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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타주 그래픽노블의 세계

조회수 2016. 9. 30. 19:2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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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타주 그래픽노블 혹은 코믹 저널리즘의 세계


만화는 흔히 재미있는 이야기나 사건을 우스꽝스러운 그림으로 묘사하며 과장의 상상력을 보탠 허구의 서사를 일컫는데요.


만화문화는 오랜 예전부터 완전한 가상의 이야기보다 실제 일어난 일들을 풍자할 때 더욱 관심을 끌며 발전해왔습니다.


그런 특성은 근대 만화가 당시의 언론 문화에 끼어들어 시사를 묘사하고 비틀 때 큰 힘을 발휘해 곧 그 폭발적인 반응은 만화의 상업적인 팽창으로 이어지기도 했는데요.


The great fear of the period That Uncle Sam may be swallowed by foreigners : The problem solved. (White & Bauer, 1860)


현대에 들어서 만화문화가 조금 더 깊은 상상력의 서사로 접어들게 되자 기존에 ‘카툰’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혀가던 만화의 풍자 즉 시사와 관련된 분야는 저널리즘의 필수 양념처럼 여겨져 언론 매체의 표지를 장식하거나 그때그때의 세태를 발 빠르게 비판하는 잣대로 작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시사만화는 다양하게 파생된 만화문화 속에서 하나의 장르가 될 수 있었죠.

카툰과 코믹 스트립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저널리즘 만화들


THEY’LL DO IT EVERY TIME (Al Scaduto, 1963)


한편 만화가 대중에게 선사해온 특유의 과장과 웃음의 인식은 만화라는 매체가 진지한 서사를 다루고자 할 때 발목을 잡는 역할도 하게 됩니다.


그에 대해 고민했던 만화연구가들은 코믹 스트립(Comic Strips) 줄여 말해 코믹스(Comics) 라는 명칭을 그래픽노블로 바꾸는 운동을 펼치기도 합니다. 비슷한 시기 실험적인 만화가들 몇은 웃음기가 있기는커녕 과장 하나 없는 진지한 묘사로 만화를 그려나가기도 했고요. 

그런 실험은 다양한 코미디 개그물이 아닌 다양한 장르 만화에서 펼쳐질 수 있었지만 가장 남다르게 다가섰던 곳은 저널리즘 분야였습니다.


진지한 만화를 그리려는 노력은 그 이전에도 논픽션이나 전기문학을 만화로 그려나갈 때도 빈번하게 시도되는 일이었지만 그런 부류의 만화들은 대체로 만화의 웃음과 과장 역시 그대로 살리는 편이었기에 특정한 개념으로 자리 잡지는 못했습니다.

‘쥐’가 수상한 퓰리처상의 의미 

그러던 중 1980년대 중반 한 만화가가 텍스트로도 표현이 어려운 내용과 연출을 만화 특유의, 그러나 과장도 개그도 없는 건조한 시선으로 이뤄낸 기록문학에 가까운 만화를 발표하게 됩니다. 바로 아트 슈피겔만의 '쥐'였죠.



대중에게 큰 충격을 던진 '쥐'는 1990년대가 되자 또 하나의 화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1992년 퓰리처상 선정을 앞두고 해당 퓰리처상을 심사하고자 하는 위원들에게 난제가 된 것이 시작이었는데요. 



퓰리처상 웹사이트


당시 퓰리처상은 수상 분야가 크게 보도 분야(Journalism)와 예술 분야(문학, 드라마, 음악)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그중 만화는 오래전부터 보도분야의 시사만평으로 퓰리처상을 받아왔지만 어디까지나 그런 시사만평은 단칸으로 시사를 풍자하는 짤막한 카툰이었지, 장편의 서사만화는 아니었습니다.



