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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닷컴, 오프라인 서점 300~400개 연다고?

조회수 2016. 2. 29.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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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월 3일과 4일 아마존닷컴이 300~400개 오프라인 서점을 열 수 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 보도의 일차 진원지는 월스트리트저널의 2016년 2월 2일 보도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부동산기업 제너럴그로스프로퍼티(General Growth Properties; 이하 GGP) 경영진의 전화 컨퍼런스를 소문의 진원지로 표시하고 있으며, 이어서 아마존닷컴 대변인은 이 소문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고 밝히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의 2월 3일 보도
출처: 지디넷 코리아의 2월 3일 보도
출처: 조선일보의 2월 4일 보도

외신보도에서 팩트체크 문제



여기서 외신보도에 기초한 보도가 쉽게 범할 수 있는 두 가지 오류를 살펴보자.


첫째, 팩트체크에는 두 개의 출처 규칙(rule of two-sources)이 필요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는 GGP 경영진의 진술에 근거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할 또 다른 출처는 확인할 길 없다. 그렇다면 GGP는 어떤 기업일까? 시카고에 본사를 둔 부동산기업 GGP는 2007~2008년 세계 금융위기 보도에서 유명세를 얻은 기업이다. GGP는 미국 전역에 약 120개의 쇼핑센터에 대한 지분을 가지고 있거나 100% 소유하고 있었다. 아마존닷컴이 오프라인 서점 수를 300~400개로 확대할 경우 GGP에게도 간접 경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지점이다.
GGP는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받았고 2008년에는 기업회생을 신청하기에 이른다. 당시 GGP의 부채는 250억 달러 수준이었다. 2009년 파산절차를 시작한 GGP는 2010년 극적으로 파국을 모면했다. 이 과정 모두는 위키백과에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조금 더 검색해 보면 GGP는 합병 대상이라는 이른바 로이터의 2016년 1월 28일 소문 뉴스를 찾을 수 있다. 기업가치의 극대화가 필요한 시점임으로 추론할 수 있다. 요약하면 이번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의 근거인 부동산 기업 GGP 경영진 진술의 신뢰도가 매우 의심스럽다. 한국의 외신보도는 이 부분을 적시하는 것이 옳았다.
둘째, 미국 기업의 “논평 거부” 또는 이른바 “노 코멘트”는 미국 법을 고려한 매우 전략적인 행위다.


월스트리트저널을 비롯 아마존닷컴의 300~400개 오프라인 서점 오픈 소식을 전하는 미국 언론들은 아마존닷컴에 사실 확인을 문의했다. 아마존닷컴 대변인은 이에 “논평 거부”로 대응했다. 논평 거부는 미국 기업이 기업 관련 소문에 대응하는 법적 방어 수단이다.
기업 A와 기업 B가 인수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소문이 떠돌고 있고, A의 대변인이 이 소문에 대해 “그런 일 없다”고 답했다고 가정해 보자. 2년 이후 실제 A와 B가 합병했을 경우, A의 대변인이 “그런 일 없다”고 한 표현은 투자자 이익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 A의 2년 전 태도는 그 의도와는 무관하게 미국에서 고소 대상이다.
그러므로 미국 뉴스에서 “논평 거부” 또는 “노 코멘트”는 소문 또는 사실을 간접 확인하는 표현이 아니다. “노 코멘트”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 미국 언론의 일반적인 팩트체크 관행과 이에 대응하는 미국 기업의 또 다른 관행이다.
한국 독자들에게 이 두 가지 문맥이 느껴지도록 외신을 인용한 기사를 작성하는 관행(?!)이 절실하다.


아마존닷컴의 오프라인 진출



그렇다면 아마존닷컴이 300~400개 오프라인 서점을 열려고 하는 계획은 과연 근거 없는 소문에 불과할까? 아마존닷컴은 2015년 11월 시애틀에 오프라인 서점을 실제 열었다. 오프라인 서점을 넘어 애플 스토어와 유사한 아마존 스토어의 확대는 개연성이 높은 추론이다.
오프라인 아마존 스토어가 가질 수 있는 전략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첫째, 아마존닷컴은 뉴욕, 런던, 파리, 베를린 등 아마존닷컴의 시장 지배력이 확보된 곳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열 가능성이 크다. 아마존 매장은 책을 일부 전시할 수 있으나, 책 판매가 주요 목적일 수 없다. 도서 판매에서 롱테일 모델은 변함없이 유효하기 때문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이른바 O2O가 확대되어도 죽어버린 오프라인 비즈니스 모델이 부활하는 일은 없다. 아마존 매장은 오히려 아마존 에코, 아마존 대시, 아마존 킨들 등 아마존 제품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안경판매 기업 와비파커(Warby Parker)의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판매를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북미 및 유럽의 다수 온라인 판매 전문기업의 오프라인 매장은 전통적인 판매처(Point of Sales) 의미가 아닌 체험의 장소(Point of Experience)로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둘째, 아마존 물류 시스템의 변화다. 아마존닷컴은 대형 물류센터에 기반을 둔 거점형 네트워크 배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대형 거점 중심의 물류 네트워크가 가지는 한계다. 특히 땅덩이가 큰 미국과 유럽에서 가열되고 있는 당일 배송(One-Day Delivery)이 큰 문제다. 한국처럼 낮은 인건비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아마존닷컴은 2013년 12월 이른바 예측형 배달(Anticipatory Shipping)과 관련한 특허를 획득한다. 이 시스템은 구매가 예측되는 물품을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지역으로 미리 옮겨놓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물류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당일 배송 경쟁에서 작지 않은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리코드가 아마존닷컴의 300~400개 오프라인 서점 오픈 가능성을 분석하는 기사에서 소개하는 것처럼, 2015년 아마존닷컴은 예측형 배달에 매우 작은 오프라인 거점을 활용하는 추가 특허를 획득한 상태다. 요약하면 아마존닷컴은 오프라인 아마존 스토어를 물류 배달 네트워크로 활용할 계획을 하고 있다.
온라인 상거래가 오프라인으로 확대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 등장한 “상점 내 검색(search-in-store)”이 대표 사례다. 이를 통해 매장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종류와 수가 실시간으로 스마트폰 이용자에게 제공된다. 이는 재고관리와 검색의 동기화를 통해 가능하다.
온라인 상거래 기업의 오프라인 매장은 위에서 언급한 체험의 장소(Point of Experience)로 기능하면서 이른바 “모든 채널(omnichannel)을 활용하는 상거래” 시대를 열고 있다. 여기에 아마존닷컴은 물류 시스템의 경제 효율성 증대를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하고 있다. 이렇게 상거래의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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