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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명 중에 뽑은 회사원들이 국가대표와 풋살하면 이길 수 있다고?

조회수 2020. 7. 24. 18: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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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하나로 나눔을 전하다. 신세계그룹 vs 여자 축구 국가대표

“진짜 왔다! 진짜 국가대표다!”


파주 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 풋살장에 신세계그룹 파트너들의 웅성거림이 고조되더니, 이내 함성이 터졌다. 대한민국 여자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등장한 순간이었다.

6월 20일, 대한민국 여자축구 국가대표 선수 6명이 풋살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소연을 필두로 한 조소현, 이금민 등 해외파 선수들, 그리고 콜린벨 감독을 포함한 최정예 구성이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하나다. 신세계그룹사 내, 막강한 축구 실력자들로 뭉친 ‘쓱FC’의 도전장에 응하기 위해서다.


양 팀의 극적인 만남은 파트너 관계를 토대로 성사됐다. 신세계그룹은 2019년 5월부터 한국 여자축구 최초의 메인 파트너로서 함께하고 있다. 협약 기간인 오는 2024년까지 경기력 향상과 여자축구 저변 확대를 위해 총 100억여 원을 지원한다. 따라서 본 경기도 기부를 놓고 벌이는 자선 경기의 형태를 띤다. 승리 측 MVP의 모교에 500만 원 상당의 물품을 기부한다.


분명한 실력 차를 가진 대한민국 여자축구 국가대표 해외파 올스타팀(이하, 여축 올스타)에 오직 열정으로 부딪힌 신세계그룹의 쓱FC.


최고의 경기를 만든, 멋진 두 팀의 여정을 따라가 보았다.

■ D-2. 쓱FC, 수중 훈련으로 하나 되다
“파트너에서 선수로”

티아고 킴 감독이 쓱FC 선수들에게 전술을 지도하고 하고 있다.

경기 이틀 전인 6월 18일 저녁. 스타필드 고양 풋살장에 쓱FC 선수 12명이 연습을 위해 뭉쳤다. 현장엔 비가 부슬부슬 쏟아졌지만, 파트너들의 움직임은 지칠 줄 모른다. 뛸수록 열기는 더 뜨거워진다.. 경기장에서는 파트너가 아닌 진지한 ‘선수’의 모습이다.


훈련은 쓱FC 감독 ‘티아고 킴’의 지휘로 진행됐다. 기량 체크부터 세트피스 훈련이 이어졌다. 훈련의 중점은, 짧은 시간 내 쓱FC의 빠른 결속력과 전술이었다. 그 결과, 주축 멤버로 골키퍼 오원식 파트너(이마트24), 공격수 조민호 파트너(이마트), 수비수 유덕연 파트너(신세계 백화점)가 꼽혔다. 훈련을 마친 주장 조민호 파트너(이마트)는 “개인 기량에 맞는 포지션이 잡혔고 조직력이 크게 발전했다”며 수중 훈련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쓱FC 선수들이 기본기 훈련에 임하고 있다.

여축 올스타와 경기를 뛰어본 경험이 있는 쓱FC 티아고 킴 감독은, “남자들과 비교해서 피지컬이 부족할 순 있지만 전체적인 실력은 웬만한 남자 고등학교, 대학교 선수들 수준이다.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된다”며 쓱FC 선수들을 마지막까지 고무시켰다.

쓱FC는 최종적으로 탄탄한 수비 진형을 토대로 한 역습 플레이를 계획했다.

■ D-DAY. 쓱FC, 파주 NFC에서 여축 올스타를 만나다
“신세계그룹과 여자축구 국가대표 해외파 올스타의 극적인 만남”

결전의 날, 담금질을 마친 쓱FC가 신세계사이먼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에 모였다. 유니폼을 갖추고 경기장으로 이동하기 위해서였다. NFC까지의 여정은 대한축구협회(KFA)의 도움으로 이뤄졌다. 대한축구협회는 손흥민, 황의조 등 실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탑승하는 버스를 제공했다. 주장 조민호 파트너(이마트)는 “시작부터 국가대표의 기운을 받는 느낌이다. 더 좋은 경기를 만들 것 같다”라며, 경기에 대한 설레는 마음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파주 NFC 풋살경기장. 열 체크와 손 소독을 마친 쓱FC가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쓱FC가 경기장에서 가벼운 워밍업을 시작했다. 20분쯤 지났을까. 경기장이 함성으로 가득 찬다. 여축 올스타의 등장이었다. 첼시FC레이디스 ‘지소연’, 브리스톨시티 WFC ‘전가을’, 前 마드리드 CFF ‘장슬기’, 맨체스터 시티 WFC ‘이금민’,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조소현’, 미국 바톤 콜리지 ‘이슬기’, 그리고 ‘콜린벨’ 감독까지. 화려한 대한민국 여자축구 국가대표의 해외파 라인업이다.

