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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분기 만에 반등" 이마트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조회수 2020. 12. 2. 09: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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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의 Turn Around, 결코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다사다난했던 2020년이 끝나가고 있다. Covid-19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으면서 온라인 개학, 재택근무 등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상상할 수 없는 변화를 경험한 한 해다. 우리 생활과 가장 밀접한 유통 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며 고객 자체가 없어진 영업 환경은 안 그래도 힘든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국내 소매판매액 통계자료를 통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어려움이 얼마나 컸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2020년 국내 소매판매액은 전년 대비 +1.2% 증가하는 데 그친 479조 원 수준으로 예상한다. 기본적인 물가 상승효과를 감안하자면 사실상 성장이 없었음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오프라인 유통 채널들의 시장규모가 축소한 가운데 무점포소매(온라인)가 빠르게 그 자리를 대체했다. 온라인으로의 소비 트렌드 변화 자체는 전혀 새로운 내용이 아니지만, 그 속도가 문제다. 대부분의 유통업체는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 이를 증명이나 하듯 일제히 Covid-19 이전 대비 시가총액이 급락한 상태다. 주식 시장에서 시가총액이 지니는 의미는 해당 기업의 수익가치, 자산가치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한 결괏값이다. 시가총액 하락은 경쟁력 약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누군가는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기 마련이고 더욱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온다. 이번 팬데믹(Pandemic) 상황에서 이에 해당하는 기업은 바로 이마트다. 경쟁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실적 부진에 빠져있는 상황과 달리 2020년 3분기 영업이익 1,512억 원(+30.1%yoy)를 달성하며 무려 2년 반 만에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오프라인 기존점 신장률이 8개 분기 만에 역성장을 멈추고, 영업이익 증익 전환이 11개 분기 만에 이루어진 가운데, SSG.COM은 남부럽지 않은 총거래액 증가세를 이어갔고,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던 전문점과 자회사들의 손익 역시 회복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간 유통산업 경쟁심화 구도 속에서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던 이마트였기에 이번 실적 턴어라운드가 시사하는 바는 분명 크다.

이마트의 턴어라운드는 결코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지난 수년간에 걸친 체질개선 노력을 생각하면, 단순히 Covid-19에 따른 식료품에 대한 사재기 수요가 늘어나며 단기 실적이 개선됐다고 폄하해서는 안 된다. 이마트가 전략적 성과가 가장 잘 드러난 부분은 과감하게 오프라인 자산을 온라인 사업 성공을 위한 기반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회사의 비전(Vision)은 정용진 부회장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용진 부회장은 2015년 당시 ‘이마트는 이제 온라인 회사가 되어야 한다. 온라인을 잘하는 오프라인 회사가 아닌 오프라인도 잘하는 온라인회사로 진화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가올 온라인 세상에 대비해야 한다는 당연한 이야기는 누구나 할 수 있다. 해당 발언이 의미가 있는 진정한 이유는 2015년 당시 그룹 내 오프라인 매출 비중이 90%가 넘어가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미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일인자 상황 속에서 달콤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위험이 동반하는 변화를 추구하겠음을 밝힌 것이다.


물론 기업DNA를 변화시키는 과정은 결코 녹록하지 않았다. 당장의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오프라인 사업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온라인 사업은 적자를 감내해가며 투자를 멈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연간 최소 영업이익 5,000억 원을 벌어들이던 이마트는 창립 이래 첫 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할 정도로 위기에 봉착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마트의 변화를 멈추지 않았고 드디어 성공의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Covid-19를 계기로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이 본격 개화함에 따라 SSG.COM은 한국의 대표적인 장보기 플랫폼으로 거듭났다. 비효율 자산으로 치부하던 오프라인 매장들은 온라인 배송을 위한 전진기지로 십분 활용하고 있다.

온라인전용 물류센터 NE.O 003

현재 SSG.COM은 온라인전용 물류센터(NE.O) 3곳을 운영한다. 온라인전용 물류센터는 대규모 주문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 효율성이 분명 뛰어나지만, 단기간 내에 원하는 만큼 증설을 하기란 쉽지 않다. 출점과 관련한 각종 규제 문제가 있으며, 막대한 투자비가 필요하다는 점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오프라인 할인점을 PP(Picking & Packing)센터라는 명칭으로 온라인 배송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이마트의 강력한 힘이다. 이미 오프라인 매장들은 전국 주요 상권에 자리 잡은 만큼 일종의 도심형 물류센터와 같은 역할을 대행해 줄 수 있는데, 이는 다른 온라인쇼핑 업체들이 지니지 못한 경쟁력이다.


주요 온라인쇼핑 경쟁사들의 행보를 보면 이러한 강점이 더욱 잘 드러난다. 온라인 쇼핑거래액 기준 1위 사업자인 NAVER는 최근 주식교환을 통해 CJ대한통운의 2대 주주로 올라섰다. NAVER라는 인터넷 플랫폼의 경쟁력을 앞세워 쇼핑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나, 배송과 관련한 물류 설비를 전혀 보유하고 있지 못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는 네이버쇼핑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지면 해당 판매자가 직접 배송을 처리해야 했었는데,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Fulfillment) 센터를 활용해 이러한 비효율을 개선하겠다는 전략이다.


