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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

'추추 트레인'과 인천에 상륙한 신세계호(號)의 빅픽처

온∙오프라인 리테일 산업과 프로야구 비즈니스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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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 위의 싱그러운 녹색 잔디가 햇살을 가득 머금은 채 빛나는 어느 봄날의 야구장을 떠올려 보자. 깃발은 푸른 하늘 아래 힘차게 나부끼고, 관중들은 선수들과 똑같은 유니폼을 입고 구단을 상징하는 응원 도구를 손에 쥔 채 객석마다 빼곡히 자리한다. 그들 앞에는 시원한 생맥주 한 캔과 향긋한 먹거리들이 놓였다. 응원단장의 힘찬 구령과 치어리더들의 생기발랄한 율동은 단상을 화려하게 수 놓고, 흩날리는 고수(鼓手)의 땀방울을 타고 장내에 북소리가 울려 퍼진다. ‘따악’하는 경쾌한 배트의 파열음과 함께 야구공은 일순간 창공 속으로 점이 되어 사라진다. 마른 침을 삼키며 타구의 궤적을 쫓다 그 공이 외야 스탠드에 꽂히는 걸 확인하는 순간, 엔도르핀과 아드레날린이 동시에 솟구치며 기분 좋은 흥분이 터진다. 일면식도 없던 내 옆자리의 타인과 어깨동무를 하고 하이파이브를 나누며 진한 동지애를 만끽한다. 승리의 응원가를 흥얼거리는 귀갓길, 숍에 가득 진열된 구단의 로고와 심볼이 새겨진 다양한 상품들, 그리고 이러한 모든 것들이 마치 나의 자부심의 표상인 듯 느껴지는 기묘한 감정.

도심의 요지에 자리한 탁 트인 공간에 감정적으로 동화(同化)된 2만 명 이상의 인파가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룬다. 이들 모두가 연신 흥에 겨운 환호성을 내지르며 3~4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환상적인 일인가. 그것도 1년 중 무려 72일 동안이나. 프로야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장터(市場, market)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듯 야구는 일상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놀라운 경험을 장시간에 걸쳐 입체적으로 제공한다. 여타의 경쟁 콘텐츠들은 쉽게 흉내조차 내기 힘든 최고의 경험과 동질감을 고객들에게 선사한다. 이러한 강점 때문에 사람들은 끊임없이 야구장을 찾고 관련 비즈니스 또한 높은 가능성을 인정받는다.


