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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부족을 '금융상품'으로 해결하겠는 미국

캘리포니아 물 부족 사태에 대한 '미국식 해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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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지난 2017년 가뭄의 해갈을 선언했던 미국 캘리포니아는 올해 계속된 산불에 이어 지난 2015년 이후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 지역 강우량의 90%를 담당하는 10월~4월 중 가장 중요한 시기인 2월에 대규모 가뭄이 찾아오는 바람에 올해 미 서부의 물 부족은 상당히 심각하다.

그런데 미국은 이 문제를 그야말로 미국식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와 나스닥 증권거래소가 캘리포니아 물 가격 지수(index)를 기초 자산으로 한 ‘물 파생상품’을 연내 출시하기로 한 것이다.

이 ‘미국식 해결법’ 에는 어떤 사실이 숨어 있을까?

이상 고온과 가뭄, 캘리포니아 물 부족 초래

캘리포니아 주의 수원은 두 곳이다. 북부 캘리포니아는 겨우내 동쪽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 내린 눈이 녹아 흘러내린 물을 새크라멘토 강에서 취수하고, 남부 캘리포니아는 후버 댐에 저장된 물을 콜로라도 강에서 취수하는데 이 중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눈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30%에 이른다.

그런데 2020년 초의 이상 고온 현상과 가뭄은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눈을 모조리 증발시키고 새크라멘토 강의 수위를 대폭 낮췄다. 미 기상청 자료에 의하면 현재 새크라멘토 강의 수위는 새크라멘토 시 측정 기준 6.9피트(약 2.1m)에 불과해 평년의 ¹⁄3 수준이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의 수원이 되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스노우팩(Snowpack; 눈덩이로 뒤덮인 들판. 여름에는 수원이 됨)’의 크기는 평년 평균의 52% 에 불과하다. 또한, 콜로라도 강 상류의 네바다와 애리조나 주의 인구가 급증하여 강 하류의 유량이 꾸준히 줄면서, 남북 캘리포니아 모두 그야말로 답이 없는 물 부족에 처하게 된 것이다.

무대책… 그리고 물 로비스트의 등장

사실 이 같은 내용은 2018년 말부터 캘리포니아의 여러 지역 언론들에 의해 우려됐던 문제였으나, 아무도 전혀 이를 대비하지 않았다. 그 대신 미국답게 부족한 자원의 분배에는 늘 정치가 개입한다. 로비를 통해서다. 때문에 정책 결과가 늘 뒤틀려 있다.

미국은 로비의 천국답게 당연히 ‘물 로비스트’가 존재한다. 이들은 대개 대규모 자영농들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는 경우가 많은데, 캘리포니아의 농민들은 캘리포니아 전체 용수의 80%를 사용한다는 통계까지 있을 정도다.(참조: 뉴욕타임스, 새클라멘토 비)

문제는 이들이 트럼프 행정부 출신의 공직자를 적극적으로 섭외하여, 농업 용수에 부여된 우선 순위를 주거 지역으로 배분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막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오바마 정부 시절에도 있었던 문제이나 트럼프 정권 들어 공직자 출신 로비스트들이 마음놓고 규제를 회피함에 따라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금융상품으로 물 부족 해결? 언감생심

당연하겠지만, 시카고 상품거래소와 나스닥 증권거래소에서 출시 예정인 ‘물 파생상품’ 역시 사실상 물 부족을 해결하기에는 거리가 먼 수단에 불과하다. 특히 올해와 같은 경우 캘리포니아의 대화재로 인해 물 가격이 고공 행진을 계속하자 농업계로 하여금 이로 인한 손실을 ‘헤지'(hedge; 금전 손실 대비책)하는 수단을 쥐어 주기 위해 이러한 상품이 출시된 것이다.

물론 캘리포니아는 미국 농업의 중심지들 중 한 곳이긴 하나, 농업은 캘리포니아 전체 GDP 중 고작 2.8%를 차지하는 분야에 불과하다. 때문에 수자원 배분의 비효율성은 지난 2015년 대가뭄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이나 이는 로비스트들의 활약 속에 묻혀 버렸고, 기후변화를 도시전설쯤으로 치부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취하지 않고 있다.

사실 캘리포니아에서는 새크라멘토 강을 독점하여 상대적으로 수자원이 풍부한 편인 북부 캘리포니아의 물을 남부 캘리포니아로 보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나 기초 인프라 개선에 큰 관심이 없는 미국답게 송수관 건설 논의 등도 역시 여전히 답보 상태이다.


2020년 1월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트럼프 미 대통령. 트럼프는 2017년 6월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했고, 자신은 기후변화를 “믿는 사람(believers)”이 아니라고 밝혀왔다. 다보스포럼에서도 핵심 의제인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사실상 일축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모든 문제 해결을 금융시장에 맡기는 미국

미국은 어느 순간부터인가 모든 문제를 금융시장에 맡겨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물 부족 해결 방안은 금융파생상품이 아니라 농업 기술 혁신과 이에 걸맞는 예산 배정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누구에게 돌아갈지도 모르는 새로운 이익만을 창출한 셈이다.

기후변화에 냉담한 트럼프 행정부가 이와 같은 현실을 방치하는 것도 유사한 맥락인데, 결국 기후변화를 인정해야만 물 부족의 장기화를 직시할 수 있고 그래야만 기술 혁신을 통한 물 사용량의 축소 등을 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항간에는 전형적인 ‘파란색 주’(‘Blue State’; 민주당이 강세인 주)인 캘리포니아에 트럼프가 의도적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아닌지에 관한 음모론마저 있을 정도다.

허나 아무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민주당이라 할지라도 사실 농민들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고, 결국 사실상 미국 정치권은 물 부족 사태를 해결할 역량과 의지 모두를 잃은 것은 아닐지 그저 우려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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