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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스캔들: 농약투성이라 일본에선 안 먹는다 ‘카더라’의 진실

by 슬로우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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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2015년 12월) 인터넷 카페와 페이스북 등의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수입 바나나’가 필리핀 농민을 죽이고, 농약투성이며, 일본에서는 불매 운동으로 수입이 줄어 대신 우리나라에서 수입이 폭증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글이 널리 공유되고 있습니다.

최열 환경 이야기 원출처는 환경운동가 최열 씨가 2003년에 출판한 [최열 아저씨의 우리 환경 이야기] (청년사, 2003)에 실린 ‘바나나가 헐값이 된 이유’라는 글입니다. 글은 점점 퍼지면서 살이 더해져 더 자극적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국민라디오(이강윤의 [오늘])마저 가세해 소셜 미디어를 뜨겁게 달구는 바나나 스캔들, 그 진실을 살펴봤습니다. (편집자) 

한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바나나가 헐값이 된 이유’

우선, 대한민국에서 바나나가 ‘수입금지’ 품목에서 제외된 건 1991년이다.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이 체결되고 이와 관련하여 수입 농산품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거나 변경되는 과정에서 ‘제한품목’에서 제외가 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바나나다. 바나나와 함께 수입금지품목에서 제외된 것이 파인애플이다.

1. ‘수입금지’ 농산품이라 귀했던 바나나


바나나는 대한민국에선 원래는 수입금지농산품이었는데, 1958년에 군납품에 한해서 수입 금지조치가 풀리고, 1991년에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에 전면 해제된다. 글에서 등장하는 바나나가 좀 풀리기 시작했다던 “1980년대”에 대한민국에서 유통되던 바나나는 두 종류뿐이었다. 하나는 제주도에서 재배하기 시작한 ‘국산’ 바나나다. 그리고 나머지는 군납업자들이 ‘나까마’로 빼돌려서 높은 마진에 불법으로 유통하던 물량이다. 이 두 가지 방식 외에 유통되는 바나나는 없었다.
피스
좀 더 정확하게 설명을 하자면, 우루과이라운드 농산물협상은 1993년 12월에 타결되어 1995년 1월 1일부터 정식으로 발효되었다. 우루과이라운드와 별개로 당시 대한민국 정부는 1989년부터 수입 농산물에 대한 대규모의 수입자유화 조치를 발표하기 시작했고, 바나나는 1990년 말부터 시행되기 시작하여 수입자유화가 이루어졌다.

바나나는 한 개를 식구끼리 잘라 나눠 먹을 정도로 귀한 과일로 등장한다.

출처tvN [응답하라 1988]

2. 바나나 후숙에 칼슘 카바이드 사용?


바나나를 후숙하는 이유는 ‘거리’ 때문이다. 선적하여 오는 동안 그 거리가 멀면 바나나가 알아서 익어버렸다가 종국에는 부패해버리기 때문에, 아직 덜 익은 바나나를 선적하여 옮겨온 후에, 인위적으로 ‘익히는’ 방식이 주로 이용된다. 그리고 이건 우리나라만 그런 것도 아니고, 거의 모든 전 세계 국가들이 다 사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바나나는 주로 상온 15~6도 정도에서 보관하는 것이 가장 좋다. 산지에서 배송하는 경우 ‘진공으로 포장한 상태에서 13.8도를 유지’하면서 들여온다. 그리고 바나나 후숙을 위한 처리 시설에서 주로 에틸린을 사용하여 18~19도의 상온에서 후숙하는데, 후숙 처리 시설에 따라 천연 에틸린을 사용하기도 하고 합성 에틸렌을 사용하기도 한다.
후숙 시에 칼슘 카바이드(calcium carbide; 탄화칼슘)를 사용한다는 이야기 역시 현재는 근거가 없는 낭설이다. 한국에서 현재 수입 바나나 후숙에 합성 에틸렌 가스 방출 방식을 사용한다. 참고로, 에틸렌은 과일 자체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많은데, 대표적인 과일이 바로 사과이다.
사과는 자연 보존 상태에서 에틸렌 가스를 방출한다. 그래서 대체로 사과는 물류 창고 등에서 다른 과일과 함께 보관하지 않는다. 다른 과일이 사과에서방출되는 에틸렌 가스로 인하여 쉽게 익어버리거나 부패하기 때문이다.
에틸렌 가스는 과일의 숙성을 촉진하는 특징을 가진 식물 호르몬이다. 바나나 역시 주로 에틸렌 가스를 이용하여 후숙하지만, 이외에 콴탈루프, 멜론, 키위 역시 같은 방식으로 덜 익은 과일을 들여와 후숙 공정을 거친 뒤에 유통된다. 바나나는 냉장 보관 온도를 낮추고 에틸렌 가스를 이용하여 5~7일 정도로 천천히 숙성시킨다.