입장권(Ticket) 판매에서부터 시작하여 매점(Concession stand), 상품(Merchandising)(이상 B2C)을 거쳐 장내 이벤트, 광고 및 프로모션, 그리고 방송중계권 판매(이상 B2B)에 이르기까지 프로야구단이 자체적으로 영위하는 비즈니스는 다양하다. 그 구성만 놓고 보면 일반적인 리테일 기업들이 영위하는 그것에 못지않을 만큼 복잡하다. 어디 그뿐이랴. 규모는 작을지언정 오히려 더 많은 전문성을 요구한다. 프로야구 비즈니스 중심에 놓인 현장 경기는 연중 72일이라는 한정된 기간에만 개최한다. 이 기간에 B2C에서 B2B로 이어지는 주요 비즈니스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매출 또한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구단은 목표로 하는 수익(Profit) 확보를 위해 이러한 비즈니스의 흐름을 유기적으로 설계하여 운용할 필요가 있다. 그 중심에 고객 만족이 굳건히 자리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브랜드에 대한 강한 로열티를 지닌 수만 명(온라인까지 포함하면 십 수만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자발적 의지로 매일 매일 끊임없이 모여든다. 그 점을 감안한다면 프로야구단은 일종의 플랫폼이라 봐도 무방하다. 이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유형의 비즈니스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날마다 업계 동향을 다루는 수십 종의 전문 매체가 존재하고, 각종 온·오프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팬들 상호 간의 정보 교류가 활발히 이뤄진다. 경기가 열리는 날엔 운동장 안팎으로 뜨거운 에너지가 마치 용광로의 쇳물처럼 흘러넘친다. 프로야구의 비즈니스는 그야말로 매 순간순간이 Moment of Truth(중요한 사태에 직면해 모든 것이 시험에 놓이게 된 결정적 순간)이다. 콘텐츠에 대한 고객의 몰입 정도가 타 경쟁 산업군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높기 때문에 임직원들은 예기치 않게 벌어지는 여러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것이 바로 B2C에서 B2B로 이어지는 프로야구 비즈니스에 대한 전문가적 식견이다. 일견 단순해 보이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 비즈니스 간 흐름이 매우 섬세하게 연결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 축이 무너지면 나머지 축들 또한 여지없이 무너지고 마는 것이 프로야구 비즈니스만의 독특한 특성이다. 따라서 구단은 고객과의 최접점에서 활약하며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를 극적으로 제고하고 예기치 않은 손괴(損壞)를 막아낼 수 있는 전문가를 확보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을 뒷받침 할 수 있는 든든한 후진 양성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것은 프로야구 비즈니스를 영속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급변하는 환경의 변화 속에서 다소간의 부침을 겪고 있던 KBO리그 내 이해관계자들과 팬들은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켜줄 수 있는 강력한 게임체인저의 등장을 갈망해왔다. 이때 혜성처럼 등장한 것이 바로 국내 리테일 산업의 명실상부한 최강자인 신세계그룹이다. 이마트, SSG닷컴, 스타필드(신세계프라퍼티), 스타벅스, 신세계푸드, 이마트24 등 야구단을 운영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시너지가 너무나도 명확하다. 이들은 앞서 언급했던 프로야구의 비즈니스를 누구보다 전문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주체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모기업의 홍보수단 또는 사회공헌모델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형 프로스포츠 비즈니스 모델로서 신세계그룹이 전개해 나갈 프로야구의 비즈니스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오늘날 국내 프로야구단들은 한정된 자원과 인력, 비즈니스 관련 전문성 부족으로 인해 선수단 운영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무를 대행사에 위임하고 있다(홍보 수단이나 사회공헌모델로 기능하는 조직에 해마다 거액을 투자하는 기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해진 예산의 범위에서 운용할 뿐이다.). 이로 인해 비즈니스의 첫 출발점이자 고객과 만나는 최초의 접점이기도 한 입장권 판매에 능동적으로 임할 수 없다. 아니, 이를 자발적으로 포기한 셈이다. 발권 시스템 또한 외주 대행사의 것을 활용하다 보니 빅데이터 중심의 시대에도 고객 관련 데이터를 주도적으로 확보할 수 없다. 매점과 상품 매장의 운영 또한 마찬가지다. 신제품을 기획하는 것도, 이를 판매하는 것도 모두 대행사의 몫이다. 야구 붐이 크게 일어나 별다른 노력 없이도 만원 관중이 들고, 그리하여 매점과 상품 매장 또한 성황리에 운영된다면 크게 문제 될 일이 없을 터이다. 그러나 타 콘텐츠와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고객의 시간 점유율 다툼이 본격적으로 이뤄진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소비자의 요구를 해결해주지 못하는 비즈니스의 운용 주체가 영속을 기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수많은 기업은 온·오프라인에 걸쳐 고객의 행동 및 구매데이터 등을 수집, 분석하여 이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이해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이는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기도 하다.


신세계그룹은 리테일 산업에서 오랜 시간 동안 다져 온 노하우와 최신 정보통신기술을 십분 활용함으로써 온·오프라인 모두에 걸쳐 급변하고 있는 고객의 소비행태를 성공적으로 파악해 냈다. 이를 통해 스타필드와 노브랜드, SSG닷컴 같은 히트작을 시장에 선보임으로써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필자 또한 이들의 열광적인 팬임을 숨기지 않겠다.).

