의 금지 원칙 위반: 법 제22조)
  • “내 사적인 대화 내용이 다른 용도(‘이루다’ 개발)로 이용된다는 걸 알았다면 서비스(‘연애의 과학’) 자체를 이용하지 않았을 것.”: 가장 중요한 문제로 보인다. 서비스 이용(‘계약’)의 주요 조건은 사전에 제대로 설명해야 한다(‘사전 설명 의무’). 그래야 해당 서비스(‘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간단하다. 만약 당신이 당신의 사적 대화를 다른 서비스 개발에 이용할 수 있다는 ‘설명’을 사전에 들었다면, 그 서비스 이용 조건에 동의할 수 있었겠는가? (사전 설명 의무 위반: 법 제39조의 3)
출처: 스캐터랩
“우리는 의미있는 일을 해요” 하지만 우리에게 유리하고, 이용자에게 불리한, 사전에 꼭 해야 할 설명은 가끔 빼먹습니다?

‘개보위’로 넘어간 공

앞서 살펴본 이유로, A 씨는 어제(2월 18일) 스케터랩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합당한 처벌을 요구하는 침해신고서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보위’)에 제출했다(참여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민변 디지털정보위원회가 A 씨를 대리함).

이른바 ‘1mm 깨알고지’로 유죄를 선고받은 홈플러스 경품행사 고객정보 무단 수집·이용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이렇게 판결했다: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수단이나 방법’이란 위계 기타 사회통념상 부정한 방법이라고 인정되는 것으로서 개인정보 수집 또는 처리에 동의할지 여부에 관한 정보주체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적극적 또는 소극적 행위를 뜻한다”(2016도13263 판결)
출처: 경실련 제공
“판사님은 이 글씨가 정말 보이십니까?” 피해 소비자와 시민단체의 1mm 항의 서한

‘홈플러스 사건’에서 법원은 경품행사의 전 과정을 살펴보아 정보 수집 동기와 목적, 그 목적과 수집 대상인 개인정보의 관련성, 수집 등을 위하여 사용한 구체적 방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령을 준수하였는지 여부 및 취득한 개인정보의 내용과 규모, 특히 민감정보·고유식별정보의 포함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위계적 방법에 의한 불법 수집·이용이라고 보았다. 즉,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스캐터랩의 고객 정보 수집과 이용에 대한 동의 방식은 위계, 거짓에 의한 부정한 방법에 해당한다.

더불어 A 씨는 스캐터랩이 그동안 수집·이용한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삭제하겠다는 조치에 대해,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증거 인멸 방지 등을 위해 일체의 처리를 개보위 직권으로 일시 정지시킬 것을 요청했다.

‘이루다’ 논란이 일자 스캐터랩은 원하는 고객에 한하여 ‘연애의 과학’ 이용자로부터 수집·이용한 개인정보를 삭제하려는 조치를 취하는 중이라고 알려졌다. 그러나 현재 ‘연애의 과학’에서 수집하여 챗봇 이루다에 이용한 개인정보의 경우 신고인 A 씨의 신고는 물론 민원, 민사소송 등 여러 분쟁 상황에 놓여있는 형편이다.

얼핏 ‘연애의 과학’ 이용자의 개인정보의 삭제가 정보주체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오인될 수도 있으나, 여러 분쟁 상황에 있는 개인정보에 대하여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사실을 은폐하거나 증거를 인멸하는 시도일 수 있어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봐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개보위가 A 씨의 침해 신고에 어떤 판단을 할 지 더불어 증거 인멸 방지를 위한 조치를 직권으로 발동할 지 여부가 주목된다. 이제 공은 개보위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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