한때 수입업자들이 바나나 컨테이너 안에 칼슘 카바이드를 넣고 인위적으로 칼슘 카바이드를 수분에 접촉하게 하는 방법으로 아세틸렌을 발생시킨 후(이 때 상당한 열이 발생한다) 단 시간안에 바나나를 후숙시키는 편법을 쓰기도 했다.
에틸렌 가스 후숙 방식이 짧아도 5일, 길면 1주일가량 소요되는 데 비하여 칼슘 카바이드를 사용하면 비용이 적게 들면서도 후숙 공정이 완료되기까지 고작 4~5시간이면 끝난다. 가격 절감 효과가 컸던 거다.
헉!
하지만 칼슘 카바이드 후숙 공정은 퇴출당한 지 오래다. 이는 칼슘 카바이드 공정을 실시할 경우 작업에 임하는 업자에게도 직접적인 신체 손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퇴출당한 지 오래된 방식이고, 수입농산품에 대한 규정이 강화되어 칼슘 카바이드를 사용한 후속 공정은 현재 대한민국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3. 농장의 농약 살포방법에 관해


바나나 플랜테이션 농장의 농약 살포는 바나나 주요 수출국인 과테말라, 콜롬비아, 에콰도르, 인도, 모잠비크 등에서 모두 이루어지고 있다. 수출 전 약품 처리를 하지만, “농약을 풀어놓은 물에 담근 후 선풍기로 말린다”는 이야기는 근거가 없는 이야기다.

농약에 담궜다가 선풍기로 말린다?

현지 농장의 농약 살포법에 관해 그 실상을 설명하면, 바나나 나무는 높이상 문제로 인력을 동원한 배분식 분무기나 차량을 이용한 광역 살포기 살포 사실상 불가능하다. 플랜테이션 농장에서는 비행기나 헬기를 이용한 살포가 일반적이고, 최근엔 드론을 이용한 살포법이 연구 중에 있다.
이는 바나나 ‘괴담’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필리핀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전 세계 바나나 플랜트라면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살포법이다. 심지어 제주도의 바나나 농장에서도 헬기를 사용한 농약 살포를 하고 있다(…)


4. 수입 물량 폭증은 일본의 불매운동 영향?


우리나라에서 바나나 물량이 늘어나게 된 배경은 일본에서 불매운동으로 거부한 수입 바나나가 누군가의 농간으로 인해 한국에서는 풀려서(…)가 전혀 아니다. 수입금지 해제 이후 주로 바나나의 주요 산지 중 하나인 남미 에콰도르 산을 수입하던 것이, 물류비용이 많이 들고 채산성이 맞지 않아, 필리핀 민다나오 산으로 대체하면서부터다.
괴담의 출처 글에서 말하는 바나나가 갑자기 많이 풀리게 된 시점은 80년대는 (당근) 아니고, 90년대 초반이라고 보면 되는데, 아직 90년대 초반 한국에 수입되는 바나나는 죄다 에콰도르산이었다. 그러니, “일본 소비자단체의 불매운동”으로 수입 바나나가 일본 내에서 사회문제가 되고, 그래서 한국이 본디 일본에 가야 할 물량을 떠안았다는 전제 자체가 그냥 상상에 입각한 삼류 황색언론 수준의 소설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필리핀산 바나나만 수입되는 게 아니다. 필리핀산 바나나의 가격은 점차 높아지고 있고, 바나나를 비롯한 열대과일의 배송 기술 및 선박기술이 발전하여 선박을 통한 배송 속도가 빨라지면서 에콰도르나 콜롬비아를 포함한 남미산 물량이 수 년 사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모잠비크 산도 등장했다.
물론, 괴담의 출처 글에서 이야기하는 것과 달리 제주산 바나나도 여전히 유통되고 있고, 특히 후숙처리를 하지 않고 산지에서 직접 익혀서 출하되는 제주 산은 국내에선 상당한 ‘럭셔리 아이템’으로 소매단계에서 고가의 제품으로 유통된다.

