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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이 진실해도 안희정은 무죄일 수 있다

조회수 2018. 8. 20. 08: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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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 김지은 1심 판결의 쟁점을 간결하게 분석한다

우선, 안희정 사건(1심 판결) 중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부분에 관하여 왜 무죄가 선고되었는지에 관하여 살펴본다.

형법 제303조 제1항은 업무, 고용 기타 관계로 인하여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에 대하여 위계 또는 위력으로써 간음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위계(僞計)는 속임수를 의미하는 단어이지 상하 관계를 의미하는 위계(位階)가 아니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 위계는 문제가 되지 않고 위력만이 문제된다.

출처: 민중의소리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지난 8월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나와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 (ⓒ김철수 기자, 사진 제공: 민중의소리)

안희정의 행위가 ‘위력’인지 여부

위 조항은 감독자가 피감독자와 간음하였다고 무조건 처벌하는 규정이 아니라 그 수단이 위계 또는 위력인 경우에만 처벌한다는 것을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위력으로 볼 만한 언행이 무엇인지 밝혀야만 한다. 일각에서는 유력 대선주자였던 도지사와 비서의 관계 자체가 위력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본다.

위 조항은 감독자가 피감독자와 간음하였다고 무조건 처벌하는 규정이 아니라 그 수단이 위계 또는 위력인 경우에만 처벌한다는 것을 분명히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위력으로 볼 만한 언행이 무엇인지 밝혀야만 한다. 일각에서는 유력 대선주자였던 도지사와 비서의 관계 자체가 위력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김지은은 안희정의 어떠한 언행이 위력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잘 설명하지 못하였다. 주로 수행비서는 도지사의 말에 절대복종해야 하는 존재이어서 거절하지 못하였다는 주장을 하였다. 그러나 위 주장에는 안희정이 어떠한 위력을 행사하였다는 사실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피해자가 위력을 느꼈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행위자가 위력을 수단으로 사용하였고, 그에 대한 고의가 있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그러한 점이 입증되기 위해서는 안희정이 도지사라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다른 어떤 추가적인 요소가 있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그 추가적인 요소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나는 김지은의 인터뷰를 기준으로 볼 때 위와 같은 재판부의 판단은 옳다고 본다.

출처: JTBC 뉴스룸
지난 2018년 3월 5일 직속 상관인 안희정 당시 충남도지사가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JTBC 뉴스룸에서 주장한 김지은 씨.

그루밍 가능성 

전문심리위원은 가해자가 피해자를 길들여 성폭력을 용이하게 하는 그루밍(Grooming)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는데, 재판부는 전문직에 종사하는 성인 여성에 대해 단기간에 길들이기를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배척하였다. 그러나 전문직 성인 여성이라 하더라도 어떤 원인에 의하여 심리적으로 무력한 상태에 있었다면 그루밍이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를 입증하려면 정신과 진료 기록이 없다면 사건 발생 당시의 심리 상태를 사후적으로 감정하여야 할 것인데, 이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물론 주변 사람들의 증언 등 추가적인 증거에 의하여 다른 결론이 도출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루밍(Grooming)?

마부(groom)가 말을 보살피고, 길들이는 행위에서 유래했다. 안희정 – 김지은 사건에서 그루밍은 안희정이 김지은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했는지에 관한 것이다(마치 주인 – 노예, 마부 – 말의 관계처럼).

참고로 1. 통상 ‘그루밍’은 동물(특히 고양이)이 혀 또는 손발을 이용해 자신의 털이나 얼굴을 다듬고 손질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2. 그밖에 외모를 경쟁력으로 여겨 외모 치장에 과감하게 투자고 신경 쓰는 남성을 가리키는 ‘그루밍족’도 여기에서 유래한 신조어다. (이상 ‘편집자’)

김지은 말이 ‘사실’이어도 안희정이 무죄일 수 있는 이유

이 사건에 관한 대중의 반응은 극단적으로 나뉘어 있다. 여성가족부 장관까지 무죄 판결을 비판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사건의 진실은 당사자도 정확하게 알지 못할 수 있다. 

예컨대 안희정은 단순히 외로움을 호소하여 김지은과 성관계를 하려고 하였지만, 김지은 쪽에서는 그것이 도지사의 위력이라고 느꼈을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법적으로는 무죄이지만, 피해자 역시 사실을 진술하고 있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 관하여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각자 가지고 있는 편견에 따라 당연히 성폭력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거나 당연히 불륜관계라고 주장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안희정과 김지은은 모두 자신들의 주장에 배치되는 행위도 적지 않게 하였다. 안희정은 김지은에게 “다 잊으라”와 같은 명령조의 문자를 보냈고, 합의에 의한 관계라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라고 사과하기도 하였다. 

김지은은 안희정과 성관계를 원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도 “지사님 말고는 아무도 날 위로하지 못한다”와 같은 문자를 보낸 사실이 있다. 그러므로 두 사람의 관계를 쉽게 단정할 수는 없다. 당사자들이 말하지 않는 어떤 사실이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그러므로 대중은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자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특정 사건의 처벌 필요성에 몰두하여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성급한 입법을 해서도 안 될 것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유형의 성폭력 실태에 관하여 깊이 연구하고 그에 맞는 합리적인 입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차분히 준비해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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