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리니 실험은 과연 GMO 위험성을 증명하는가

조회수 2015. 11. 25. 23: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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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우뉴스
GMO 관련 이야기는 언제나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는 주제 중의 하나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직·간접적으로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자 조작 생물)를 접하고 있으므로 사람들의 관심은 더욱 클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2012년 발표된 논문이 한 장의 사진과 함께 여러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돌고 있습니다. 이 실험에 관해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편집자)
프랑스 칸대학의 세라리니(Gilles-Eric Séralini) 박사팀이 몬산토의 유전자조작 옥수수(NK603)와 라운드업 제초제의 독성에 관한 충격적인 실험결과를 발표했다는 내용이 기사화하고, 인터넷 여러 곳으로 퍼지고 있다. (2012년 9월 19일 온라인 공개)
● Séralini, G. et. al.(2012), “Long term toxicity of a Roundup herbicide and a Roundup-tolerant genetically modified maize”, Food and Chemical Toxicology, 50, 4221-4231.

GMO가 암을 유발한다는 세라리니 실험


쥐에게 2년 동안 장기실험을 했더니 유전자조작 옥수수라운드업(제초제)을 투여한 암컷 쥐들은 대조군보다 2~3배나 더 많이, 그것도 더 빨리 죽었다고 세라리니 박사팀은 말한다.
우쭐!
보통의 독성실험은 90일 동안만 실험을 하는데 사람의 수명과 맞먹는, 쥐의 평균 수명인 2년에 걸친 장기실험을 했더니, 유전자조작 옥수수와 라운드업 제초제가 마치 성호르몬 교란물질처럼 독성작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세라리니 실험에 대한 평가(개요) 


● 세라리니 실험은 복잡한 원인의 상호작용인 암에 관한 실험을 하면서 암·수에 대한 3단계 이상의 시험군 설정, 암·수 각각 50마리 이상의 충분한 개체 수 확보 등을 지키지 않은 실험이다.
● 위 실험은 OECD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았고, 유럽식품안전청에서도 “실험의 프로토콜 잘못됐다”고 했으며 한국 식약처도 같은 의견을 냈다.
● GMO 안전성에 관해 알아보고 의심하며 검증하는 자세는 좋으나 과학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분석


문제 1: 발암성 실험의 기본 조건도 갖추지 못했다



발암성 실험을 하려면 최소 암·수 50마리씩 필요하다. 즉, 위 실험은 발암성 실험의 기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김훈기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도 “당시 연구팀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암 연구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고 했다. 예비 실험이라면 몰라도 제대로 된 실험은 암·수 각각에 대하여 3단계 이상의 시험군을 설정하고 별도로 대조군을 두고, 동물 수는 암·수 각각에 대하여 1군당 50마리 이상으로 해야 하며 투여 기간은 랫드(rat; 실험용 동물)에서는 24개월 이상 30개월 이내, 마우스 및 햄스터에서는 18개월 이상 24개월 이내로 해야 한다

암은 워낙 복잡한 원인의 상호작용이라 10마리를 가지고 유기농 식품과 GM 식품을 비교하면 우연한 결과로 유기농 식품을 먹은 쥐만 유난히 암에 많이 걸리는 경우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최소 100마리인 것이다. 만약에 유기농 식품에서 그런 결과가 나오면 실험 방법이 엉터리라고 난리가 나고, 그 결과를 인용하는 것은 천하에 바보라고 할 것이다.
헉!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원하는 나쁜 결과’가 나온 실험 방법에서의 오류는 아무 문제가 아닌 것이다. 심지에 라운드업이라는 제초제를 같이 먹인 것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문제 2: 사람들 관심사는 제초제의 발암성이 아니다



예전에 제초제는 독성이 정말 강했다. 농약을 치다가 중독사고로 사망하는 경우도 곧잘 있었다. 인간으로 치면 80년에 해당하는 기간인 2년씩이나 제초제를 먹이고 그 정도 사망률을 보였다는 것 자체는 오히려 제초제가 덜 치명적이라는 것을 입증한 것이라 할 수도 있다.

문제 3: 발암성 실험은 원래 2년간 하는 것이다


발암성 실험은 원래 2년간 하는 것인데 세라리니 박사팀은 그러지 않고 자신들의 실험이 마치 대단한 것인 양 호도한다. 2012년 이 결과를 발표한 지 2년이 지났다. 충분한 숫자로 실험하여 발암성을 입증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지난 것이다.

문제 4: 기본 연구윤리는 지켜졌는가



연구윤리 위반 가능성도 존재한다. 동물실험을 할 때는 동물이 폐사하거나 심한 통증과 고통을 받을 때까지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적 목적에 부합하는, 가장 조기에 적용할 수 있는 종료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즉, 실험 동물이 경험하는 통증과 고통은 최소화하고 연구목적에는 부합하도록 실험을 설계해야 한다.

하지만 위 실험 사진을 보면 랫드 질량의 상당수가 종양으로 채워져 있는데, 저 정도면 생명 윤리에 저촉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 있다.


