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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업 강국 한국 식탁에 올라온 인권유린

조회수 2016. 2. 4. 09:5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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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산물이 식탁에 올라오기 까지..
요즘 거리에서 “공정무역 커피”, “착한 커피”라는 문구가 쓰인 카페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저개발국의 노동력을 착취하지 않고 윤리적이고 공정한 방법으로 생산·유통된 커피를 사용한다는 뜻입니다. 커피나 차, 코코아 같은 식품뿐 아니라, 의류, 보석, 면화, 꽃, 심지어 3D 프린터기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먹고, 입고, 쓰는 제품의 제조, 가공, 및 유통 과정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감시가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기대
이러한 흐름을 통틀어 ‘윤리적 소비 운동’이라 일컫습니다. 아직은 선진국보다 부족하지만, 최근의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나듯 국내에서도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해외, 국내를 불문하고 우리가 먹는 해양수산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지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매우 부족한 현실입니다.
지속 가능한 어업 방식으로 잡힌 수산물로 차려진 음식
지난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의 날’을 시작으로, 그린피스는 두 편의 글을 통해 수산업계의 심각한 인권유린과 해양환경파괴에 대해 여러분께 알려드렸습니다.



하지만 글을 읽으면서 이런 의문점을 가진 분들도 있으시리라 생각합니다.
“해외 노동자들의 문제인데 우리와도 상관이 있는 건가?”

“내가 먹는 수산물에도 노동착취나 해양파괴 같은 문제가 있다고?”
오늘 그린피스는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드리고자 합니다.



한국인의 각별한 수산물 사랑



꽁치구이, 좋아하시나요? 골뱅이무침, 해물탕, 갈치구이, 전복죽, 미역국, 참치회, 꼬막무침, 고등어묵은지조림… 이런 음식들은 어떤가요? 우리가 즐겨 먹는 음식 중 해산물을 이용한 요리들, 정말 끝없이 나열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열공
한국인의 수산물 사랑은 실로 각별합니다. 전 세계의 해산물 일 인당 소비량은 연간 19.2kg(2012년 기준)인데 반해 한국인의 경우 그 3배에 가까운 54.9kg(2012년 기준)이라 하니 알만하지요.
한국인과 수산물
이렇게 많이 먹는 해산물, 어디서 오는 걸까요? 해양수산부 통계에 따르면, 2014년도 국내 어업생산은 총 3,305,700톤이며 수입된 해산물(활어, 냉동 모두 포함)은 총 5,231,330톤에 달했습니다. 이는 전체 해산물 소비량 중 수입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소 60%란 뜻입니다. 여기에 국내 기업의 원양산 해산물의 양(669,100톤)을 더할 경우 그 비중은 적어도 70%에 달합니다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 같은 저 먼바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나와 관련된 문제라 느끼는 건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우리 식탁 위 오르는 해산물의 60~70%가 수입산이거나 원양산인 상황에서,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어업, 해양파괴, 노예노동이 과연 우리와 무관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수산업 강국 대한민국, 뒤처지는 노동자 처우



대한민국은 해양 수산물을 많이 소비하는 나라일뿐 아니라, 해산물 생산능력도 세계 13위에 빛나는 원양 강국입니다. 노동 시장의 규모 또한 상당합니다. 전반적으로 저개발국의 노동에 의존하는 수산업계의 흐름에 따라 국내 수산기업에 고용된 선원 중 36%가 해외에서 충원된 인력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처우는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해양수산부가 발간한 ‘2014년 선원통계 연보’에 따르면, 2014년도 내국인 선원의 월 평균 임금은 4,335,000원이었던 것에 비해, 외국인 선원의 임금은 이의 1/4 수준인 1,112,000원에 그쳤습니다. 최대한 값싼 인력을 동원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기업의 논리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지요.
당황
문제는 단순히 임금의 격차만은 아닙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연근해 어업 선원 중 이주노동자를 상대로 한 실태조사를 보면, 이들에 대한 처우가 얼마나 부당한지 여실히 드러납니다. 함께 보실까요?
한국 어업 이주노동자 인권 상황

인권유린으로 얼룩진 코리안 드림



이뿐만이 아닙니다. 국내 거대 수산업체들이 불미스런 사건으로 국내외 언론에 오른 것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최근에 일어난 몇 가지 사건들만 한번 살펴볼까요?

#1. 오양 70호, 침몰과 함께 밝혀진 가혹한 선원들의 생활



2010년 8월, 사조그룹 배 오양 70호가 뉴질랜드 해역에서 침몰하면서 3명 사망, 3명 실종. 살아남은 선원들의 증언에 의하면 무리하게 그물을 끌어올리다가 배가 기울어져 사고가 났다고 함. 사고가 난 정황에 추가적인 신체적, 정신적 학대에 대한 진술. 밤낮없는 조업, 잡은 물고기가 식량, 폭언과 구타 난무. 침몰 당시 안전장비 전무, 알람이나 탈출안내 전무.


