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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노예 해방 위한 다섯 가지 조언

조회수 2015. 10. 15. 01:3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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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로우뉴스
나는 쌍꺼풀이 없다.

한때 나는 쌍꺼풀 없는 눈매를 조금이라도 커 보이게 하고자 여러 방법을 썼다. 과도한 아이라인에 마스카라를 연거푸 바르고, 눈 밑에는 하이라이터까지.

과도한 눈 화장은 메이크업 제품뿐 아니라 고가의 아이크림과 눈가 전용 클렌저를 따로 쓰게 하는 등 많은 돈과 시간을 요구했다. 게다가 자극받은 눈가는 탄력을 잃어가고 하루가 끝날 때 즈음에는 번진 눈 화장 때문에 ‘너구리’로 변신하기 부지기수였다.


화장을 통해 자신감 대신 피곤함만 쌓여가자 이를 해결해야 했다.

1. 나만의 규격: 자신 없는 나에 집착하기보다 자신 있는 날 강조하자


쌍꺼풀 수술을 하거나(하지만 나는 내 눈매가 마음에 든다), 반영구 화장술로 또렷한 아이라인 문신(문신 자체에 거부감이 든다)과 속눈썹 확장술(몇 개월마다 보수 공사를 해야 한다)을 하는 방법이 떠올랐다. 하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훨씬 단순했다. 바로 ‘아무것도 하지 않기’, 그렇게 나는 화장품 정리를 시작했다.

화장품 광고에 등장하는 동시대 미녀들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소비할수록 화장대는 범람한다. 규격화된 미인의 모습을 버리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화장품 정리의 시작이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럴 때마다 나는 프랑스 여자들이 매력 있는 이유에 대해 다룬 다양한 책에서 곧잘 언급되던 ‘주느세콰(je ne sais quoi: 뭐라 말할 수 없는, 형용할 수 없는 매력을 의미)’를 떠올리곤 했다.

보편적인 미인이라 할 수 없지만 흔치 않은 개성을 가진 아름다움을 원한다면, 자신 없는 부분에 집착하기보다는 자신 있는 부분을 돋보이게 하는 편이 낫다.


그다음 ‘나만의 규격’을 만들고 실천하는 거다.

2. 스킨케어, 10단계에서 3단계로



예전의 나는 얼굴을 위한 스킨케어에만 10개 안팎의 화장품을 사용했다.


1. 클렌징 오일
2. 클렌징 폼
3. 미스트
4. 스킨
5. 에센스
6. 아이크림
7. 모이스처라이저
8. 영양크림
9. 자외선 차단제 등등

눈 메이크업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다음 메이크업 제품뿐 아니라 스킨케어도 줄였다.

1. 클렌저: 세안뿐 아니라 손, 몸, 샴푸로도 쓸 수 있는 유기농 제품 하나만 사용
2. 유분감이 느껴지는 스킨(봄과 여름) 또는 크림이나 에센스 1종류(가을/겨울)
3. 자외선 차단제: 피부 톤 보정 기능 포함
4. 립스틱: 선택사항으로 중요한 약속이 있을 때만

자신의 욕실을 한 번 둘러보자.

비슷비슷한 기능인데 각각 세분된 화장품이 꽤 많을 것이다. 손 씻기 전용, 얼굴 전용, 눈과 입가 전용, 바디, 발 전용까지. 성분은 거의 차이가 없는데 라벨만 다를 뿐이다. 립스틱을 바른 날에는 세안 전에 미용 티슈로 입술을 닦아내거나 어디에나 사용할 수 있는 천연 오일로 지운다. 전용 클렌저가 필요하지 않았다.

3. 있으면 좋은 것은 없어도 된다



요즘 노푸(NO POO)족이라 하여 샴푸를 사용하지 않고 물로만 머리를 감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일본의 안티에이징 전문가인 우츠기 류이치가 계면활성제의 위험성을 알리고 직접 물로만 머리 감기를 몇 년간 실천해 탈모가 진행되던 모발이 튼튼해지고 풍성해졌다 전한 바 있다. 그는 더 나아가 세안 등도 모두 물로만 할 것을 권하기도 한다.

물로만 머리 감기는 실천과 함께 적응 기간이 필요한데 이는 내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서 도전해볼 마음이 들지 않았다. 대안 샴푸(베이킹파우더)나 컨디셔너(식초)를 쓰는 것 또한 번거로운 일이라 여겼다. 다만 물로만 헹궈도 충분히 씻어낼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된 것은 강박적인 샴푸 거품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었다.

꼭 필요하다 생각했던 샴푸가 없어도 된다는 점은 다른 화장품을 구입함에 있어서도 선택의 기준을 마련해 주었다. 반드시 필요한지 아니면 있으면 좋겠는 정도인지 판단하는 것. 필요한 것은 계속 사용하지만 있으면 좋은 정도의 제품은 1~2회 정도 경험만 해보고 쓰지 않은 채 쌓아두게 된다. 그러니 고민되거나 있으면 좋은 것은 필요 없다.


4. 화장품 샘플은 필요할 때만 받고 가장 먼저 쓰자



나는 판촉용 화장품 샘플을 어느 순간부터 받지 않는다. 앞으로도 정말 써보고 싶은 화장품이 있다면 그 샘플만 요청할 것이다. 물론 여행 가서 쓰기에 요긴한 화장품 샘플도 있다. 하지만 평소 쓰던 화장품을 소분 용기에 담아 가면 그만인지라 샘플은 정말 필요하지 않다.

자주 여행을 떠나지 않는데도 그때를 대비해 산더미 같은 샘플을 모아두는 것은 공간 낭비이다. 게다가 유통기한도 표기되지 않은 샘플은 받는 즉시 소비하지 않으면 나중에 상한 화장품을 피부에 바를 수도 있다. 단, 그 샘플을 쓸 것이라는 전제하에.


5. 먹어서 좋은 것은 피부에도 좋다



교과서 같은 이야기지만 특별한 기능성 화장품을 찾는 것보다 주방을 먼저 뒤져보자. 항산화 물질인 라이코펜이 풍부한 토마토, 탄력에 좋은 콜라겐이 풍부한 음식을 골라서 먹어본다. 잘 먹고 잘 자는 것처럼 피부에 좋은 보약은 없다. 노화를 방지하는 크림에 투자하는 대신 섬세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스파 한 번이 심신의 편안함에 도움을 주며, 피부에 정말 문제가 있다면 피부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맞다.

화장품을 ‘쟁여놓고’, 또 ‘엄청나게 바르고’ 사는 이유가 분명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인가 잘못되었다고 느끼고 있다면 지금 바로 화장대로 가서 자신의 민낯과 직면해 보자. 이 모든 것이 정말 다 필요한 것인지. 몇 년 동안 피부에 좋다는 화장품을 바르고 살았는데 10년 전의 내 모습과 지금이 같은지 말이다.

나는 늙어가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고, 이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필자 : 신미경(초대필자, 패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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