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투어리즘: 포켓몬 GO 때문에 야간 버스를?

조회수 2016. 12. 1. 17:0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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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투어리즘: 포켓몬 GO 때문에 야간 버스를?

디지털 시대의 가족일기



2016년 7월 6일,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포켓몬 GO가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리고 약 2주 뒤인 7월 22일에 일본에서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포켓몬스터의 스마트폰용 게임인 포켓몬 GO는 위치 정보를 이용한 게임성이 포켓몬스터의 세계관과 딱 맞아 떨어지면서 오픈 당시에는 일부 사회 시스템이 마비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포켓몬 GO가 오픈한지 4개월 지난 지금, 포켓몬 GO는 얼마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을까?

포켓몬 GO의 거품이 빠졌다?

한국에서 서비스되지 않고 있어서인지 많은 한국인이 포켓몬 GO의 인기는 이제 거품처럼 사라져버렸는지 아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이것부터 잠시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언론에는 종종 포켓몬 GO를 깎아 내리는 기사가 올라온다. 거품이 빠졌다거나, 4개월 동안 이용자 수가 ¼로 줄었다거나, 다운로드 순위가 10위 아래로 내려가며 몰락을 했다는 등의 표현을 즐겨 쓴다. 하지만 그러한 이야기는 우리가 매년 10월 말이 되면 흔히 접하는 “애플, 혁신은 없었다”와 비슷한 부류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일본에서 포켓몬 GO는 앱스토어 매출 순위가 여전히 3~7위다. 11월 중순까지를 기준으로 지금까지 가장 매출 순위가 낮았던 것이 11월 1일의 12위였고, 11월 1일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10위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참고로 일본에서 스토어 매출 5위 정도면 양대 스토어를 합쳐서 하루에 최소 12~15억 원 정도의 매출이 나온다. 매달 1일은 경합이 심한 날이라서 12위여도 양대 스토어 합쳐서 10억 원 이상의 매출이 나온다. 



  • 포켓몬 GO는 출시된 지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상당한 수익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이 정도 순위라면 포켓몬 GO는 지금도 일본에서만 매달 최소 350~400억 원 정도의 매출이 나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것은 일본에서만의 이야기다. 미국 앱스토어에서는 7월 7일부터 9월 18일까지 계속 매출 순위 1위였으며, 현재도 2~5위 사이로 미국에서는 단 한 번도 매출 순위 10위 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 아마 다른 국가들의 매출을 모두 합치면 포켓몬 GO는 아직도 한달에 1,000억 원 가까운 매출을 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용자 수도 일반적인 스마트폰 게임의 패턴을 고려했을 때 4개월에 ¼밖에 안 줄어든 것은 매우 높은 수치다. 그러니까 출시 직후의 축제와 같은 분위기는 이제 사라졌지만, 거품이 빠졌다는 평가는 너무 이르지 않은가 하고 생각한다.

포켓몬 GO가 가져온 변화

포켓몬 GO가 가져온 가장 큰 성과는 게임이 가상의 세계를 현실과 이어주는 접점으로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위치정보서비스(LBS; Location Based Service)를 이용한 앱이나 게임은 과거에도 존재했지만, 대부분 게임들이 위치정보서비스를 게임 플레이의 부가적인 기능으로만 사용했었다. 하지만 포켓몬 GO의 원형이 된 인그레스(Ingress)는 위치정보서비스가 게임 플레이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되는 지오캐싱(Geocaching, GPS를 이용한 보물찾기 놀이) 기법을 활용한 게임이다.

  • 위치기반서비스를 이용한 게임, 인그레스

포켓몬 GO는 인그레스를 더 업그레이드한 뒤 포켓몬 캐릭터들을 입힌 것인 만큼 지금까지 나온 위치정보서비스 기능을 도입한 게임들보다 한층 더 현실 세계를 게임 속에 반영하고 있다. 포켓몬 GO는 특정 좌표에 숨겨져 있는 포켓몬을 획득하기 위해 GPS를 활용하며, 카메라를 이용해 현실 세계 속에 포켓몬을 등장시킨다. 게임이 현실 세계의 사람들을 어느 한 곳으로 모이도록 하는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제로 이러한 가능성은 포켓몬 GO가 공개된 이후에 여러 번 실험되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2011년 3.11 대지진 때 쓰나미의 피해를 입은 지역에 희귀한 포켓몬들이 대량으로 출연하도록 하여, 지역에 많은 사람을 불러모은 것이다. 이 이벤트는 상당히 큰 효과를 거두어서 실제로 이벤트 기간 동안 레어 포켓몬들이 대량으로 출연했던 지역의 경기를 활성화하는 효과를 거뒀다. 특히 한계 집락(*) 문제가 심각한 일본에서는 포켓몬 GO를 이용해 지역을 활성화 시키고자 하는 여러 실험이 벌어지고 있다.

*한계 집락: 초고령자만이 남아 있는 소규모 지자체나 마을
  • 포켓몬 GO를 이용해 침체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실험들이 이어진다.

물론 포켓몬 GO를 하면서 운전하던 트럭이 어린 소년을 치어 죽게 하는 등 사고도 자주 일어나고 있지만,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아직은 많다.

기술이 결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본 컨텐츠’

사실 포켓몬GO의 모습은 몇 년 전에 한참 화제가 되었던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증강현실은 한국의 수많은 스타트업이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던 분야다. 그렇기에 우리의 증강현실 관련 기술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 당연히 과거에 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포켓몬 GO와 비슷한 기획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실현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증강현실의 가능성을 알아보지 못한 투자자나 정부의 잘못인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면 포켓몬 GO는 포켓몬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포켓몬 GO는 포켓몬이라는 강력한 캐릭터의 힘 없이는 성립하기 어려운 컨텐츠기 때문이다. 기술과 인프라의 문제는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 포켓몬 GO 같은 게임이 나오기 위해서는 강력한 캐릭터가 함께 있어야 한다.

몬스터 하나 잡으려고 야간 버스를?

요즘 포켓몬 GO 이용자들은 아무 곳이나 돌아다니지 않는다. 서비스가 시작되고 4개월이 지난 지금은 레어 포켓몬 출연 정보를 SNS에서 공유한 뒤, 공유된 출연 정보에 따라서 수많은 이용자가 비슷한 시간대에 한 곳에 모여드는 방식으로 플레이 형태가 바뀌어 가고 있다. 어떤 사람은 레어 포켓몬을 잡기 위해 야간 버스를 타고 지방으로 이동하기도 한다.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다.

‘겨우 게임 속 몬스터 하나 잡으려고 그런 짓까지 하느냐?’

혹자는 한심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레어 포켓몬은 하나의 계기이자 핑곗거리에 불과하다. 많은 이들은 게임을 통해 현실 세계에서의 소통을 원한다. 그래서 그런 열정을 보인다. 누군가는 현실 세계 속 어디에서나 접속해 즐길 수 있는 온라인 세계 속으로 이동하고 싶지만, 또 누군가는 하나로 연결된 온라인 세계를 매개체로 오프라인 속 어느 공간으로 이동하고 싶은 것이다.

점차 현실과 가상 현실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 기능도 큰 의미에서 보자면 가상 공간을 보면서 현실 속 공간을 이동하는 것이 아니던가. 메신저로 대화하면서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교류하고, 지금 먹는 음식 사진을 SNS에 올리면서 자신의 일상을 가상 공간에 링크하고 있지 않던가. 그렇게 생각하면, 포켓몬 GO가 가져온 사회 현상은 당연한 흐름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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