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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선고 받은 언어: 나치 용어를 중심으로

최근 IT 업계의 '인종차별적 용어' 사용 금지 선언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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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IT 업계에서 인종차별적 개발 용어를 바꾸기로 했다는 소식

출처HeyNews

위 헤이뉴스의 기사를 한 온라인 IT 동호회 그룹에서 접했다. 환영하는 반응이 다수이긴 했지만, PC(정치적 올바름; Political Correctness)를 조롱하거나 절대 안 바뀔 거라는 의견도 있었다.

언어, 용어 등은 시대의 요구에 따라 언제든지 대체된다. 이는 과도한 ‘PC’ 때문으로 볼 수 없다. 특정 세력의 부당한 요구가 아니라 과거보다 더 넓어진 세계, 다문화 속에서 존중하기 위해서다. 이런 용어의 대체는 “습니다(과거: 읍니다)”, “초등학교(과거: 국민학교)”, 지금은 너무 당연한 공공시설에서의 ‘금연’처럼 시대의 요구와 변화를 언어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대표적인 금지 용어로 ‘나치 용어’가 있다.

금지된 나치 용어

독일에서는 지도자를 뜻하는 ‘퓨러'(Fuhrer)라는 말을 사회통념상 안 쓰고, 못 쓴다. ‘지도자’라는 표현이 곧 히틀러, 파시즘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여행가이드에서 ‘튜어푸러'(Tourfuhrer)와 운전면허증을 뜻하는 ‘퓨어샤인'(Fuhrerschein) 등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영어식 표현인 ‘리더'(Leader)로 완곡히 돌려서 표현하거나 ‘라이터'(Leiter; 관리자), ‘셰프'(Chef; 장, 상사, 고용주), ‘포어짓젠데'(Vorsitzende; 장, 의장)를 사용한다. 그리고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직급이나 직위를 직접적으로 말한다.

또한, 비공식적이고 가까운 사이에서는 격식체나 높임말(‘Sie체’)을 사용하지 않고, 대칭적인 평어나 낮춤말(‘Du체)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사장과 비서, 교수와 제자, 비즈니스 관계지만 자주 만나는 사이 등등 모두 위계적 용어 없이 ‘대칭적’이고, 동등한 평어로 대화한다.

‘존더베한드룽‘(Sonderbehandlung; 특별 치료; 살해)‘엔트뢰중’(Endlosung; 최후의 해결책; 유대인 말살 계획)이란 단어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계획과 관계된 단어로 완전히 사장되었고, 생활권이나 서식지를 의미하는 ‘레벤스라움’(Lebensraum)는 인종주의적 동유럽 식민지 정책에서 사용된 단어로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장되었으나 동물의 서식지를 이야기할 때만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추기경 사임 여론을 불러온 한 단어

쾰른(Kolln)의 추기경 요아힘 메이스너(Joachim Meisner)는 2007년 9월 14일 자신의 교구에 새로 연 미술관을 축복하면서 연설했고, 그 연설에는 다음과 내용이 포함됐다:

“문화가 신의 경건과 분리 될 때, 문화는 의식으로 내려 가고 문화는 타락(Entarte)한다. 그것은 중심을 잃는다.”

메이스너는 보수 카톨릭의 관점에서 현대 예술을 비판하면서 ‘현대 예술이 퇴화의 위험에 처해있다’는 주장을 한 것인데, 하필이면 연설에 ‘엔타르테트’(Entartet; 퇴화하다)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메이스너는 즉시 사임하라는 강력한 비판을 받았다. 해당 단어가 나치독일 시대에 ‘퇴화된 예술’이라며 예술가를 박해하는데 사용된 단어였기 때문이다. 1937년 7월 19일 히틀러가 뮌헨에서 연 전시회의 제목이 바로 ‘타락한 예술'(entartete Kunst; 엔타르테테 쿤스트)이다.

2014년 당시 요아힘 메이스너 추기경 모습

출처Raimond Spekking, CC BY-SA 4.0, via 위키미디어 커먼스

다시 말해 나치는 1933년부터 1945년까지 민족주의 개념에 기반에 둔 것이 아니라면 예술을 ‘퇴화’로 분류하고, 탄압했다. 그런데 메이즈너가 가톨릭의 종교적 근본주의 주장을 위해 무리하게 나치 용어를 썼다는 것이다.

독일은 낙태가 합법이고, 낙태를 살인에 묘사한 프로라이프 목사에게 징역 8월의 유기징역을 선고한 판례까지 있다. 풀다(Fulda; 독일 도시)에서 낙태 운동을 하는 대주교 요하네스 디바(Johannes Dyba)는 낙태에 ‘베이비코스트'(Babycaust; 아기학살)라는 용어를 만들어 전국적인 논쟁을 불러 일으켰고, 결국 공개사과했다. 종교인의 공개사과는 어느 종교나, 문화권에서든 이례적인 일이다.

직접 만들고, 수정하며, 노력해 만든 언어

‘베트로이엔’(betreuen; 보살피다, 지도하다)이라는 단어는 나치 전문 용어에서 ‘장애인 학살’에 전용됐던 것으로 독일에서 한 때 금지되었다. 하지만 오늘은 더는 나치용어로만 전용되지 않고, 평범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제 우리가 직면하고, 고려해야할 지점들은 우리가 관용적으로 사용하는 관료적 언어들이다.

모든 명사에 성별이 있는 독일에서도 성중립적인 명칭과 문법 수정을 늘려가고 있다.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가장 보수적인 정치결사체인 유럽의회가 공적인 경우에 ‘젠더 롤'(성 역할) 언어 사용을 금하겠다 내린 결정이다.

문화는 환경에 따라 자연스레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직접 만들고, 수정하며, 공부하면서 노력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식습관, 한국인의 매운맛 선호도 역사, 문화와 환경뿐만 아니라 반복된 학습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출처한국인의 매운맛 선호도 문화와 환경의 영향 뿐만 아니라 반복된 ‘학습’의 결과다.

여기서 나는 서구영미권의 식품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아시아의 맛‘(Asian flavour), ‘이국적인 맛’(Exotic flavour)의 표기도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전 유럽에 맞먹을만큼 크고, 아시아는 64개국, 219개의 민족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그 다양한 문화를 ‘아시아의 맛’, ‘이국적인 맛’으로 ‘퉁치는’ 것은 불공평할 뿐만 아니라 그 언어 표현을 접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잘못된 경험과 편견, 편향을 강화한다. 물론 개개인의 언어는 금지할 수 없다만, 광고는 보다 공공의 영역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트위터 등의 북미 IT업계에서 인종차별적 용어를 바꾸려는 시도는 오래 전부터 이어져왔다. 그리고 이제 대외적으로도 더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공표한 것이다. 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과거에 머물며, 시대에 도태되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참고한 책과 글


  • 김종영 (2003), ‘파시즘 언어’, 한국문화사 
  • Thorsten Eitz(나치 언어를 분석한 저술가)의 글들
  • Matthias Heine(저널리스트)의 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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