문제 5: 전형적인 인기 영합의 태도는 아닌가


실험에 따르면 11%, 22%, 33%의 유전자 변형 농산물을 섞어 먹이를 먹인 쥐 중에서 특이하게도 11%짜리를 먹은 쥐의 치사율이 더 높다고 했다. GMO가 유독하면 함량이 높을수록 치사율이 높아야 하는데 11%짜리가 높은 것은 상식에 벗어나는 일이다.
좌절
그렇다면 언론 플레이에 앞서 제대로 된 실험부터 계획하는 것이 도리다. GMO의 안전성을 의심하고 검증하는 것은 정말 좋다. 그런데 공정해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자격이 갖추지 않은 결과를 진실이 밝혀진 것인 양 주장하는 것은 학자의 태도가 아니다.

우리는 항상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 아무리 엄격한 실험을 통해 안전성을 입증하여도 그런 결과는 반드시 의심하면서, 이런 자격 미달의 실험은 마치 진실을 밝히는 결정적 증거인양 반드시 믿는다.

제초제를 80년간 먹으면 건강에 좋을까



몬산토의 라운드업은 GMO 작물이 아니고 GMO 작물을 재배하는 데 이용하는 제초제다. 또한, 2000년 글리포세이트의 특허권이 소멸해 주요 농약 회사들이 함유된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글리포세이트는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제초제 성분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5년 3월 21일 라운드업 제초제의 주요 성분인 글리포세이트를 발암물질(2A 등급)로 분류했다. 이에 몬산토는 “취급요령에 따른 글리포세이트의 사용은 인체에 안전하다”고 반박했다.
정색
이러한 상황에서 GMO의 위험성을 확언하는 일부 사람들은 제초제의 발암물질 논란을 GMO 작물의 발암성 의심으로 둔갑시키고 있다. 이 제초제에 노출되기 쉬운 사람은 그런 작물을 키우는 지역의 사람들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암에 걸렸다고 해서 GMO 작물 일반의 위험성을 입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수명이 증가하면 암 발병 역시 증가한다


쥐의 평균 수명은 2년이다. 실험실에서 잘 보살펴주면 3년까지도 살 수도 있는데 이때 70%는 암에 걸린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암의 최대 원인은 수명이다.


10마리의 쥐가 아니고 수백억 마리의 닭과 소가 이미 먹고 있다


사람들은 너무나 많은 GM 작물이 수입된다고 걱정한다. 실제로 많은 양의 GM 작물이 수입된다. 그리고 지난 20년간 그것을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8억 마리의 닭이 먹고 있다.

미국인은 GM 표시도 하지 않는 작물을 먹어왔다. 그런데 아직 별다른 이상이 발견된 적은 없다. 물론 지난 20년이라는 건 평생에 비해 아주 짧은 기간이다. 하지만 확률은 정규분포하기 때문에 숫자가 엄청나게 많으면 아주 특이한 증상을 보이는 것이 등장하기 마련인데 아직 그런 증거는 없다.

참고로 유전자재조합 옥수수 NK603은 미국, 일본, 캐나다 등 20개국 이상에서 승인된 식품이다.


발암물질이 암의 원인이라면 복잡한 실험을 할 필요가 없다


만약 발암물질이 모두 밝혀지고, 그 발암물질이 진짜 암의 원인이라면 굳이 시간과 비용을 많이 들여 동물실험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발암물질의 존재 여부만 분석하면 되기 때문이다. 중금속이나, 항생물질, 수많은 잔류농약 등 어떠한 물질이던 최신 장비로 존재 여부와 함량을 쉽게 파악 가능하다.
오케이!
암은 정말 복잡한 원인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전문가가 동물실험을 하더라도 정교한 실험 설계하에 10마리가 아닌 최소한 100마리 이상을 대조군과 비교 실험하여 결론을 얻는다. 게다가 이런 실험의 결과도 미심쩍어 추가적인 연구를 계속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실험의 결과는 무시되기 십상이다. 실험의 최소한의 요건도 갖추지 않고, 연구윤리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흉측한 사진을 얻기 위해 실험용 쥐에게 끝까지 고통을 준 세라리니의 실험만을 가지고 발암성이 입증된 양하는 것은 과학적 실험의 이해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식약처는 유해하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2012년 식약처(당시 식약청) 유전자재조합식품등 안전성평가자료 심사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검토의견을 냈다.
또한 식약처 신소재식품과 이우영 연구관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출처: 팩트올 – GMO, 쥐에게 2년간 먹였더니 ⇨ 200마리중 150마리에 ‘종양’이 생겼다, 큰 건 탁구공만 했다

필자 : 최낙언(초대필자, 연구자, 저술가)


 대학과 대학원에서 식품공학을 전공하고, 식품회사 두 곳을 거쳐 현재는 (주)시아스 에서 근무합니다. 맛이나 식품보다는 주변에 자연과학 지식을 연결해 거기서 재발견한 의미를 음미하는 걸 좋아합니다. → Seehint.com ㅣ 저서: 감각 착각 환각(2014), 맛이란 무엇인가(2013), 맛의 원리(2015), 진짜 식품첨가물 이야기(2013), 커피향의 비밀(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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