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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위험하게 만드는 미세 플라스틱의 정체

조회수 2016. 7. 25. 20: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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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 플라스틱, ‘마이크로비즈’를 아십니까

폐비닐에 다리가 얽혀 괴로워하는 물개
스티로폼 조각을 삼킨 바다거북
플라스틱 병뚜껑을 뒤집어쓴 집게
수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죽은 바닷새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로 고통당하고 있는 해양 동물들에 관해서는 이미 사진을 통해 이 충격적인 사실을 알고 계실 겁니다. 말 그대로 정말 충격적이죠.


해변에서 발견된 다양한 플라스틱 쓰레기들

하지만 바다를 괴롭히는 플라스틱 문제는 이렇게 크기가 큰 플라스틱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플라스틱, ‘미세 플라스틱’이라고 불리는 물질들이 바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는 것이 최근 여러 연구를 통해 계속해서 알려지고 있습니다.

바다의 숨통을 조이는 미세 플라스틱

날마다 세계 곳곳의 공장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플라스틱 제품이 쏟아져 나옵니다. 생산량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죠. 지난 10년 동안 생산된 양이 이전 100년간 만들어진 플라스틱을 모두 더한 양보다 많을 정도입니다.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대부분의 플라스틱 물질은 생분해가 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생산된 거의 모든 플라스틱이 분해되지 않고 땅 밑에, 그리고 바닷속에 존재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매년 전 세계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약 800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바다를 떠다니는 플라스틱들은 분해되지 않고 물결에 쓸려 더 잘게 부서집니다. 작아지면 작아질수록, 인류에게 더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바다를 오염시키는 작은 악당, 미세 플라스틱 마이크로비즈

‘미세 플라스틱(Microplastics)’은 크기 5mm 이하의 작은 플라스틱 입자를 말합니다. 조각, 파편, 알갱이, 섬유 등 다양한 형태를 띠죠. 생산 당시부터 작게 만들어지는 ‘1차 미세 플라스틱’과 생산될 때는 크기가 그보다 컸지만, 이후 인위적 또는 자연적으로 마모되어 크기가 5mm 이하가 된 ‘2차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류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약 51조 개의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해수면을 떠다니고 있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해수면뿐 아니라 해수층, 해저 퇴적물, 심지어는 북극의 해빙에서도 발견될 정도로 해양 생태계에 만연해 있습니다.


문제는 바다 생물들이 이를 먹이로 오인한다는 데 있습니다. 해양 생태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플랑크톤에서부터 어류, 해양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먹이사슬의 모든 단계에 있는 생물이 미세 플라스틱을 먹을 수 있습니다. 식탁에 흔히 오르는 해산물, 그리고 생태계 유지에 필수적인 종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미세 플라스틱이 환경에 끼치는 영향

이렇게 미세 플라스틱을 삼킨 해양 동물은 물리적인 상처에서부터 장폐색, 산화 스트레스, 섭식 행동 장애, 에너지 할당 감소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겪을 수 있습니다. 게, 갯지렁이, 굴 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미세 플라스틱이 성장과 번식에도 장애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미 위험에 노출된 식탁 위 해산물

두려운 것은 바다의 미세 플라스틱이 인간에게까지 해로운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미세 플라스틱은 이를 삼킨 해양 동물의 소화관에 축적됐다가, 먹이사슬을 타고 상위 단계로 이동합니다. 미세 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사람이 섭취하는 다양한 해산물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되었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인체 유해 가능성을 결코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의 견해입니다.


우리 식탁에 오르는 해산물은 이미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린피스가 학술 논문을 검토한 결과, 홍합, 굴, 게, 숭어, 대서양 참다랑어, 날개다랑어, 바닷가재 등, 사람들이 즐겨 먹는 다양한 해산물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 또는 전이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의 여정

심지어 독성 물질과 결합한 미세 플라스틱이 해산물에서 발견되고 있죠. 연구자료에 따르면 미세 플라스틱은 유해 화학물질을 빨아들이고 또 배출합니다. 어떤 연구에 의하면 미세 플라스틱의 독성이 주변 환경보다 약 100만 배 높게 검출된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미세 플라스틱을 플랑크톤부터 각종 어패류, 물고기가 먹게 되죠. 유해 물질은 플라스틱 입자에 붙어 물고기의 체내에 축적돼 있다가 결국 우리 식탁에도 오를 수 있습니다.

내가 흘려보냈을지 모를… 

바다로 유입되는 미세 플라스틱 중 일부는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에서 배출됩니다. 매일 사용하는 치약이나 바디 스크럽, 화장품, 세제 등에 미세 플라스틱이 포함됐을 수 있죠. 이런 제품에 넣기 위해 생산된 미세 플라스틱을 마이크로비즈라고 부르는데, 이는 대부분의 하수 처리 시설에서 걸러지지 않습니다. 결국, 우리집 세면대에서부터 바다까지, 치약 튜브에서 나온 미세 플라스틱이 직행하게 되는 거죠.