NAVER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온라인쇼핑 업체들은 늘어나는 온라인 쇼핑 주문과 치열해지는 배송 경쟁 구도에 대응하기 위해 풀필먼트 투자를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쿠팡과 같이 전국에 물류센터 설비를 갖추기에는 수 조원의 자금이 소요되다 보니 차선책으로 풀필먼트 서비스를 활용해 배송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신선식품 분야는 여전히 대응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신선식품은 그동안 온라인 침투율이 가장 낮았던 항목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식품만큼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고자 하는 성향이 강했다. 그 이유는 바로 품질, 즉 신뢰도 때문이다. 비식품 카테고리의 경우 쇼루밍을 통해 극복이 가능하나, 신선식품은 먹거리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느끼는 품질에 대한 기준이 높으며, 제품 간의 균일화가 이루어지기 힘든 카테고리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Covid-19로 인해 온라인 신선식품 구매를 경험한 소비자들이 늘어났다는 점은 관련 업체들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긍정적이다. 실제로 경험을 해본 것과 아닌 것의 차이는 크기 때문이다. 신선식품 온라인 구매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불쾌한 기억이 없다면 향후 지속해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가능성은 높다.

*쇼루밍: Show rooming: 오프라인 매장에서 제품을 살펴보고 실제 구매는 온라인이나 등 다른 유통 경로를 이용하는 현상

신선식품을 사실상 취급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온라인쇼핑 업체들과 PP센터를 활용한 대응이 가능한 이마트의 경쟁력은 차이가 크다. 단순히 배송뿐 아니라 상품 경쟁력 측면에서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이마트는 1993년 창동 1호점을 연 뒤 27년간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로 신선식품을 매입하고 판매하는 기업이다. 이마트 매장을 통해 신선식품 구매를 경험해보지 못한 소비자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신선식품에서는 확고한 경쟁력을 지녔다. 정량적인 수치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결국 이것이 ‘브랜드 가치’이며, 오프라인 할인점을 통해 쌓아 올린 상품에 대한 신뢰도와 인지도는 온라인 사업을 확장하는 데도 크게 기여한다. 눈으로 직접 보고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닌 상황에서 믿을 것은 회사의 브랜드뿐이기 때문이다.

PP센터 효과는 할인점 기존점신장률(SSSG, Same Store Sales Growth)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PP센터를 통해 발생하는 온라인 주문은 할인점 매출액으로 인식한다. 이로 인해 미국 할인점 1위 업체인 Walmart의 모습이 재현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Walmart는 올해 들어 기존점 신장률이 +10%에 달할 정도로 좋은 성과를 보이며 주가 역시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Walmart가 이처럼 높은 기존점신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오프라인 매장 자체의 체질개선도 있지만, E-commerce 사업부문이 빠르게 성장하며 기여도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FY3Q21 기존점 신장률은 +6.4%였는데, 이 중에서 온라인몰 기여도가 무려 +5.7%p에 달했다. 현재 PP센터 매출액이 할인점에 기여하는 부분이 대략 1.5~2.0%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추후 SSG.COM 거래액 확대에 따라 기여도가 추가로 확대될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고 전망한다.


마지막으로 점검해볼 부분은 이마트의 전문점, 그리고 자회사 손익 개선이다. 할인점의 매출액 비중이 가장 높지만 이마트는 여러 오프라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온라인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을 오프라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집객(集客) 시설을 제시해야 했기에,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투자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전략이 틀렸다고 평가할 수는 없으나 예상보다도 온라인화의 물결을 그 속도가 빨랐고 대규모 투자에 따른 손익 부담이 크다는 점이 지난 몇 년간 문제로 작용했다. 다행히도 선택과 집중을 통한 과감한 구조조정으로 손익 측면에서의 부담감이 상당부분 해소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전문점의 경우 2019년 한 해에만 865억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는데, 최근에는 부진 전문점 구조조정 완료와 노브랜드 매장들의 수익성을 개선하며 조만간 흑자전환 가시성이 높아졌다. 편의점 사업인 이마트24 역시 총 점포 수가 5,000개를 넘어서며 지난 3분기 첫 흑자전환에 성공했음이 긍정적이다.


물론 상황이 조금 나아졌다고 해서 마음을 놓고 있을 단계는 아니다.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으며 거대 자본을 앞세운 신흥 유통강자들의 공세 또한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글로벌 유통 공룡으로 불리는 아마존이 11번가와의 제휴를 통해 국내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하지만 Covid-19라는 어려움 속에서 보여준 실적 반등을 통해 경쟁에서 이겨나가는 충분한 역량을 증명했다고 평가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번 실적 턴어라운드는 결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친 준비의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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