작가인 아트 슈피겔만이 자신의 아버지가 2차대전 때 겪었던 실화를 토대로 십수 년에 걸쳐 그려나간 장대한 서사만화 '쥐'는 퓰리처 심사위원들의 기준으로는 저널리즘에도 문학에도 속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쥐’를 저널리즘으로 분류하자니 유대인을 쥐로, 독일인을 고양이로, 폴란드인을 돼지로 묘사한 만화의 상상력과 메타포가 문제가 되고, 그렇다고 전기 문학으로 분류하자니 이 만화책을 난데없이 문학 작품이라고 여기기도 어려웠기 때문이죠.


그러나 ‘쥐’는 틀림없이 저널리즘의 특성과 만화문화가 절묘하게 결합한, 그 이전까지 보기 어려운 형태의 작품이었고 퓰리처 관계자들 역시 '쥐'가 단순한 만화가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1992년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그 고민을 해결하는 최고의 방법을 찾아냅니다. 아예 특별상을 신설해 '쥐'에게 수여한 것이죠. 그렇게 받게 된 퓰리처상 수상 소식은 '쥐'의 정체성과 의의를 세상에 톡톡히 알리게 됩니다.

르포타주 그래픽노블 장르의 구축

아트 슈피겔만 이후 이 분야의 만화들은 '르포타주 만화'로 불리며 이제껏 잘 인식되지 않았던 해당 분야를 하나의 장르로 구축하게 되는데요.


특히 유럽권의 소수 그래픽노블 작가들은 개인의 경험과 고찰을 토대로 하는 인디 그래픽노블 장르에서 그들만의 개성적이면서도 사실적인 관찰력을 현실보다 더 생생하게 만화들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 '요푸공의 아야'


아프리카 대륙 코트디부아르 공화국 마을의 생활상을 담은 '요푸공의 아야'는 1989년 출간작이었지만 꾸준히 작품을 그려나간 작가들은 자신들의 작품을 원작 삼아 직접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여 이 분야의 이름값을 높입니다. 



  • '아야의 밤엔 사랑이 필요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개봉된 '요푸공의 아야' 애니메이션




작가 마르잔(마르얀) 사트라피의 경우는 이슬람 혁명과 이라크 전쟁을 겪었던 자신의 경험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슬람 사회 자체를 만화언어로 엮어낸 '페르세폴리스'를 선보였습니다.



  • '페르세폴리스'



1990년대 총알이 빗발치는 팔레스타인 지역을 누비며 중동지역을 묘사한 조 사코의 '팔레스타인'은 '코믹 저널리즘'이라는 또 다른 장르 지칭어를 낳기도 했죠.


  • '팔레스타인'

기 들릴이 보여준 르포타주 그래픽노블의 진화

기 들릴의 '선전' 과 '평양'


오늘날 해당 분야에서 가장 명쾌한 행보를 이루고 있는 작가는 기 들릴 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표현에 따르면 르포타주 그래픽노블이나 코믹 저널리즘처럼 거창한 뜻을 표방하지는 않은 여행 만화라지만 그가 그려낸 작품들은 그 소재지와 더불어 꼼꼼한 다큐멘터리적인 구성이 빛날뿐더러 그가 다녀온 세계와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를 절묘하게 대비해 현대 사회를 진단하는 이정표가 됩니다.



2012년 앙굴렘 국제 만화제는 그해의 최고 작품상을 ’굿모닝 예루살렘’ 에게 수여하게 되는데 그 상의 시상자가 다름 아닌 아트 슈피겔만이었다는 것은 또 하나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르포타주 그래픽노블이 계속 이어지고 발전하고 있다는 의미로 말이죠.


  • '굿모닝, 예루살렘'

베데 르포타주, 코믹 저널리즘, 그래픽 저널리즘

2016년 현재 아직 이 분야는 그 장르를 가리키는 용어 자체도 베데 르포타주, 르포타주 그래픽노블, 그래픽 저널리즘, 코믹 저널리즘 등으로 혼용 되고 있을 정도로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장르의 역할은 문학과 영상의 중간에서 그 두 분야가 표현할 수 없는 제3의 절묘한 시선으로 우리들의 세상을 격하게 혹은 재미있게 비춰냅니다.


만화라는 매체가 여러 이름으로 불려도 그 정체성은 그리 혼란스럽지 않듯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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