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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에서 세제를 사지 않고, 리필하면 생기는 일

[김동혁 부장의 서큘러 이코노미] 제로 웨이스트와 그린 택소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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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등급.

지난 3월 이마트가 환경단체 그린피스로부터 받은 플라스틱 감축노력 점수다.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 다른 대형마트 4곳은 모두 F등급을 받았다.


물론 평가 기준 및 방법론 등을 향한 대형마트들의 합리적인 항변도 분명 있다. 비닐쇼핑백도 없애고, 롤백 사용량도 줄이고, PL상품 패키지도 개선하고, 더 나아가 플라스틱 회수캠페인까지. 나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것 같은데, 그간 쏟은 노력에 비해 평가결과는 그야말로 참담하고 아쉽다. 왜일까? 우리 업계의 플라스틱 감축 노력, 더 나아가 친환경 노력들에 대한 성적은 정말 낙제점인 것일까? 그 기준은 무엇일까?

그 답은 택소노미에 있다.

택소노미는 객관적으로 비교 가능하고 사회적으로 합의된 분류체계와 가이드를 의미한다. 최근 뉴스에서도 많이 접하는 기업의 ESG 정보 중 환경에 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판단기준이라 할 수 있겠다.

* 택소노미: Taxonomy, Tassein(분류하다)와 Nomos(법, 과학)의 합성어
* ESG: Environment(환경), Social(사회), Governance(지배구조)의 약칭으로 기업의 비재무적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

실로 친환경이라는 영역은 너무나 넓고 방대하다. 친환경을 바라는 아우성은 넘쳐나지만, 실천에 대한 충분한 평가기준이나 가이드는 매우 부족하다. 아직까지도 모 기업의 광고처럼 나무심기나 환경봉사 같은 이미지 활동으로만 친환경을 인식하는 경우도 많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고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도 친환경 문제를 그 수준에서만 생각하고 있다면 그야 말로 옛날 사람이다. 세상은 바뀌었고, 환경은 생존이슈다. 


우리는 친환경인지 아닌지 모호한 질문에 답하기 위한 명확한 정의와 기준이 필요하다. 어떤 방향과 목표를 가지고 어떤 사업과 방법을 통해 어느 정도의 수치를 달성해야 하는지,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한 가이드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철학과 기준이 바로 설 때, 우리는 다양한 사회 이해관계자들의 평가를 보다 당당히 마주할 수 있다.

지난 3월 발표한 EU의 택소노미 최종 보고서

실제로 이러한 택소노미에 대한 담론은 국내외에서 본격화됐다.

EU는 지난 3월 EU 택소노미 최종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부터 모든 유럽 대기업들은 EU 택소노미에 따른 활동과 성과 정보를 반드시 공시해야 한다. 자본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투자기관 및 금융기관 역시 마찬가지로, 친환경 관련 투자와 금융거래 자산 비중을 공개해야 한다. 그 기준이 바로 EU 택소노미다.


우리 정부도 내년 상반기 녹색경제활동 분류체계, 일명 K-택소노미를 발표하겠다 했다. 얼마전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한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가이드인 셈이다. 금융사가 민간 사업에 투자할 때 판단하는 기준이자,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의 근간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탄소중립: 넷제로·Net Zero, 탄소를 배출한 만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개념

금융과 투자 관점의 기준이 되는 택소노미. 고객과 직접 대면하며 수많은 협력회사들과 함께 하는 리테일 산업에서 택소노미는 어떠한 의미를 가지게 될까?

미국 월마트는 2009년 자체 지속가능지수(Sustainability Index)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월마트는 실제로 이를 개발하여 지속해서 운영하고 있다. 일종의 월마트식 그린 택소노미인 셈이다. 당시 10만개의 글로벌 공급업체에 대한 탄소배출량, 자원활용, 사업 윤리성 등에 대한 15가지 설문을 시작으로 미국내 1등급 공급업체에 대해서는 설문완료 시한까지 밝혔다. 학계를 중심으로 제조협력사, 유통사, 정부 및 NGO 등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수 개발에 대한 꾸준한 연구를 진행했다. 이렇게 개발한 지수 정보는 고객들에게 온오프라인을 통해 지금도 활발히 공개, 활용하고 있다.


