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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비 3천 원의 경제학

조회수 2019. 3. 25. 18: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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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고 블루'의 콜비 3000원에 대한 비판 여론, 하지만 그 이면에 존재하는 택시 시장의 실체.

아마 대도시 거주민이라면, 늦은 시각 택시의 승차 거부로 인해 불편을 겪은 기억이 모두들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특히 그중에서도 수도 서울의 택시는 승차거부뿐만이 아니라 그 특유의 낮은 서비스 질로 인해 소비자에게 늘 지탄의 대상이 되기 일쑤였고, ‘카카오카풀’로 촉발된 택시 기사 파업에 대한 시선도 싸늘했다.

신규 택시인 ‘웨이고 블루’의 콜비가 3천 원으로 책정되자 “승차거부 안 하는 비용을 3천 원 내라는 것이냐”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사실 명목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이는 기형적 택시업 구조로 인해 인과관계가 뒤바뀐 것에 가깝다.

‘웨이고 블루’는 택시업계(타고솔루션즈)가 카카오모빌리티와 협력해 만든 택시 서비스다. ‘승차거부 없는 택시’를 표방했고, 사납금제를 없애고, 기사들의 완전월급제를 실현했다(월급 약 260만 원+인센티브). 카카오T 앱을 통해 호출할 수 있지만, 콜비 3,000원을 더 내야 한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택시는 다음 세 가지 조건으로 특징지어진다.

  1. 엄청난 양의 공급
  2. 사납금
  3. 미터기 수익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영업 형태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2017년 뉴욕의 택시 면허 발급 수는 약 2만 6천 건(Yellow Cap 13,673건 및 Green Cap 12,000건)에 불과하나 서울의 택시 경우 개인과 회사를 통틀어 무려 약 7만 2천 건에 이른다(아래 도표 참조). 서울의 인구는 2017년 기준 뉴욕보다 약 120만 명 정도 많은 990만 명 수준이나, 택시의 공급량은 3배에 이르는 것이다. 당연히 공급이 많은 만큼 택시의 운행 서비스 가격도 서울이 뉴욕보다 낮다.

실제로 서울의 택시 요금은 2019년 현재 2km 기본료 3,800원에 132m당 100원이 추가된다. 반면 뉴욕은 Yellow Cap 기준 탑승 기본료 2.50달러에 0.2마일 당 0.50달러가 추가된다. 때문에 한 차례도 멈추지 않고 20km를 달렸을 때 서울의 택시는 17,436원이 부과되며 뉴욕 택시는 33.5달러가량이 부과된다. 뉴욕 택시는 여기에 다소간의 팁이 붙기 때문에 서울보다 택시 요금이 2배 이상 비싼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뉴욕의 모든 물가가 일반적으로 서울보다 2배 이상 비싼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출처: 서울택시 U2em, CC BY

즉, 서울의 택시는 공급 과잉으로 인한 필연적인 서비스 가격의 저하 및 사납금 제도로 인한 미터기 수익 위주의 운행이라는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소매 운송 사업이라는 특성상 고객의 구매 의사를 거부할 수 있다. 결국, 택시 기사들에게는 낮은 서비스 가격을 감내하는 대신 고객을 골라서 태울 권리가 주어진 셈이고 결국 이것은 고스란히 소비자의 불편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는 결국 택시 업계 구조의 특성상 저품질 저가격의 서비스가 균질화될 수밖에 없고, 무조건 기사들 탓할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때문에 ‘웨이고 블루’ 택시나 ‘타다’(쏘카의 운행 서비스, 11인용 RV를 이용해 기존 규제조건을 피했음. 편집자)처럼 완전한 월급여제를 추구하는 경우 이러한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 강제 배차를 함으로써 체리피킹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으며 기사 역시 미터기 수익에 집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먼저 런칭된 타다의 경우 교육 등을 통해 기존보다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현재 타다는 택시보다 약 20%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피크타임에는 대기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타다의 가격 역시 균형가격보다 고가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즉, 우리가 원하는 택시 서비스의 가격은 원래 지금보다 높아야 한다는 뜻이다.

출처: 타다 홈페이지

요약하자면, 현재의 택시 서비스는 승차거부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문제점을 제거한 다른 서비스는 결국 가격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승차거부 안 하는 대가로 콜비 3천원을 추가로 받는 것이라기보다는 승차거부가 없기 위해서는 원래 서비스 가격이 그 정도여야 했었거나 그것보다도 높았었어야 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좋은 속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서비스의 가격에 대해서는 다들 마음이 박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쁜 머리는 고데기이듯 좋은 서비스는 비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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