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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의 '노답' 공익광고: 뷰튜버 여고생과 담배

조회수 2020. 7. 17. 08: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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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공익광고에서 기성세대의 편견과 차별을 오히려 조장하는 복지부

올해 6월 보건복지부가 청소년을 타깃으로 한 금연광고 시리즈를 선보였다. 광고에서 ‘남녀’ 청소년들은 토론왕, 얼리어댑터, 뷰투버(뷰티 유튜버), ‘딸 바보’ 아버지의 딸 등으로 나와 자신의 정체성을 설명하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청소년의 설정은 다양해졌을지 모르지만, ‘남성 토론왕, 여성 뷰튜버’라는 낡은 성별 설정은 1020 여성들이 페미니즘에 열광하는 오늘날까지도 바뀌지 않고 있다. 이런 점은 보수 성향의 언론에서조차 지적할 정도다.

공익광고에 담긴 ‘편견’

하지만 안타깝게도 또래 청소년 설득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세상사에 관심 많은 남성과 꾸미기에 몰두하는 여성’이라는 광고의 성별 구도만이 아니다. 여고생 ‘뷰투버’가 등장하는 광고의 내러티브도 ‘공익’ 광고가 지향하는 ‘공공의 이익’이 무엇인지 묻게 만든다.

여고생이 학교에서 화장을 시연하고, 유튜브 라이브방송을 하는 상황이 나온다. 라이브방송에서 채팅 참여자는 여고생 뷰투버를 향해 아무렇지 않게 묻는다.

출처: 보건복지부
정말 ‘노답’인 건 편견과 차별을 조장하는 이 공익광고 자체가 아닐까.
“근데 담배 필 것 같아요.”

그러자 여고생은 이렇게 답한다.

“(잠시 숨을 고르고) 아니요. 저는 담배는 피지 않습니다.”

광고는 “담배는 노답. 나는 노담”으로 산뜻하게 끝을 맺는다. 이 광고에는 다른 시리즈에는 없는 나름의 반전과 극적 요소가 있다. ‘담배를 피울 것 같지만 담배를 피우지 않는 여성’이라는.

광고 내러티브의 중요한 축인 ‘담배 피울 것 같다’는 표현은 성별 중립적인 표현이 아니다. 여성의 흡연이 금기시된 사회에서 흡연도 문제지만, ‘담배 피울 것 같다’는 말은 그 자체가 대상에 대한 부정적 진단과 평가를 담고 있다. 담배를 피우든 안 피우든, 그 말을 듣는 대상은 이미 문제가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뷰투버 광고에서 ‘담배 피울 것 같은’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유는 아마 광고 속 인물이 화장하는 10대 여성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광고는 뷰투버로 다양하고 평범한 청소년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는지 모르지만, 그 안에는 “화장하는” 10대 여성은 문제가 있다는 (기성세대의) ‘폭력적인’ 시선을 따라갈 뿐이다(담배 필 것 같아요).

그리고 여고생 또한 이 논리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은 채(담배 필 것 같은 게 무슨 얘기죠? 라고 묻지 않는다), “아니요. 담배를 피지 않는다”며 그 논리 속에 갇히고 만다. 애초 이 공익광고가 구축한 세계에서 10대 여성은 토론왕도 될 수 없고, 뷰튜버로도 인정받을 수 없는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여성 연예인을 향해 냄새, 재떨이, 라이터 등 각종 담배 드립이 그들만의 웃음 버튼으로 작동하는 사회이기에 [“담배에 타투까지” 한소희, ‘부부의 세계’ 흥행→‘반전 과거’ 재조명…](헤럴드POP, 2020.4.8.) 류의 기사가 생산되고,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이런 기사는 확산하고 강화한다.

‘담배 피울 것 같지만 피우지 않는 여고생’은 ‘노담’(NO 담배)을 자랑스러워하며 광고는 훈훈하게 끝이 난다. 그렇다면 담배를 피우는 10대 여성의 실사판은 어떨까.

“A 씨는 지난해 4월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 골목길에서 B(18)양이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고 “그러다 기형아 낳는다, 당장 담배 끄라”며 훈계했다. 이에 B 양이 따지자 A 씨는 “여자가 어디서 담배를 피우냐”는 욕설과 함께 B양의 머리, 가슴 등을 폭행해 재판에 넘겨졌다” (“여자가 어디서 담배를..” 여학생 폭행한 70대 ‘벌금 70만원, 연합뉴스, 2020.7.7.)

이 글의 필자는 이선민 언론인권센터 미디어이용자권익본부장입니다. 언론인권센터는 언론보도 피해자 상담 및 구조, 정보공개청구, 미디어 이용자 권익 옹호, 언론관계법 개정 활동과 언론인 인권교육, 청소년 및 일반인 미디어 인권교육을 진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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