5. 일본에선 필리핀 바나나 줄었다?


일본에서 필리핀산 바나나의 물량이 줄었다는 지적 또한 낭설에 불과하다. 글을 쓰면서 일본 농림수산성과 재무성에 자료를 요청했다. 정말로 80년대에 필리핀산 바나나의 유입이 줄어들고 현재도 이어지고 있는지 말이다. 참고로, 현재 필리핀이 수출하는 양은 연간 전 세계 소비량 중 14%에 불과한데, 이 중 66%가 일본에서 유통된다.
다음은 일본 농림수산성으로부터 받은 이메일 답변이다.

“平成22年の財務省貿易統計によると、バナナの総輸入量は約110万9千トンで、1位がフィリピン(約103万5千トン、約93%)、2位エクアドル(約4万6千トン、約4%)、3位台湾(9千トン、約1%)です。また、インドはバナナの生産量は世界で1位(約3,189万8千トン)ですが、日本へは輸入されていません。”
번역하면,

“평성22년(2010년) 기준, 재무성 무역통계에 따르면, 일본에 수입된 바나나의 총 수입량은 약 110만 9천 톤이며, 이 중 1위가 필리핀산으로, 약 103만 5천 톤으로 전체 물량 중 93%를 차지하고 있으며, 2위는 에콰도르 산으로 약 4만 6천 톤으로 4%를, 3위는 대만 산이 9천 톤으로 약 1%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인도는 바나나의 생산량으로 보자면 세계 1위 (총 3천1백8십8만 8천 톤)를 기록하고 있습니다만, 일본에 수입되고 있지 않습니다.”
일본 정부 산하 기관의 공식적인 입장이 이러하다. 하지만 이는 2010년의 통계를 근거로 한 것이라, 80년대에 수입량이 줄어들었고, 그 일부가 한국으로 유입되었다는 설을 반박하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였다.
정색
그래서 더 조사를 해보니, 이런 자료가 나온다. 쇼와 24년(1949년)부터 헤이세이 22년(2010년)까지 일본에서 수입한 바나나의 총 수입량을 통계로 작성한 데이터다. 1974년(쇼와 49년)부터 필리핀산 바나나 수입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983년에 수입량이 잠시 줄어들지만, 이후 예년과 비슷한 회복세를 보이는 것 또한 알 수 있다. 즉, 80년대에 일본이 필리핀산 바나나를 외면했다는 최열 씨의 발언 자체가 ‘구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분통
이후 통계를 보면 알겠지만, 필리핀산의 양이 점차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위 도표에 쓰인 단위는 1만 톤이며, 자료는 일본 바나나 수입조합협회의 자료를 참조한 것으로, Dole 사의 일본 현지 법인으로부터 전달받은 것이다.
좀 더 알아봤다. 일본 재무성에 요청해 무역통계 자료를 검토했다. 가장 최근 자료만 검색해보니, 헤이세이 22년(2010년)부터 헤이세이 26년(2014년) 자료까지 있더라.
일본 재무성의 무역통계 자료에서 발췌한 2014년에 일본이 수입한 바나나의 총량 + 수입원산지다. 단위는 kg이다.
● 중국(홍콩과 마카오 등을 포함하지 않음): 481,005
● 대만: 4,056,077
● 태국: 1,429,025
필리핀: 874,292,537
● 멕시코: 3,052,500
● 과테말라: 7,334,130
● 코스타리카: 618,730
● 도미니카 공화국: 159,120
● 콜롬비아: 2,583,568
● 에콰도르: 48,117,681
● 페루: 4,117,010
● 모잠비크: 412,360

