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의 의미는?
'캡틴 아메리카'의 드라마 훑어보기: '윈터 솔져'의 의미
이 콘텐츠는 영화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저' 와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에 대한 다량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편은 첫 번째 영화 '퍼스트 어벤저'에 대해서, 이번 편은 두 번째 영화 '윈터 솔져(2014)'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첫 번째 영화 '퍼스트 어벤저'의 시작 장면을 기억하시나요? 오랫동안 얼음 속에 묻혀있던 방패를 발견하는 것이 영화의 시작이죠. 이 프롤로그는 윈터 솔저의 시작 부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퍼스트 어벤저의 마무리 부분에서 캡틴 아메리카는 비행기와 함께 얼음 속으로 추락합니다. 그 뒤 75년의 세월이 흐르고 세상도 그만큼 바뀌었죠. 하지만 오랜 동면에서 깨어난 스티브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그대로입니다.
한숨 자고 일어났을 뿐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그가 몸에 투여받은 혈청의 힘이 여전하기 때문이죠. 악한 사람은 더 악하게, 선한 사람은 더 선하게 만드는 혈청의 힘.
어쨌든 많이 바뀐 세상에 적응해보려는 말년군인의 이야기로 윈터 솔져가 시작됩니다.
캡틴 아메리카 : 윈터 솔져
- 몰락한 영웅과 얼어붙은 마음들
스티브 로저스에게는 새로운 세상이 우선 많이 적적합니다. 절친한 친구였던 버키 반즈는 지난 2차대전 전투 중 열차에서 추락해 협곡으로 사라졌고, 애인이었던 사람은 호호백발의 할머니가 되어 치매증상까지 보이거든요.
그래도 세상을 뒤덮었던 거대한 악의 그림자는 사라진 것 같아 위안이 됩니다. 자신 같은 슈퍼 히어로들을 지원하고 엮어주는 정의수호의 특수기관 '쉴드' 의 존재도 든든하게 느껴지죠.
그러나 평화로웠던 분위기도 잠깐, 캡틴 아메리카는 두 번의 중요한 고비를 맞게 됩니다.
엄청난 힘과 능력으로 사람을 암살하고 다니는 천하의 몹쓸 놈, 일명 '윈터 솔져'와 대립하는 것이 첫 번째 고비인데요.
여기서 잠시, 이 영화의 타이틀이자 악인의 닉네임인 '윈터 솔져'의 뜻에 대해 짚고 넘어가 보죠.
'윈터 솔져와 전쟁범죄'의 관계
18세기의 철학자이자 미국독립전쟁에서 활약한 시민혁명가인 토머스 페인은 1776년 12월 '미국의 위기'라는 글에서
'*여름의 병사들과 양지의 애국자들이 나라에 봉사하며 위기를 줄여나가는데, 그들이 지탱할 수 있는 것은 사람들로부터의 감사와 애정'이라는 문장으로 군인들을 독려한 적이 있습니다.
부드러운 상징에 가까웠던 이 표현은 그 뒤, 미국의 저명한 정치가이면서 1971년 당시 '전쟁 반대 베트남 참전용사'를 대표했던 존 케리가 '베트남전 전쟁범죄의 진상을 알리기 위한 미디어 이벤트 데이'에 참여해,
등의 발언과 증언을 하는 과정에서 역설적인 개념으로 '겨울 병사' 즉 '윈터 솔져'를 증언에서 인용해 많은 사람이 상징적인 표현으로 기억하게 됩니다.
영화로 넘어와, 자의든 타의든 불의와 충돌하고 보는 스티브 로저스는 결국 '윈터 솔져'와 정면대결을 하게 되는데요. 윈터 솔져의 정체는 다름 아닌, 자신을 오늘의 영웅으로 만들어주었던 옛친구이자 전 편 '퍼스트 어벤저'에서 행방불명된 버키 반즈였습니다.
윈터 솔져의 뒤를 쫓는 스티브는 착잡해집니다. 자신이 좋아하던 영웅의 몰락을 보는 동시에, 그 몰락한 영웅을 자기 손으로 응징해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스티브 로저스와 버키 반즈의 대립에서 관객들은 한가지 명료한 상황을 보게 됩니다.