이러한 탁월한 역량과 성공 경험이 “연중 72일 동안 매일 2~3만 명의 관중이 3~4시간 동안 감정적으로 동화되어 머무는 개성 넘치는 장터이자 플랫폼”인 야구장 내 비즈니스에 고스란히 전이(轉移)되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전사 및 자체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서 체계적으로 전사를 운용하면 시간, 요일, 대상, 접근 경로에 따라 요금제를 유동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이러한 요금 시스템은 진입문턱 낮추고 좌석 점유율을 끌어올린다. 특색있는 장내의 매장들은 통합 멤버십으로 운영한다. 매장에는 각 계열사의 전문가들이 고객의 취향을 반영해 기획한 먹거리와 기념품들이 자리한다. 경기 전부터 이를 찾는 관객들이 줄을 잇는다. 개개인에게 최적화(Customization)된 혜택을 제공하는 SSGPAY는 야구장 내 최고의 결제수단으로 각광받는다. 입장권과 장내 식음료 및 구단 상품 등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는 SSG닷컴은 차별화된 경기 영상 및 각종 정보 등을 제공하는 소통의 장으로서 이윽고 프로야구에 몰입하고 있는 MZ세대들에게 최애(最愛) 쇼핑몰이자 주요 SNS 플랫폼으로서 인정받게 된다(이를 통해 확보된 추가 트래픽은 타 카테고리의 상품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확보되는 고객의 행동 및 구매 데이터는 전사 빅데이터 분석 시스템으로 보내져 브랜드별 신상품 및 서비스 기획에 활용된다. 야구단은 그룹 내 계열사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고객들에게 역동적(Active)으로 전달하는 접점(경험 제공의 장)이자 테스트 베드로서 충실히 기능한다.


지난해 11월 삼성증권은 <뉴커머스 르네상스>라는 리포트에서 현재 유통산업은 상품 중개뿐 아니라 부동산, 물류, 광고, 금융 등 유통 주변부 산업의 부가가치까지 흡수하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의 결과물인 뉴커머스로 거듭나고 있다고 밝혔다.

필자는 이러한 유통산업 환경 변화와 함께 야구단을 중심으로 구축된 ‘신세계그룹의 뉴커머스’도 예측해본다.


리테일 산업과 프로야구 콘텐츠가 결합하여 감정적으로 동화한 고객들을 더더욱 Lock-in 시키고, 장기적으로 스타필드와 더불어 복합 쇼핑 단지로 조성된 야구장을 찾는 수십 수백만의 고객들은 그룹 산하 각 브랜드가 제공하고자 하는 소비자 지향적 경험을 널리 전파하는 자발적 전도자이자 팬이 된다. ‘야구단發 신세계그룹의 뉴커머스’가 타 분야까지 확산한다. 이와 더불어 야구단은 계열사와의 협업 시너지를 십분 발휘하여 입장권-매점-상품으로 이어지는 기존의 B2C 비즈니스를 구독료 모델로 승화, 발전시킴으로써 자생력 확보에 보탬이 되는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한다.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창시자로서 우리나라 프로스포츠 비즈니스 史에 한 획을 긋는다.


리그 초창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성장과 쇠퇴를 거듭해 온 우리나라 프로야구 산업은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손에 넣길 끊임없이 갈망해왔다. 그러나 정작 이를 손에 넣기 위한 작업에는 지극히 소극적이었다. 왜냐면 리그 내 대부분의 구단이 B2B 중심의 사업을 영위 중인 모기업 산하에 속해 있거나, 혹은 구단 운영비를 지원하는 각 계열사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 속 놓여 관련 사업을 주도적으로 전개해 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아무래도 실행 동기를 부여받기 힘들다. 그러나, 신세계그룹은 다르다. 이마트, SSG닷컴, 스타필드(신세계프라퍼티), 스타벅스, 신세계푸드, 이마트24 등 다양한 온·오프라인 리테일 산업을 성공적으로 영위 중인 이들은 지속 성장을 위한 전례 없는 시너지 확보를 위해 프로야구단을 운영해야 할 역량과 동기가 충분하다.

Change or Die, Change to Live

천하의 명검은 범부(凡夫)의 손을 떠나 칼날을 벼려야 하는 이유가 뚜렷한 장수의 손에 쥐어질 때 비로소 그 빛을 찬란히 발하게 된다. 대한민국 No.1 리테일 기업이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게 된다면 과연 어떠한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수 있을까? 스타필드에서 SSG닷컴으로 이어지는 가치 사슬(Value Chain)을 통해 창의와 혁신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 신세계그룹의 야심찬 행보에 모든 야구팬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경민 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학 MBA

(現) 4DREPLAY Korea 비즈니스본부 매니저

(前) 롯데자이언츠 마케팅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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