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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윤 막장극과 '문의 침묵'

그리고 사설을 통해 이 '초유의 사태'에 관한 세간의 평가를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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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막장드라마는 심심하고 순진하게 느껴지게 할 정도로 막장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무에서 배제(‘직무집행 정지 명령’)하고, 징계를 청구했다. 이 역사적인 사건은 2020년 11월 24일 오후 6시 서울 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벌어졌다.

출처Garry Knight, CC BY SA


사설들의 ‘목소리’

우선 2020. 11. 25.일 자 몇몇 신문 사설을 통해 이 초유의 사태에 관한 세간(?)의 평가를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요약해서 정리한다.

  1. 특기할 만한 논평
  2. 추 주장의 타당성 평가
  3. 문 대통령에 관한 언급
1. 경향신문, “명분도 약하고 절차도 아쉬운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1. “더구나 추 장관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윤 총장을 비판하며 감찰과 관련된 내용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수시로 올렸음에도 문제 삼지 않았다.”

2. “그동안 윤 총장 언행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략…) 하지만 현시점에서 윤 총장의 직무를 배제할 정도의 사유인지는 따질 필요가 있다.”

3. “발표 직전 보고만 받았다는 문 대통령의 침묵도 이해하기 어렵다.”

전체적인 방점은 ‘사실관계 확인’에 찍혀 있고, 문 대통령의 침묵도 언급한다.

2. 조선일보, “더 이상 秋 뒤에 숨지 말고 文은 직접 尹 경질하고 책임지라”
1. “정작 물러나야 할 사람은 윤 총장이 아니라 직권을 남용한 추 장관”

2. “모두 말도 안 되는 억지” “적반하장” “아무 근거도 없다”

3. “문 대통령 지시나 묵인 없이 독단적으로 한 윤 총장 공격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윤 총장 불법 감찰 역시 문 대통령 지시일 가능성이 높다.”

사설 제목에서 이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 책임이 ‘추’가 아닌 ‘문’에 있다고 명확하게 지목한다.

3. 한겨레,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배제, 철저한 진상 규명을”
1. “검찰총장 직무배제라는 국면까지 치달은 것은 이유야 어찌됐든 불행한 일”

2. “무엇보다 사실관계를 명백히 밝히는 일이 중요” “만약 재판부 사찰이 사실이라면 묵과할 수 없는 일” “(홍석현을 만난 일에 관한)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관련 사건이 어떤 것이었고 만남의 성격이 어땠는지도 밝혀져야” “사실관계에 바탕을 둔 판단이 선행돼야”

3. 언급 없음

댓글들 가운데 이런 댓글이 있다. "리영희 선생이 살아있다면, 노무현 전대통령이 살아있다면 한겨레신문에 뭐라고 했을까?" 적어도 이 사설에 한정해서 말한다면, 공감한다. 한 신문의 목소리를 전하는 사설에서 "이유야 어찌됐든 불행한 일"이라니, 그야말로 이유가 어찌되었든 이런 사설이 한겨레 이름으로 발행됐다는 점은 불행한 일이다. 살펴본 여섯 신문사의 사설 중 문재인 대통령에 관해서도 유일하게 언급하지 않은 사설이다. 여러모로 좀 한심한 사설.

4. 동아일보, "얼기설기 혐의로 檢총장 직무배제… 한번도 경험 못한 정권"
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 등이 추 장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일제히 거뒀다. 청와대에서 추 장관을 통해 윤 총장을 밀어내기 위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고 추정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2. . "추 장관 측이 일방적으로 주장해온 것을 얼기설기 엮은 데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이영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돈 봉투 만찬에 대한 감찰 지시로 몰아낸 뒤 윤 총장을 앉히더니 이번에는 법무장관을 통해 윤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했다. 정권 보호와 사정기관 장악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다 보니 초유의 무리수가 거듭되는 것"

사설 결어에 해당하는 문장에서 추 장관이 아니라 문 대통령이 이번 사태의 '주체'라고 단정한다. 더불어 이낙연 대표, 정세균 총리 등 민주당 핵심 세력이 윤 총장 축출을 위해 합심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사설은 추정이라고 표현했지만, 이낙연 대표("법무부가 발표한 윤 총장의 혐의에 충격과 실망을 누르기 어렵다", "공직자답게 거취를 결정하시길 권고", 자신의 페이스북), 김태년 원내대표("법무부 감찰 결과는 매우 심각"), 진성준 의원("놀라운 브리핑") 등의 반응을 보면 추정이 아니라 사실로 평가해도 무방할 듯.