어제의 정의가 오늘의 악으로
한때 영웅이자 선인이라 할지라도 어떤 계기를 맞으면 그 역시 악인으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편, 인물들의 뒤편에서 별개의 고비가 등장하죠. 마블 히어로즈들을 지원하고 어벤저스 결성까지 가능하게 했던 특수기관 '쉴드'가 2차대전 때부터 뿌리를 유지해온 악의 조직 '하이드라' 의 침투로 상당 부분이 부패했다는 정황입니다.
덕분에, '쉴드'에서 악의 떡잎을 발본색원한다며 만들어낸 대테러 방지무기인 '프로젝트 인사이트'의 방향 역시 위태로워지죠.
영화는 개인과 단체에서 각각 맞닥뜨린 두 가지 상황을 한가지 명제로 합칩니다.
'당신이 아끼던 선한 존재들이 어느 날 악한 존재로 변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주인공이 너무 오래 동면한 나머지 바뀐 세상을 못 받아들이는 현실 부적응자라며, '쉴드'의 전임국장 알렉스 피어스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가끔 오래된 것을 버려야 하는데 그게 적을 만들기도 한다' 고 조언도 하지요.
(바뀐 세상에 절망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주인공, 출처: mavel.com)
영화 내내 '쉴드' 와 국제사회의 권력을 대표하는 그는 '새로운 정의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수단 방법을 안가리는 편이기도 합니다.
(쉴드의 전임국장 알렉스 피어스, 로버트 레드포드가 열연했다. 출처: marvel.com)
스티브 로저스는 버키 반즈를 쫓아가고 대립하면서도 그를 적대하지는 않습니다. 어려웠던 시간을 견디게 해준 친구의 선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어떻게 해서든 자신이 책임을 지려 하죠.
그리고 '쉴드'의 수많은 사람 앞에서 마이크를 부여잡고 말합니다.
자유의 가치는 항상 비쌌다. 하지만 난 기꺼이 그 가치를 치를 준비가 되어있다.
혼자라도 상관없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그렇게 캡틴에 의해 '정의의 수호대였으나 변질된 기관 쉴드'는 해체됩니다.
이쯤에서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더 명료해집니다.
- 강력한 힘과 감시권을 지닌 존재가 그 능력을 선한 목적에 쓰겠다 한다.
그러나 그 능력을 제어할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보장이 없다.
제어할 이의 투명성이 없을 때 그 능력은 선한 일에 쓰일 수 있을까? -
한때 미국은 세계 이곳저곳의 좋지 않은 일에 파수꾼 노릇을 자처하며 뛰어들어왔습니다. 그 노력의 와중에는 자국의 이권도 있겠지만 아마 평화를 위한 전인류적 시각도 없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방법과 제어에 문제가 있다면 스스로 돌아보고 자정을 시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중요한 존재라 해도 해체하거나 합당한 심판을 받아서라도 말이죠.
이쯤 되면 왜 영화의 제목이 1971년 베트남 참전 용사가 썼던 반전 표현과 같은지, 단순한 우연으로 느끼지 않게 됩니다.
캡틴아메리카: 윈터 솔져가 던지는 정의의 방향과 정체성
영화 속 캡틴 아메리카의 행동이 그렇습니다. 잃어버린 정의를 다시 찾으려면 어떤 것은 없어져야 하며 어떤 것은 심판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자신이 펼칠 수 있는 최대의 정의이자 자정능력이라고 말이죠.
영화의 전개는 개인적인 일 혹은 규모가 작아 보이는 사건들을 병합시켜 거대한 전쟁을 치르는 국가의 부패와 위험성으로 은유해나갑니다. 왜 시리즈 주인공의 이름이 캡틴 아메리카인지 돌아보게 마저 합니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의 이야기들은 이렇듯 영웅이 어떻게 탄생하고 몰락하는지, 또 그들이 펼치는 정의가 어떻게 변질될 수 있는가를 다뤄내고 있는데요.
극 전체가 '정의란 무엇이냐'는 단순하면서도 커다란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할 수 있죠.
그런 자들이 행복해하는 오늘이라니 그게 날 진짜 화나게 해!"
주인공 앞에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내고 마는 알렉스 피어스의 대사는 *'또 한명의 윈터 솔져'가 누구인지, 어떻게 정의의 수호자가 한 끗 차이로 악인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암시이기도 합니다.
시원한 액션과 달리 제목과 대사들을 통해 드러나는 은유와 이야기들의 결이 무거운 편이지만 그만큼 '정의와 선은 단순하게 정의하기도 고정하기도 어려운 것'이 아닐까,
'윈터 솔져'가 보여주는 드라마의 특징이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