#2. 오양 75호, 변하지 않은 선원 인권유린 사태



2011년 6월, 오양 75호에서 39명 외국인 선원 탈출. 탈출한 선원들은 뉴질랜드 당국에 오양 75호에서 일어난 노동착취, 폭력, 임금체불 등을 알림. 이는 뉴질랜드를 넘어 국제사회를 경악하게 함. 2012년 2월 발표된 뉴질랜드 정부의 보고서에는 한국 원양어선에서 벌어지는 선원 노동착취, 인권침해 문제의 심각성과 지속성이 지적 됨. 2012년 6월 인도네시아 선원들이 한국 사조오양 본사 앞에서 규탄시위를 하며 그 구체적 내용이 밝혀짐.


#3. 501오룡호, 유령선장과 노후선박이 앗아간 산 사람 목숨



2014년 12월, 러시아 서베링해에서 조업 중이던 사조그룹 배 오룡 501호가 기상악화에도 불구하고 계속 조업을 강행하여 60명 중 27명이 사망하고 26명이 실종된 사건. 마땅히 있어야 할 선장은 없었고 그 자리에는 항해사만 있었음. 배에 바닷물이 차오르는 등의 긴급상황이 있었으나 대응할 수 있는 숙련된 직원은 전무했음.


#4. 101소진호, 필리핀 선원 K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사건



2015년 6월, 남태평양 솔로몬 제도 공해에서 참치잡이를 하던 101소진호. 출항한 지 며칠 만에 가슴 통증, 무기력감, 손발 부종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 후송을 요구하는 필리핀 선원 K씨의 요청을 거절하고 K씨를 한 달간 방임 및 폭행. 7월 7일 심장마비로 사망 신고 접수. 선장은 자신의 행위를 발설하면 강제 하선시키겠다며 다른 선원들을 협박하였으나 해경의 끈질긴 수사로 사건이 밝혀짐.



오양 70호의 침몰은 원양어선의 조악한 환경과 인권유린 문제를 사회에 알리는 도화선이 되었고, 이를 계기로 오양 75호의 인권문제가 면면히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꼬리에 꼬리를 물며 오양 77호의 불법어업마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고, 이런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뉴질랜드 정부는 자국 수역 내에서 조업하는 외국 선박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선원을 보호하기 위한 관련 법안을 새로이 만들게 되었습니다.
출처: 국내 원양어선의 선원 인권 침해 사례 중 일부
501 오룡호 사건을 통해 알 수 있듯, 원양업계에선 불법 서류조작이 비일비재합니다. 또한, 이 사건을 통해 20년이 넘은 노후 선박이 90%에 달하는 한국에서 안전 점검 절차가 부실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안전과 인권에 대한 감시에서 벗어나 바다 위를 무법지대로 만들고 있는 이들… 참으로 부끄럽고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불행히도 이들은 일부에 불과합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대학의 보고서는 한국 원양 업계에 대해 다음과 같은 평가를 남겼습니다.
“뉴질랜드 해상의 한국 용선 선박에는 심각한 육체적, 정신적 학대 그리고 저임금으로 인한 경제적 학대가 만연해 있으며, 충격적인 수준의 비인간적인 조건과 대우가 일상화 혹은 관행화되어 있다.”

그냥 먼바다 위의 이야기인가요?



어떠셨나요? 저 먼바다에서 일어났기에 잘 보이지 않았던, 나와는 그다지 상관없을 것만 같았던 이야기들이 생각지도 못한 사이 어느덧 내 식탁 위로 올라와 있는 건 아니었을까요?
정색
커피와 카카오 농장의 노예노동, 그리고 블러드 다이아몬드가 알려준 처참한 인권유린의 실태를 통해 우리는 불공정 무역의 이면을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쉽게 사 마시거나 입이 심심할 때 찾던 간식이 공정하지 않고 비윤리적인 방식을 통해 생산되고 유통된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 후,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식탁 위에 올라오는 해산물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하루 평균 155g의 해산물을 섭취합니다. 우리가 원하건, 원치 않건 내 밥상 위 해산물은 누군가에 의해 어디에선가 잡아 올려져, 또 어떤 누군가에 의해 가공 포장되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경로를 통해 우리가 자주 찾는 시장의 생선가게와 마트의 생선코너에 다다릅니다.
마트 진열대에 놓인 해산물 뒤에 숨겨져 있을 진실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제는 단순히 진열대 위에 올라와 있는 결과물만을 볼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보이지 않는 아픔과 진실도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요? 먼바다 위 그들의 아픔은 결코 그들의 것만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아파해야 할, 내 밥상 위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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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그린피스(서울사무소)가 스토리펀딩에 올린 글을 필자와 협의해 슬로우뉴스 원칙에 맞게 편집한 글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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