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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판결, 7년 다툼의 종결과 대법원의 침묵

다행히 다툼은 멈췄지만, 여전히 쟁점에 침묵한 대법원과 남겨진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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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 3. 전교조가 고용노동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 청구 사건의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원심(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2016두32992 판결). 그 다음 날 고용노동부는 전교조에 대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 통보’(2013. 10. 24)처분을 취소하는 처분을 행하였다.

위 사건이 아직 서울고등법원에 계류 중이기는 하지만, 그 사건은 곧 각하될 것으로 보이는바(취소 청구 대상 처분이 이미 취소되었으므로), 위 사건은 실질적으로는 이미 최종 종결되었다고 할 수 있다. 7년에서 한 두 달 정도 빠지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위 사건의 대단원의 막이 내린 것이다.

전교조 법외 노조 통보 사건의 개략적인 구도.

출처슬로우뉴스
‘7년 다툼’의 종결과 대법원의 침묵

쟁점은 널리 알려져 있는 대로, ‘부당 해고자’도 조합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게 규정되어 있는 전교조 규약이 교원노조법 제2조(현직 교원만 노조원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조항)에 위반되는가 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위반된다고 보았고, 전교조는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였다.

그럼 대법원은 어떻게 판단하였는가?

전교조가 위 재판에서 최종 승소했으니 다들 대법원이 전교조의 주장을 채택한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놀랍게도 그렇지 않다. 물론 고용노동부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도 아니다. 대법원은 위 쟁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대법원은 고용노동부가 전교조에 대해 위와 같은 처분을 할 때 그 근거로 삼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제9조가 무효이므로(이 조항이 법률의 위임 없이 법률이 정하지 아니한 법외노조 통보에 관하여 규정하였다는 것이 그 이유) 위 처분도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즉, 위 처분의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본 것이다. 그 외 위 쟁점에 대해서는 정말로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았다. 판결문 자체에도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다고 기재되어 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의 ‘쟁점’에 관해서는 사실상 ‘침묵’했다.

목소리를 낸 ‘소수의견’

위 다툼이 있은 지 약 7년, 대법원에 위 사건이 계류된 지 약 4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위 쟁점에 대한 법원의 최종 입장을 알 수 없게 되었다. 위와 같은 정도의 판단을 하는데 위와 같은 정도의 시간이 소요됐어야 하는지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그런 논쟁이 있었는지, 소수의견을 개진한 대법관들은 위 쟁점에 대한 판단을 정면으로 하고 있다.

김재형 대법관은 다음과 같은 근거를 들어 고용노동부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의 관건은 법외노조 ‘통보’의 당부가 아니다. –(중략)– 문제의 핵심은 원고가 법상 노동조합인지 아닌지, 즉 법외노조인지 여부에 있다”라고 전제한 뒤 “해직자를 노동조합의 조합원에서 일률적으로 배제하도록 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고, “특히 원래 조합원이었던 근로자를 단지 해고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반면, 이기택, 이동원 대법관은 “현행 법외노조 통보 제도는 노동조합에 관한 정의규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필수적 장치로서 노동조합법에 이미 내재되어 있”으므로 위 시행령은 합법이고, 따라서 실정법을 어긴 전교조에 대해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한 것은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이런 정도의 소수의견이 개진되었으면, 다수의견을 낸 대법관들이 보충의견을 통해서라도 위 쟁점에 대해서도 판단하였을 법한데도 끝내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다행이다, 아쉽다, 걱정이다

대법원이 어떤 이유에서든 전교조의 손을 들어준 것은 다행이다. 이 사건의 본질은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를 부정하면서 오래된 규약을 꼬투리 삼아 행정력을 동원하여 괴롭힌 것이다. 이런 사건에서 대법원이 형식적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노조의 자주성을 존중한 것은 적절한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핵심 쟁점에 대한 판단을 외면한 것은 두고두고 지적될 것으로 보인다. 위 판결만을 놓고 보면 교원노조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전교조에 해직자 조합원이 있어도 되는지 아닌지 알 수 없게 되어 있다. 나로선 위 김재형 대법관 의견이 다수의견으로 제시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위 사건을 접한 사람들이 단박에 품는 의문 즉, ‘아니 5만 명이 넘는 조합원 중에 해직자(해직 전에는 교원이었음) 9명이 있다고 적법한 노조가 아니라고?’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을 대법원 다수의견이 속 시원히 하지 않은 것이 아쉽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에 대해 답할 논거들이 충분히 널려 있는데도 말이다.

위 판결에서 걱정스러운 점도 있다. 무효로 선언된 위 시행령 조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고, 이로써 고용노동부가 위 조항을 근거로 민주노조 활동에 개입하는 일은 더 이상 없게 되었지만, 그런 일만 없어지게 된 것이 아니다. 사용자가 그 설립을 주도한 어용노조에 대해 정부가 위 조항을 근거로 개입하는 일도 없어지게 된 것이다.

향후 위 시행령 조항이 법률의 외양을 띠고 부활할 수도 있지만, 노조 해산을 합법화한다는 논란으로 그렇게 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럴 경우 유성기업이나 삼성에버랜드에서 보아 온 ‘어용노조’를 어떻게 제재할 것인지의 문제가 남게 된다.


이번 판결로 어용노조 제재의 문제가 남게 되었다.

사족: 행정부를 위한 변명

대법원 판결 선고 이후 현 정부가 그 전에 기존의 법외노조 통보 처분을 스스로 취소했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가 그렇게 할 수 있었다는 것도 맞고, 그렇게 했으면 좋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에도 동의하지만, 과감히 그렇게 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었다는 점도 덧붙여 놓고 싶다.

위 대법원 판결의 반대의견을 통해서도 알 수 있고, 그 이전의 다수의 하급심 판결들(전교조 패소)을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현행법의 문언상으로는 기존 처분이 위법하다고 바로 단정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기존 처분을 취소할 경우에는 그 처분으로 인해 해고된 교원(30 여명)을 모두 원상복귀 시켜야 하는데, 정부가 (하급심) 법원이 정당하다고 판결한 처분을 완전히 뒤집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재량이 있는지 논란이 되었다. 그로 인해 정부의 취소 처분은 문제의 종결이 아니라 새로운 문제의 시작이 될 여지가 많이 있었다. 교육현장에서 정치논란 및 이념논쟁이 격화될 위험성이 컸던 것이다.

적고 보니 다 치졸한 변명 같은 말인데, 법원 판결을 통해 모든 문제가 논란없이 해결되었으니, 다시는 부당천만한 처분을 애초에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사족으로나마 붙여놓아 본다.


이 글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기획한 ‘광장에 나온 판결’ 연재 중 하나로 필자는 강문대 변호사입니다. (편집자)

인물소개
  • by.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NGO
    법치국가 파수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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