월마트의 이런 행보는 미국 제조업계와 소매업계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환경등급을 모든 공급업체에 적용하므로 이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공급업체의 자격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상품 안전성과 상품 가치의 제고 그리고, 친환경의 질적 성장을 이끌어낸 순환경제(Circular economy) 실현의 선한 영향력이다. 월마트의 지속가능지수는 기업간 상호 정보 투명성의 증진에 크게 기여했다. 상품의 재료, 생산과정, 유통구조 등에 대한 정보 공개가 보다 확대되며 비교 및 추적이 가능졌다. 이러한 그린 택소노미는 소위 ‘그린 워싱’을 방지하는 가이드 역할을 한다. 보다 안전한 친환경상품의 공급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 그린워싱: Green Washing,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생산하면서도 광고 등을 통해 친관경적 이미지를 내세우는 행위

이는 고객의 특정 상품 선택 기준이 된다. 품질과 가격이 비슷하다면 특히나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밀레니얼, 제트 세대들에게 이러한 지속가능 지수는 상품의 주요한 가치이자, 타이브레이커(Tiebreaker)가 되어줄 것이다.

* 타이브레이커: Tiebreaker, (퀴즈 대회에서 동점일 경우) 승자를 결정짓는 문제

이러한 세상과 고객들의 반가운 변화 모습은 최근 우리 매장에서도 만날 수 있다.

얼마전 환경부가 주최한 ‘2020 착한포장 공모전’에서 이마트와 협력회사 슈가버블이 함께 개발 런칭한 ‘에코 리필 스테이션’이 환경부 장관표창을 받으며 우수상을 차지했다.

에코 리필 스테이션이란 세제를 소분 리필하여 판매하는 자판기 시스템이다. 이마트 성수점과 트레이더스 안성점이 국내 대형 마트 중 최초로 선보였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 고객이 본품을 사용하고 빈용기 또는 리필 전용용기를 가져오면 직접 재충전하여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한번 사용한 지정 용기를 버리지 않고,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세탁세제, 섬유유연제 2종 모두 환경표지 인증을 취득한 녹색제품이다. 용기와 라벨 모두 동일한 PE 재질로 만들어 재활용 분리배출이 용이하다. 전용 리필용기는 재활용 플라스틱을 60% 이상 사용하는 등 충전액 보관용기 역시 재생원료로 재활용하고 있다. 시범사업을 함께 추진한 환경부 추정에 따르면 추가 설치할 8개점 기준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 약 8,760Kg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야말로 순환경제(Circular economy)의 표본이다.


세탁세제, 섬유유연제는 모두 전용용기 사용을 통해 안전확인 대상 생활화학제품의 안전/표시기준을 준수한 적합 상품이다. 리필상품은 본품대비 최대 30% 저렴하여 경제성까지 갖추었다. 여기에 그린카드로 구매시 에코머니까지 추가 적립도 가능하다. 그야말로 친환경성 + 재활용 용이성 + 제로웨이스트 + 안전성 + 경제성까지 모두 골고루 갖춘 시스템이다.

상품 브랜드 선호도와 품질이 동일하다면, 이 상품을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그런데도 이렇게 좋은 제로웨이스트 매장은 왜 이제야 등장한 것일까? 안 하는 것일까, 못하는 것일까?


사실 이러한 제로 웨이스트 매장은 이미 미국, 유럽 등의 선진 유통채널 및 국내 일부 소규모 소매점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관련 법규 준수 및 시스템 구축 비용 등이 문제다. 대형 유통 채널에서는 그 시도가 쉽지 않다. 대형 유통채널의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의지와 기준, 제조회사와의 협력 파트너쉽 참여도 중요하지만, 관련기관의 규제개선 및 안전성 보장, 사업방법 제시 등 이러한 명확한 가이드와 기준이 없는 것이다. 결국 그 이유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택소노미의 부재로 귀결된다.

에코 리필 스테이션 개발을 앞두고 이마트 앱을 통해 진행한 고객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약 1만 2천여명이 응답자 중 86%가 이러한 리필 판매기를 이용하겠다고 응답했다. 동시에 가장 우려되거나 중요시 생각하는 부분에 상품 품질과 안전성을 꼽았다.


제로 웨이스트 매장에 대한 사회의 니즈는 갈수록 커져 가고, 그린피스와 같은 환경/시민단체들의 플라스틱 감축 요구도 거세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이번 에코 리필 스테이션은 이마트의 제안으로 시작했지만, 파트너사인 슈가버블, 관계기관인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과 함께 오랜 고민과 연구 끝에 개발됐다. 시범사업 성과 평가를 통해 향후 생활화학제품 관련 규정 개정 등 플라스틱 용기 재사용 확대를 위한 기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에코 리필 스테이션을 통해 제로 웨이스트 매장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와 기준, 균형 잡힌 그린 택소노미가 활발히 논의되고 만들어질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보다 많은 유통채널에서 보다 많은 제로 웨이스트 매장을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하나뿐인 지구, 잊지 말자.

지금 우리에겐 그린 택소노미가 필요하다.

이마트 CSR팀 김동혁 부장


지구의 내일을 우리가 함께,

리테일 유니버스 어딘가에서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는,

히어로를 꿈꾸는 지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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