2010년에서 2014년 동안 일본이 수입한 바바나의 총량 + 수입원산지 (단위 Kg)

출처일본 재무성의 무역통계 자료에서 발췌
이전과 비교하면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필리핀산이 압도적으로 많다. 반대로 남미산 제품들, 특히 에콰도르 산이 많이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래도 여전히 ‘필리핀 산’이 일본 시장의 과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상에 본 바와 같이 일본 농림수산성과 일본 Dole, 일본 바나나수입조합, 그리고 일본 재무성의 자료를 근거로 살펴보자면, 1983년 한 해를 제외하면 일본에서 필리핀산 바나나의 수입량은 급격히 줄어든 적은 없다. 수년 전에 일본의 모 식품업체에서는 ‘바나나 다이어트’를 상품화해서 상당한 이익을 올리기도 했다.
참고로, 헤이세이 24년(2010년)에서 헤이세이 26년(2014년) 사이에 일본에서 필리핀산 바나나의 수입량이 다소 줄어든 이유는 다음과 같이 추정된다. 민다나오 섬 주변에서 활동 중인 이슬람 반군 단체(아부 사야프)의 활동이 최근 들어 급격히 왕성해졌고, 그리고 미국이 이란에 가했던 경제제재를 풀면서 중동으로 바나나 수출이 늘어났다는 점. 더불어 수년 전에 필리핀을 강타한 자연재해(쓰나미와 지진) 등으로 물량이 줄었다는 보고도 있다.
결론적으로, ‘일본에선 먹지도 않는 농민 죽이는 농약투성이 수입 바나나’는 근거 없는 괴담에 불과하다. 출판된 책에 근거해 수입 농산물에 대해 걱정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자극적인 ‘카더라’ 통신이 더는 비판적인 검토 없이 무한 복제되는 일은 더는 없기를 바란다. 이제 ‘바나나 괴담’으로 사람들 혼란스럽게 만들거나 낚지 말았으면 한다.

필자 후기


내가 현역 고등학생이었던 시절인 1990년대 초반, 바나나 한 송이의 소매가는 상당히 비쌌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략 시가로 5~6만 원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에도 가격이 급격하게 폭락하지도 않았고, 에콰도르 산이 필리핀산으로 본격 대체되면서 가격이 폭락했지만, 그건 IMF 터지기 직전 이야기다. 당시에만 해도 바나나는 ‘고급 과일’의 대명사였고, 설날이나 추석 등의 고가 명절 선물 세트 중에 바나나 선물 세트라는 것이 존재하기도 했다.

1990년대 초반, 아직 고등학생이었던 시절에 친구들과 수업을 ‘땡땡이’ 치고, 남대문 시장으로 놀러 갔다가 바나나 한 박스를 훔쳐서 학교로 돌아갔다가 담임 선생님에게 걸려서 크게 혼난 적이 있다. 그런데 절도에 가담했던 아이 하나가 담임 선생님께 바나나 세 송이를 뇌물로 바치니, 그냥 눈을 감아주는 정도가 아니라, 칭찬까지 받았던 ‘웃픈’ 에피소드를 경험했던 사람으로서, 1980년대에 바나나 가격이 폭락했다는 이야기는 솔직히 황당하기만 하다. 저 자극적인 글을 쓰신 분이 어느 평행 세계의 1980년대를 말하는 건지 참으로 궁금하고(…) 웬만하면 자신이 온 평행 세계로 돌아가는 것을 추천한다.

필자 : 성년월드 흑과장(초대필자)


 종종 아랍인으로 오해받는 토종 한국인. →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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