평소 같으면, 월드컵이나 A매치가 아닌 이상 모이기 어려운 선수들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축구 리그가 정지된 상황에서, 극적으로 선수들의 국내 체류 시점이 맞아떨어졌다. 지소연 선수를 포함한 몇몇 선수들은 불과 며칠 후 출국 일정이 잡혀있는 상황이었다. 여러 상황과 선수들 각자의 스케줄이 맞아 성사된 극적인 라인업, 특별한 경기였다.

객관적으로 전력이 부족한 일반인을 상대로, 여축 올스타가 가볍게 경기에 임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다. 그러나 스포츠 세계에서 ‘봐주기’는 용납되지 않았다. 장슬기 선수는 “혼자서 5골은 넣을 계획이다”라고 밝혔고, 전가을 선수 역시 “오늘은 왠지 열심히 하고 싶은 날이다. 봐주는 거 없다”라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또, 이금민 선수에게 쓱FC 상대 전략을 묻자, “스피드와 피지컬은 우리가 부족할 수 있다. 때문에 세밀한 티키타카(축구 경기에서 짧은 패스를 빠르게 주고받는 전술)를 이어갈 생각이다”라며 경기에 임하는 진지한 자세를 드러냈다.


응원차 풋살 경기장을 찾은 콜린벨 감독도 경기에 대한 기대를 남겼다. 콜린벨 감독은, “알다시피, 여자축구는 남자 축구만큼 관심을 받지 못한다. 따라서 이런 빅 이벤트를 기획해 준 신세계그룹에 감사드린다. 오늘 경기를 통해 많은 국내 축구팬들이 수준 높은 한국 여자축구 경기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또, 이런 기회로 오랜만에 선수들을 만나볼 수 있어서 기쁠 따름이다”라고 전했다.

쓱FC의 각오 또한 만만치 않았다. 골키퍼 오원식 파트너(이마트24)는 “국가대표를 상대로 실점을 피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최대한 많이 막을 생각”이라며 남다른 각오를 밝혔다. 티아고 킴 감독 역시, “해볼 만하다”를 연신 거듭하며, “10:2 스코어를 예상한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과연 결과는 예상과 같았을까.


이윽고 경기를 위해 선수들이 풋살장 내로 들어섰다. 풋살장 내 많은 이들의 기대를 품고 경기가 시작됐다.

■ 경기 현장
쓱FC vs 여자축구 해외파 올스타

득점에 성공한 주장 조민호 파트너가 팀원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15분씩 4쿼터로 진행된 경기 내용은 그야말로 호쾌했다.


1쿼터 4분경 첫 골이 터졌다. 쓱FC의 주장, 조민호 파트너(이마트)의 귀한 첫 골이었다. 시작은 박창진 파트너(신세계푸드)의 발에서 시작됐다. 골키퍼 지소연 선수의 롱패스를 커팅 한 것을 박수성 파트너(SSG닷컴)가 패스, 조민호 파트너(이마트)가 침착하게 골로 연결했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쓱FC의 선제골이었다. 그러나, 이후 여축 올스타의 공격 템포가 빨라졌다. 간결한 터치와 빠른 패스에 쓱FC의 수비 실책이 이어졌다. 이 틈을 파고든 여축 올스타는 1쿼터에만 5득점을 기록했다. 골키퍼 오원식 파트너(이마트24)는 “실점은 잦았지만 되려 긴장과 부담은 지워졌다. 더 즐겁게 경기에 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한 쿼터 만에 높은 국가대표의 벽을 경험한 쓱FC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이벤트 매치의 균형을 위해, 단 2쿼터만 여축 올스타 팀 1명을 제외한 채 경기를 진행하기로 했다. 한 명이 빠진 여축 올스타의 실력은 여전했지만, 쓱FC는 5골을 넣었다. 추격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6명vs6명 정상 스쿼드로 돌아온 3쿼터 초반까지 쓱FC의 기세는 이어졌다. 3쿼터 시작과 동시에 방창주 파트너(신세계프라퍼티)의 슈팅이 골망을 흔들었다. ‘7:7’ 쓱FC가 드디어 동점을 만들었다.

동점이 되자, 다시 여축 올스타의 플레이가 날카로워졌다. 지소연 선수의 능숙한 드리블과 조소현 선수의 강한 중거리 슛에 쓱FC 진영이 무너졌다. 3쿼터 종료의 휘슬을 불자, 전광판의 스코어는 어느덧 8:13(쓱FC:여축 올스타)를 기록했다. 경기는 후반부인 4쿼터에 다다랐다. 이미 경기 시간은 40분을 넘긴 상황. 일반 회사원들인 쓱FC 선수들은 물론, 4쿼터를 교체 없이 뛴 여축 올스타들 역시 얼굴이 땀 범벅이 됐다. 하지만 그 누구도 쉬엄쉬엄하는 법이 없었다. 양 팀 모두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A매치 100경기 이상을 뛰며 센추리클럽에도 가입된 전가을 선수의 골을 마지막으로, 경기는 12:15로 종료되었다.

