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희알림이 생긴 이유? 무능한 정부, 커지는 불안
지진 대비도 각자도생? 무능한 정부, 커지는 불안
2016년 들어 한국에서 발생한 규모 2.0 이상의 지진 중 44.4%가 경상도 지역에서 발생했다.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은 규모 5.8로 관측 사상 최대 규모였다. 원전 12기가 밀집된 경북 지역은 지난 10년간 가장 많은 지진이 발생했다.
참고로 이 지진의 진앙으로부터 50km 떨어져 위치한 고리원자력발전소 중 1호기는 규모 5.9(수직), 6.3(수평)에서 자동 정지한다.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는 기준을 초과하지 않아 원전 작동 중지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과 여러 차례의 여진을 경험한 시민들은 불안함을 호소했다. 과연 한국 정부는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국민을 잘 보호할 수 있을까?
각종 소셜서비스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회자하여 정부에 대한 불신과 국민의 불안을 키운 사항들을 정리해본다.
1. 뒷북, 국민안전처의 긴급재난문자
지난여름, 폭염주의보를 알리는 긴급재난문자를 받았지만, 전기료 누진제 때문에 에어컨을 틀지 말지 고민만 하다 에어컨 리모컨을 내려놓은 시민들이 적지 않았을 거다. 반면 2015년 메르스 사태 때는 2주가 지나서야 긴급(?)하게 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이번 지진 때도 긴급재난문자가 뒷북 발송되어 아무런 정보도 없이 지진의 무서움을 온몸으로 느껴야 했다.
긴급(?)재난문자를 보낸 국민안전처
2. 긴급재난문자, 3G 이용자는 아예 못 받아
하지만 현재 긴급재난문자는 휴대폰 가입자 중 4G(LTE) 이용자와 2G 이용자만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1천5백만 명가량의 3G 이용자는 뒷북 문자조차도 받지 못한다는 뜻이다. 무려 휴대폰 가입자의 25% 정도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4G 이용자라 하더라도 2013년 이전에 만들어진 휴대폰(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사람 역시 긴급재난문자를 받을 수 없다.
단, 3G 이용자나 2013년 이전에 만들어진 스마트폰을 쓰는 이용자라 하더라도 이용자가 직접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 플레이에서 “안전디딤돌” 앱을 받으면 푸시 행태로 받아볼 수 있다.
3. 지진대비도 DIY, 각자도생의 시대
지진이 나면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다운되고 긴급재난문자는 한발 늦게 도착한다. KBS를 비롯한 지상파 방송국들은 자막 정도만 내보낼 뿐 드라마 등 예정된 방송을 내보내는 상황에서 불안함을 느끼는 시민들은 자구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9월 12일 지진 때 카카오톡은 불통이 됐지만,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은 멀쩡했다. 사람들은 뒤늦은 재난문자와 뉴스 속보, 접속 안 되는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를 뒤로하고 소식을 나누고 정보를 나눴다.
클리앙 이용자 ‘이프로부족’은 지진이 나면 디시인사이드 지진희갤러리에 글이 많이 올라오는 걸 착안해 1분 이내에 20개 이상의 글이 올라오면 텔레그램의 특정 채널에 메시지를 보내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텔레그램 이용자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데, 정확도를 떠나 씁쓸함이 앞서는 DIY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4. 국민은 일본 정부 매뉴얼, 일본 앱 서비스 쓴다
한국 국민 대부분은 지진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은 적이 없거나 매뉴얼을 읽은 적이 없다.
법률로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국가 위기관리지침(대통령훈령 제342호)”가 있고, 보건복지부가 적용할 “지진재난 위기대응 실무매뉴얼”이라는 것도 있지만, 이는 정부, 관공서, 기관 담당자들을 위한 매뉴얼일뿐이다.
구글이나 네이버 등에서 “지진 매뉴얼”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해보면 가장 먼저 뜨는 정보는 일본 도쿄도에서 제작한 지진 매뉴얼 [도쿄방재]다.
대신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일본 기업이 만든 유레쿠루콜(Yurekuru Call. 아이폰용, 안드로이드용)을 주로 이용한다. 이 앱은 1초라도 지진 전에, 늦어도 대체로 몇 초 이내로 알림을 보내준다.
5. 지진 나도 ‘야자’는 해야지?
한국의 고등학교 야간 자율(?)학습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지진도 막을 수 없다.
부산의 한 고등학생은 한겨레와의 메신저 인터뷰를 통해 사상 최대 규모 지진 중에도 야자를 계속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사실을 밝혔다. 대구와 광주의 고등학교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
“가만히 있으라”는 진행 중이다.
6. 국민안전처 홈페이지, 안 열리거나 트래픽만 빨아먹거나
국민안전처 홈페이지는 9월 12일 지진 때도 불통 상태였고, 9월 19일 지진(규모 4.5) 때도 불통 상태였다. 9월 12일 홈페이지 다운 이후 처리용량을 80배 향상시켰다고 발표하자마자 다시 다운된 것이다.
- 한국 국민안전처: 19MB
- 한국 기상청: 1MB
- 일본 기상청: 185KB (0.18MB)
- 미국 지질조사국 지진 정보: 540KB (0.53MB)
- 구글: 370KB (0.36MB)
- 네이버: 1.1MB
- 다음: 650KB (0.63MB)
7. 지방에 지진 나도 서울 걱정이 과한 분위기
실제로 지진이 일어난 경주를 비롯해 그 인근 경상도 지역은 크고 작은 피해가 많이 발생했고 그에 따라 주민 불안이 매우 컸지만, 국민 세금을 받는 KBS마저 정규 방송을 그대로 유지하는 등 마치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일 취급했다는 불만도 많다.
언론사들이 실제 피해가 일어난 지역에 대한 리포트와 비교하면 지나치게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 ‘서울에서도 느껴질 정도의 지진’
- ‘서울까지 지진이 나는 것 아닌가’
- ‘서울에서 지진이 난다면’
- ‘규모 6.5 지진이면 서울·수도권도 위험하다’
경주시가 9월 20일까지 집계한 자료를 보면 공식 피해규모는 58억 원가량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