세면대에서 발견될 수 있는 몬스터, 마이크로비즈. 치약, 바디 스크럽, 화장품, 세제 등에 포함된 미세 플라스틱, 마이크로비즈는 하수 처리 시설에서 걸러지지 않고 바다로 직행하게 됩니다.

따라서 소비자로서 우리는, 마이크로비즈가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에 포함되어있는지 점검해 보고, 새 제품을 살 때면 마이크로비즈가 들어있는지 따져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내가 사용하는 제품에 작은 알갱이가 보이는지 확인한 후 제품에 사용된 성분 확인, 알갱이가 녹는지 확인해보는 과정을 통해서 내가 사용하는 제품에 포함되어 있는지를 대략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 좀 더 자세한 설명은  “내 제품 속 마이크로비즈 확인해보기: 간단 테스트” 를 참고해주세요.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 테레프타레이트(PET), 폴리메타크릴산 메틸(PMMA), 나일론 성분이 함유된 제품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화장품의 경우 여성환경연대가 조사한 ‘미세 플라스틱이 사용된 화장품 목록’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마이크로비즈가 포함되어 있거나 포함된 것으로 의심되는 제품을 가지고 계신다면, 해당 회사에 돌려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소비자로서 마이크로비즈를 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하기 위해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테니까요.

정부가 나서야 할 문제, 마이크로비즈 규제

기업들은 마이크로비즈를 제품에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문제를 인식한 글로벌 화장품 회사들은 이미 마이크로비즈를 쓰지 않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이미 많은 화장품 회사에서 견과류 껍질이나 씨앗류 가루, 설탕 등이 친환경 대체재로써 사용되고 있습니다.


비트 더 마이크로비즈 캠페인 사이트를 통해 자사의 제품에서 마이크로비즈 사용 중지를 약속한 기업들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대한화장품협회가 마이크로비즈 사용 중단을 권고하는 자율규약을 내놓으면서 55개 화장품 기업이 동참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자율적인 노력만으로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란 어렵습니다. 업계 내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이크로비즈를 사용하는 기업들도 많을뿐더러, 치약 등 의약외품은 전 성분의 표시자체가 법적 의무사항이 아니라 소비자의 감시로부터 빠져나갈 구멍이 열려있습니다. 또한, 마이크로비즈에 대한 정책이 있다고 해도 기업마다 마이크로비즈에 대한 정의와 적용 범위가 제각각 달라서 소비자들에게는 혼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규제를 마련하지 않는 한 마이크로비즈로 인한 바다 오염을 완전히 막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법적 규제를 통해 마이크로비즈의 사용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이 문제에 대처하는 방법입니다.


우리가 함께 지켜야할 아름다운 바다

전 세계 곳곳에서 마이크로비즈 규제를 법제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습니다. 가장 먼저 규제 조치를 한 국가는 미국으로, 오바마 정부는 지난 2015년 12월 마이크로비즈 청정 해역 법안(Microbead-Free Waters Act of 2015)을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안은 물로 씻겨 나가는 모든 제품에서 마이크로비즈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며, 마이크로비즈가 포함된 제품의 생산은 2017년 7월 시작으로, 그리고 이미 생산된 제품에 대한 판매는 2018년 8월부터 미국 전역에서 전면 금지됩니다.


미국에 이어 최근 캐나다, 영국, 대만 정부가 마이크로비즈를 법적으로 규제하겠다고 공식입장을 밝혔습니다. 캐나다의 경우 이미 온타리오 주정부가 “마이크로비즈 사용 감시 및 금지 법안 (Microbead Monitoring and Elimination Act)”을 통해 마이크로비즈 사용의 전면적인 금지를 도입했고, 나아가 캐나다 그레이트 레이크 지역의 마이크로비즈 오염 정도를 매년 측정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최근에는 마이크로비즈를 공식적으로 “독성물질” 목록에 포함해, 캐나다 전역에 법적 규제를 도입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바로 지금, 한국 정부도 행동에 나서야 합니다. 해양 환경 보호를 위해서뿐 아니라, 한국 화장품의 국제적 경쟁력을 위해서도 마이크로비즈 금지 법제화가 필요합니다. 한국 정부가 시급히 법제화에 나서도록, 여러분이 힘을 보태 주세요.

이 글의 필자는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해양 보호 캠페인 팀장인 아리아나 덴샴(Ariana Densham)입니다. 마이크로비즈에 관한 좀 더 다양한 정보는 아래 링크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편집자)

▶ 바닷속 작은 악당, 마이크로비즈 그만!
▶ 과학 보고서 ‘우리가 먹는 해산물 속 플라스틱’ ▶ 캠페인 리포트 ‘바다의 숨통을 조이는 미세 플라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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