5. 한국일보, "헌정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정지로 파국 맞은 秋·尹"
1. "국록을 먹는 공직자들의 이런 작태"

2. "추 장관이 거론한 직무배제와 징계 청구 사유들은 모두 추 장관과 법무부의 일방적 주장일 뿐"

3. "더 이상 침묵하거나 머뭇거리지 말고 두 사람을 모두 사퇴시켜 이 혼란을 정리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드는 사설이다. 가감 없이 직설적으로 "작태"라는 사설에서는 흔히 접하기 어려운 표현을 서슴없이 사용한다(다소 온건한 그동안의 한국일보 이미지를 생각하면 표현이 더 파격적으로 느껴진다). 기본적으로 추미애 장관의 조치에 매우 비판적("작태")이지만, "국록 먹는 공직자'들'"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윤석열 총장도 그 '작태'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암묵적으로 전제한다. 더불어 '문의 침묵'을 언급하면서 이 사태의 책임이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있음을 분명히 한다.

6. 중앙일보, "윤석열 직무배제, 지극히 비상식적이고 부당하다"
1. "윤 총장을 몰아내기 위해 숱한 억지와 술책" "이처럼 무도한 사태가 벌어진 것은 충격적이다. 권력의 횡포가 경악스럽기도 하다." "범죄자 말만 듣고 혐의를 단정해 표적수사를 지시한 추 장관이 자리에서 내려와야"

2. "그(추미애)가 제시한 사유는 지극히 비상식적이고 부당"

3.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전에 보고했고, 문 대통령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고 했다. 대통령이 사실상 동의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 청와대는 이 사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이 무엇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은 오히려 추 장관이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고 있다.


'문의 침묵'

나는 추 장관의 주장는 근거가 없거나 희박하다고 생각한다. 윤석열과 대검이 잘하고 있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지만, 추 장관이 이끄는 법무부, 더 나아가 청와대가 잘하고 있다는 생각은 더더욱 들지 않는다.

이제 두 가지가 분명해졌다.

추미애 장관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적극적으로 파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의와 개혁을 내세우지만, 여기에는 최소한의 상식에 바탕한 원칙과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유일한 기준이 있긴 하다. 내 편이면 '영전'이고, 상대편이면 '좌천'이다.

항상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는 적어도 검찰개혁에 한정하면, 잘못된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검찰개혁이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두 날개로 날아야 하는 새라면, 추미애 장관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은 자신의 날개 한쪽을 찢어버리고 날기를 바라는 기괴한 새의 모습 같다.

추미애 장관의 폭주는 귀를 찢는 악다구니처럼 느껴진다. '나는 옳다. 왜냐하면 나는 옳으니까. 나는 옳다. 왜냐하면 너는 틀렸으니까.' 그 어리석은 동어반복과 정의에 관한 독선적이고 배타적인 독점욕. 하지만 그 끔찍한 악다구니보다 더 나를 절망스럽게 하는 건 '문의 침묵'이다.

문재인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취임식 모습. 이번 사태에서 가장 실망스럽고, 이해할 수 없는 건 '문의 침묵'이다.

출처KOREA, CC BY NC SA

추미애를 꼭두각시 세운 정치 막장극은 이제 더는 보고 싶지 않다. 정말 더는 보고 싶지 않다. 정치의 앞면에 '권력'이 있다면, 그 뒷면에는 '책임'이 있다.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막장극을 정리해야 할 장본인, 그 책임을 가진 자는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때로 혐오는 침묵을 불러 온다. 그래 너희는 너희의 힘과 재주와 정의로 너희 그 반짝거리는 세상에서 그렇게 살다가 의미 없이 사라져라. 나는 나대로 나의 보잘 것 없는 세계에서 이렇게 살다 가련다. 정치에 관한 혐오가 나 마음을 바라다라보기 두려운 정도로 커졌다. 마치 [몬스터]의 요한이 스스로 두렵게 절규하는 것처럼... "내 안의 괴물이 이렇게 커졌어!" 그리고 그 괴물을 자라게 하는 가장 기름진 토양은 '침묵들'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그래서 지금까지는 침묵했지만, 정말 지금은 무슨 헛소리라도 지껄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몇 자 남긴다.


인물소개
  • by. 민노씨
    슬로우뉴스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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