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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왜 게임 '카트리지'를 핥지?

조회수 2017. 3. 24. 18:0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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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사람들이 게임 카트리지를 핥는다

사람들이 게임보다 게임 ‘카트리지’에 열광하고 있어 화제입니다. 너도나도 게임 카트리지를 혀로 맛보며 자신의 감흥(?)을 유튜브에 올리고 있는 겁니다.

카트리지는 휴대용 닌텐도 기기에서 게임을 실행하기 위한 SD 카드 크기의 ‘팩’입니다. 문제의 카트리지는 닌텐도에서 지난 3일 새로 선보인 ‘스위치(Switch)’라는 게임기에 삽입하는 용도인데요.

해외 게임 리뷰어 지트 거스트만(Jeet Gerstmann)은 “이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강력한 맛이 느껴진다. 집에서 시도하지 마라”고 경고했습니다. 선험자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해외 게임 유튜버들은 ‘아이스버킷 챌린지’ 참여하듯 앞다투어 카트리지 먹방을 업로드하고 있습니다. ‘핥방’ 이랄까요.

맛있어서 먹는 건 아닙니다. 맛본 사람들은 모두 잔뜩 인상을 찡그립니다. 소리를 지르기도 하죠. 써서 맛본다고 합니다. 카트리지에서 문제의 쓴 맛이 나는 건 카트리지에 코팅된 특별한 물질 때문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쓴 물질

사람들이 평범한 쓴 맛에 괜한 호들갑 떠는 건 아닌가 봅니다. 이들이 맛 본 물질은 데나토늄 벤조에이트(DENATONIUM BENZOATE)입니다. C28H34N2O3의 화학식을 가진 데나토늄 벤조에이트는 ‘세상에서 가장 쓴 화학물’로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습니다. ‘쓴맛의 왕’이라는 뜻의 비트렉스(Bitrex)라고도 부르죠.

데나토늄 벤조에이트는 인공화합물입니다. Macfarlan Smith라는 제약회사가 1958년 마취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생성됐습니다. Macfarlan Smith에 따르면 데나토늄 벤조에이트의 쓴 맛은 아주 강렬해서 올림픽 정식규격 수영장에 손톱 만큼 양을 희석해도 쓴맛이 느껴진다고 합니다.

출처: 트위터 계정 The Verge

데나토늄 벤조에이트는 삼키면 안 되는 물질에 섞어 사용합니다. 고미제(苦味劑 : 구토를 유발하는 매우 쓴 물질) 역할입니다. 닌텐도 측은 “스위치 전용 카트리지는 23mm x 32mm 크기”라며 “작은 카트리지가 휴대엔 편리하지만 어린이가 실수로 삼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입에 넣더라도 삼킬 수는 없도록 데나토늄 벤조에이트를 코팅해 놓은 것이죠.

미국 오레건 주는 1995년 부터 데나토늄 벤조에이트가 부동액과 와이퍼 오일에 의무적으로 첨가되어야 한다는 법안을 제정했습니다. 심지어 미 육군은 데나토늄 벤조에이트의 쓴맛을 적군의 식량 공급을 방해하는 화학전 무기로 쓰겠다고 보고서를 만들었을 정도입니다. 정말 많이 쓴 것 같군요.

건강 해치진 않을까?

화학전 무기로 이용될 뻔 했지만 사실 데나토늄 벤조에이트 자체는 크게 위험한 물질이 아닙니다. 다른 물질과의 반응성이 낮기 때문인데요. 안전보건공단의 화학물질정보에 따르면 데나토늄 벤조에이트의 반응성 위험 지수는 ‘0’이고, 피부과민성 또는 발암성 등 기타 유해 항목에 대한 자료도 아직 보고된 적 없다고 합니다.

다만 위험하지 않을 뿐이지 입이나 호흡기에 들어가면 매우 강한 자극을 유발하기 때문에 “먹어보는 것은 자제하는게 좋겠다”고 안전보건공단은 조언합니다. 만일 다량의 데나토늄 벤조에이트에 피부가 노출되면 즉시 20분 이상 흐르는 물에 씻어내야 합니다. 흡입 혹은 섭취로 인해 호흡이 곤란할 때는 신선한 공기가 흐르는 곳에서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자극성이 강해서 구강대 구강 인공호흡은 절대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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