경기장 내 모든 스텝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선수들은 손을 들어 화답했다.

■ 경기 종료
“함께해서 더 뜻 깊은 경기”

경기장을 누볐던 선수들의 얼굴엔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부딪혀 넘어져도 웃었고, 골을 넣지 못해도 웃었다. 양 팀이 준비한 세리머니도 흐뭇한 광경이었다. ‘덕분에 챌린지’, ‘아무 노래 챌린지’, ‘깡’ 등 다양한 세리머니를 양측에서 선보였다. 승부의 치열함보다 따뜻한 웃음으로 가득 찬 경기였다.

비록 졌지만 쓱FC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었다. 티아고 김 감독은 “스코어만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선수들의 노력으로 이런 좋은 결과를 만든 것에 대해 상당히 만족스럽다”라고 전했다. 대표팀을 상대로 한 쓱FC의 성과는 훌륭했다. 그중에서도 경기에서 눈에 띈 선수는 골키퍼 오원식 파트너(이마트24)였다. 대표팀을 상대로 많은 위기를 지켜냈기 때문이다.


오원식 파트너(이마트24)는 “15골을 먹혔다. 만약 다시 막으라면 못 막을 골들이다. 실력 차가 완전히 다르다”라며 쓱FC 골키퍼로서의 소감을 표했다. 주장 조민호 파트너(이마트)는 “함께 뛸 수 있어서 영광이었고 인생에 잊지 못할 사건이었다. 여자축구도 더욱 응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WK리그(대한민국 여자축구 리그)도 무관중 경기가 풀리면 무조건 보러 갈 예정”이라며 소감과 여자축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금일 경기 MVP는 대한민국 여자축구 국가대표의 핵심 미드필더, 조소현 선수가 차지했다.

후원은 조소현 선수의 모교인 설봉중학교의 유소년 유망주들에게로 돌아갔다.


특히 부상으로 3주 휴식 후의 첫 경기라 남다른 의미를 가졌다. 조소현 선수는 “신세계그룹 덕분에 선수들이 이렇게 땀을 흘려 유소년 선수들에게 후원을 할 수 있다는 게 참 의미 있다. 후원을 통해 유소년 선수들이 큰 꿈을 가졌으면 좋겠고, 나 역시 후배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소연 선수 역시 유소년 선수들에게 “지금처럼 열심히 해서 그라운드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한국 여자축구 최초의 메인 파트너
신세계그룹

오늘의 뜻깊은 경기는 신세계그룹의 주도로 성사되었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5월부터 후원 협약을 통해, 여자축구 메인 파트너와 국가대표 공식 파트너의 지위를 얻었다. 여자축구만의 메인 파트너가 된 것은 신세계그룹이 처음이다. 여자축구 국가대표 훈련 프로그램을 지원 및 여자축구 지도자 양성 과정 신설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은 대한민국 여자 축구 발전을 위해 2024년까지 총 100억여 원을 지원한다. 오늘 경기 역시 한국 여자 축구가 저변을 넓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 풋살 경기는 여기서 마무리되지만, 향후에도 대한민국 여자 축구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등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이지만 오늘의 경기를 통해 함께 헤쳐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대한민국 여자축구 대표팀의 성장은 멈추질 않는다. 2015 FIFA 여자 월드컵 16강, 2018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동메달, 2019 월드컵 2회 연속 진출. 해를 거듭할수록, 막강해지는 대표팀의 행보는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전체적인 상황은 여의치 않다. 지소연을 배출한 한양여대 축구부는 2019년 사실상 해체 통보를 받았고, WK리그의 주요 팀 중 하나인 이천 대교는 2017시즌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유소년들이 꿈꾸어야 할 장소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엘리트 축구팀뿐 아니라 여자축구 전체의 저변을 넓혀야 하는 때다.


열심히 뛰는 어린 선수들, 점차 성장하는 국가대표팀, 그리고 신세계그룹의 후원까지.

모두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사람들의 관심이 더해질 때만 빛날 수 있다.


6월, WK리그 2020시즌이 성공적으로 열렸다. 코로나19로무관중이라 직관은 어렵지만, 그들의 행보에 관심을 두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은 어떨까. 그 한마디와 관심이 여자축구의 발전을 이루는 작은 어시스트로 기록될지 모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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