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女프로그래머 '차별 편집'에 사라져

조회수 2019. 8. 18. 09:4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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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출처: 20세기 폭스사
영화 '히든피겨스' 공식 포스터.

영화 <히든피겨스>는 1960년대 미국항공우주국에서 우주선을 쏘아올리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영화에는 이 과정에 큰 성과를 이뤄낸 흑인 여성 세명이 등장 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에 나오듯 여성 인력들의 역할은 당시 우주 관련 기술 발전에 주요했지만, 그 성과는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아습니다. 여성을 남성과 동등하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가 당시 과학계에도 팽배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차별은 최초의 디지털 컴퓨터 '에니악'과 관련해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여성은 지워졌다

에니악이 등장하는 다음 두 장의 사진을 주목해주시죠. 먼저 1946년 2월 15일자 <뉴욕타임즈>에 실린 사진입니다. 세상에 가장 많이 배포된 사진입니다.

출처: newyork times pictures
에니악에 관해 가장 널리 퍼진 사진

그리고 다음 사진은 1946년 10월 잡지 <Popular Science monthly>에 실린 모습입니다. 육군이 컴퓨터 인력을 모집하는 광고입니다. 같은 사진이지만 오른편이 편집됐습니다.

출처: Popular Science
육군 광고에 등장한 사진은 원본과 조금 달랐다.

첫 번째 사진을 자세히 보면 에니악을 다루는 군복 입은 남성으로부터 오른쪽 구석에 여성 두 명이 있습니다. 육군 광고에 쓰인 사진에는 여성들은 편집돼 사라지고 남성만 보입니다.

MIT STS(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교수 제니퍼 라잇은 논문 <when computers were women>에서 뉴욕타임즈에 실린 첫 번째 사진과 잡지에 실린 육군 두 번째 광고 사진을 비교했습니다. 제니퍼 교수는 이 두 장의 사진이 "컴퓨터 과학발전 역사에서 어떻게 여성이 사라지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성 프로그래머들은 에니악 시연 행사에서 탄도 계산 프로그램을 짜는 등 발전에 기여했습니다. 하지만 성별 역할의 고정관념 때문에 그 공로를 인정받지 못했다고 제니퍼 교수는 이야기합니다.

남성 분야로 '재구성'돼

과학기술사회학 연구자 김명진은 저서 <할리우드 사이언스>에서 다큐멘터리 <극비계획 로지>를 언급했습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2차세계대전 시기 컴퓨터 발전과 관련해 여성들의 활약을 조명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남성의 일이라는 고정관념이 생긴 건 1960년대 이후의 일이라고 합니다. 그 전까지 이 분야의 여성 인력 비중은 30%에 육박했다고 하네요.

프로그래밍 기술을 퍼즐 풀이와 동등한 능력으로 보았던 당시의 분위기와 컴퓨터 회사의 고용 관행, 컴퓨터 과학분야의 전문직화가 일어나며 여성 프로그래머들은 점차 소외됐습니다. 이후 컴퓨터 과학을 남성의 전유물로 보는 지금의 고정관념이 굳어졌습니다.

김명진 저자는 "본래 남성적인 분야가 아니라,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남성적인 분야로 '구성' 되었기 때문에 여성들이 점차 기피하게 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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