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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문 지지자는 진보언론과 전쟁을 벌이는가

조회수 2017. 5. 20. 09:1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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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언론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문 지지자들의 행동에 우려를 나타내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제 나름대로 그 이유를 분석해 봤습니다. 정밀한 분석은 아니고 제 직감과 커뮤니티 글을 읽으며 공통적으로 느껴진 정서 등을 바탕으로 솔직하게 써봤습니다. 다소 두서없네요. 양해를 구하며 편의상 존칭은 생략합니다.


노 대통령 시절 진보언론은 노 대통령을 공격했다. 이건 부정하기 힘들다. 그때는 모든 언론이 다 노 대통령을 공격했으니까. 노 대통령의 실정이었든 뭐든 간에 노 대통령은 많은 공격을 받았고, 지지율은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노빠’라고 불릴 정도로 팬덤이 있던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까지 떨어진 것은 노 대통령의 지지자들도 진보언론을 보고 지지를 철회하고 침묵했다는 뜻이다.

“한겨레, 경향이 저럴 정도니 뭔가 엄청 잘못했나 보다.”

노 대통령 서거와 진보언론에 대한 원망 

정권이 바뀌고 이명박과 검찰, 언론의 공격을 견디지 못하고 노 대통령이 서거하자 소위 ‘멘붕’이 왔다. 뭔가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노 대통령의 뒤를 이은 이명박근혜는 최악 중에서도 최악이었다. 겨우 이 꼴을 보려고 노 대통령을 그렇게 공격했던 거냐는 의문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자신의 정보 소스였던 진보언론에 대한 원망이 들기 시작한 거다.

출처: 미상
젊은 변호사 시절의 노무현

문제는 진보언론이 그렇게 공정하지 않았다는 혐의가 나오며 감정의 골이 더 깊어졌다는 데 있다. 노 대통령이 고졸이어서 기자들이 대놓고 무시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이는 진보 언론의 엘리트주의에 대한 큰 반감을 만들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이 동교동계(김대중 계파)나 정의당 중심의 PD 계열 등에 아무 데도 속하지 않아 계파를 중시한 진보언론이 공격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우리는 보수와 싸우는 다 같은 진보라 순진하게 생각한 노 대통령 지지자들의 분노는 거세졌다. 그들은 ‘오유’나 클리앙 같은 커뮤니티로 집결해서 예전 자료들과 뉴스를 찾아 학습하고 공유했다. 팟캐스트를 찾아 들었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계파와 엘리트주의에 물들고 객관성을 상실한 진보언론은 필요 없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메갈리아 갈등 국면 

그러던 와중에 작년에 사건이 하나 터졌다. 메갈리아와 주요 남초 커뮤니티와의 갈등이다. 여기서 진보언론은 일제히 페미니스트를 옹호했다. 사실 약자를 옹호한다는 명분이 있기 때문에 이 스탠스는 문제 될 게 없었다.

그런데 커뮤니티 입장은 달랐던 것 같다. 일베에 대한 미러링이라 여겼던 메갈리아나 워마드의 미러링이 모든 한국 남성을 타깃으로 확대됐고, 일부 과격한 미러링에 남초 커뮤니티들은 메갈리아를 ‘여자 일베’라고 규정한 시점이었다. 그런데 진보언론이 페미니스트의 손을 들어주자 갈등이 심화됐다. 내 기억으로는 그 당시 진보언론에 대한 절독 사태가 크게 벌어졌다.

대선 국면에서도 갈등이 심화됐다. 호남 동교동계를 등에 업은 안철수에 대해 한겨레가 호의적이었다고 문 지지자들은 생각했다. 이게 단순한 문 지지자들의 착각인지, 아니면 정말 안철수를 밀어줬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양상우 한겨레 사장이나 하어영 기자가 안철수를 대하는 태도 등을 보고 문 지지자들은 한겨레가 공정성을 잃었다고 판단한 듯 하다.

문 지지자들이 보기에 안철수는 고학력에 화려한 스펙을 가졌고 기업인이라는 지점에서 이명박이나 박근혜로 투사됐다. 문재인 후보는 당연히 노무현 대통령으로 투사됐다. 이번에는 정말 사생 결단하는 마음으로 대선을 치렀고 많은 감정적 앙금이 생긴 채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출처: KOREA, CC BY NC SA
문재인 대한민국 19대 대통령 취임식 모습

유시민의 '어용 지식인' 발언 

문 대통령이 당선되자 문 지지자들은 더 이상 진보언론에 속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어차피 조중동은 그들 편이 아니다. 대신 진보언론이 만약 문 대통령에게 적의를 보인다면 이번만큼은 끌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유시민의 ‘어용 지식인’ 발언은 이론적 뒷받침이 됐다. 그래서 아주 작은 예의 없음이나 비판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고학력 기자들에 대한 반감이나 구세대적 계파, 무리 짓기에 대한 반감, 과거의 트라우마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출처: 한겨레TV 갈무리
’17 5월 5일 공개된 한겨레TV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유시민은 노무현 정부 시절 진보언론과 진보 지식의 태도에 관해 말했다.

방송가에서 맹활약 중인 유시민 작가가 문재인 정부에서 “진보 어용 지식인으로 남겠다”고 선언했다. ‘진보 어용 지식인’으로 그냥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방송 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 언론의 왜곡 보도나 비난에 맞서 수문장 역할을 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유 작가는 5월 5일 공개된 한겨레TV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초대 손님으로 나와 참여정부 시절 처음부터 비난 일변도였던 보수언론의 공격도 견디기 힘들었지만 진보언론과 진보 지식인들의 비판을 견디기 힘들었다는 소회를 밝혔다.



이 현상이 조중동까지 확산할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어차피 그들은 조중동을 당시에도 소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을 외면하게 한 것은 조중동이 아니라 진보언론 때문이라는 복잡한 피해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특별한 계기가 없다면 조중동까지는 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원하는 건 논리와 훈계가 아니라 ‘반성’ 

어쨌든 기자 중에 억울한 분도 있고, 문 지지자들의 극성이라는 현상에 화난 분도 있겠지만, 내가 파악한 내막은 이렇다. 즉흥적인 게 아니라 9년을 참아온 거라는 얘기다. 또, 문 대통령의 당선으로 인한 ‘홍위병’이나 ‘문빠’로 보는 것도 오판이다. 홍위병은 자신들의 이득을 바라고 나대는 거지만, 지금 문 지지자들은 이런 입장에 가깝다.

‘더러운 싸움은 우리가 할 테니 문 대통령은 하고 싶은 정치를 하세요.’

이건 노무현 정부 때 외면에 대한 뿌리 깊은 반성에 나온 행동이다. 따라서 ‘빠심’하고도 미묘하게 다르다. 문 대통령이 멈추라고 해도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자율적이고 집단적인 의지가 커뮤니티 게시판을 근거지로 일률적으로 움직이는 형태다. 조직과 계파에 익숙한 이들은 뒤에 움직이는 세력이 없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테지만, 실제로 이럴 수도 있다.

공감 능력보다는 냉철한 이성과 비판을 금과옥조로 여기는 언론인과 기타 지식인들은 여전히 이들이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자신이 누구와, 왜 싸우고 있는지는 이해해야 한다. 그들에게 ‘내가 뭘 잘못했는지 말해보라’고 묻는 것은 그들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거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논리와 훈계가 아니라 반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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