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방터시장은 오래오래 행복할 수 있을까?

조회수 2018. 12. 14. 19: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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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식당 포방터시장의 '해피엔딩'과 젠트리피케이션에 관하여

그저께(’18. 12. 12.) SBS TV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 — ‘홍은동 포방터시장 편’이 따뜻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해방촌 신흥시장 에피소드부터 조금씩 등장하기 시작하던 함량 미달 음식점들은 포방터시장 편에서 홍탁집으로 정점을 찍었다.

골목식당에서 이런 ‘문제아’ 가게 사장은 시청자들에게 이른바 ‘욕받이’로 불린다. 이번 포방터시장 편에선 ‘홍탁집 아들’ 권상훈 씨가 그런 역할(?)을 맡았고, 권상훈 씨의 활약(?) 덕분에 시청률이 부쩍 높아져 한 회차 연장 방영되기도 했다. 좋든 싫든 골목식당의 휴먼 다큐적 ‘신파’ 요소는 포방터시장 편에서 한층 강화됐고, 특히 홍탁집 모자와 돈까스 부부의 에피소드는 (좋은 의미에서)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는 같은 극적인 감동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했다.

출처: SBS 골목식당
골목식당은 이른바 ‘욕받이’ 역할을 하는 문제아(?) 식당 사장이 꼭 등장한다. 포방터시장 편에선 ‘홍탁집 아들’ 권상훈 씨가 그런 역할(?)을 맡아 시청률 상승을 견인했고, 결국은 개과천선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청자에게 훈훈한 감동을 선사했다. 그야말로 ‘해피엔딩’

그런데 내가 포방터시장 편에서는 더 주목한 장면은 따로 있다. 바로 시장 상인들이 백종원 대표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장면이다. 이전까지의 에피소드와는 달리 포방터시장 편에서 백종원 대표는 시장 상인들을 일일이 만나고 다니며 홍탁집 사장을 잘 봐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그 와중에 상당수의 상인들이 “포방터시장에 활기가 돌아왔다.” 며 백종원 대표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확실히 그래 보이긴 했다. 포방터시장이 방송에 알려지며 많은 사람이 찾아왔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당연한 원리이겠지만,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 화폐도 잘 회전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포방터시장은, 홍탁집 모자의 ‘해피엔딩’처럼, 오래 오래 행복할 수 있을까. 

출처: SBS 골목식당

잘 모르겠다. 현재로서 포방터시장은 ‘백종원이 와서 컨설팅을 해 준 곳’ 일 수는 있어도,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몰락한 상권이 재생되는 가장 큰 요건 중 하나인 다수 소비자의 반복적인 방문을 오랫동안 지속해서 유발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사실 자연적으로 쇠퇴한 상권을 정책적으로 되살리려는 시도는 실패 위험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제대로 성공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살펴봐도, 거의 없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골목식당] 첫 방송에서 ‘골목상권’ 과 ‘먹자골목’ 을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걸 기억하는가. 더본코리아를 비판하는 쪽에서는 더본코리아가 골목상권을 죽인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사실 더본코리아의 브랜드는 포방터시장 같은 골목상권에는 들어갈 일이 없다. 애시당초 임대료가 높고 경쟁이 치열한 상권에서 저가로 승부하는 브랜드가 백종원 프랜차이즈이기 때문이다.

이런 자영업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백종원 입장에서도 이 방송이 골목상권을 ‘오랫동안 지속해서’ 살릴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회의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래서 그런지 백종원은 늘 ‘문제 식당’ 사장들이 ‘솔루션’을 전수받아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면서도, 조금이라도 실수하거나 게을러지는 것 같으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까봐 그래(요)!”라고 듯 열변을 토한다.

사실 방송으로서의 [골목식당]은 백종원 입장에서는 본인 사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들을 돕는 것이기 때문에 거의 자선사업이나 마찬가지이다. 한 가지 웃긴 것은 정부가 여태까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살리겠다고 퍼부은 돈에 비하면 한 줌도 안 되는 골목식당 제작비가 비록 잠시뿐일지는 모르겠지만, 망한 상권을 살리는 데 더 큰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시책이 시행된 이래로 전통시장 매출은 지속적인 하락세다(우리나라 전통시장 전체 매출은 2005년 약 27조에서 2015년 약 21조 원으로 10년 사이 22.7%, 약 6조 2천억 원 감소했다. 참고 기사 링크).

결국, 지금까지 몰락 상권 재생에 가장 효과적인 역할을 한 것은 시장에서 자연 발생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도심 인근의 낙후지역이 활성화하면서 외부인과 자본이 유입되고, 그 결과로 주택이나 상가 임대료가 상승해 원주민이 밀려나는 현상) 말고는 없었다. 그러나 젠트리피케이션은 원주민이 수혜자가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두 가지다. 젠트리피케이션을 규제하고 정부가 하고픈 대로 돈을 투입하는 것과, 젠트리피케이션은 시장 자율에 내버려 두고 밀려나는 원주민에 대한 주거 대책을 제공하는 것이다.

명확하지 않은가? 망한 상권을 살리는 더 빠른 길은 결국 젠트리피케이션을 그대로 두고, 밀려나는 원주민에 관한 주거 및 교통복지에 힘쓰는 것이고, 그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일 것이다. 물론 이탈리아 등의 사례를 보면 공공 주거단지의 관리 소홀은 재앙을 불러 올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주요 수도권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둘 중 어느 것도 제대로 신경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재정을 늘리고 있지만, 이 재정이 윗돌 빼어 아랫돌 괴기 식의 정책에 투입된다면 오히려 장기적으로 저소득층 어려움은 가중될 수도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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