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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간 통역 로봇 등장'

조회수 2019. 7. 10. 14: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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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영화 '주토피아' 포스터

영화 <주토피아>에서는 수많은 동물들이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영화에서 나오는 모든 동물들이 서로 다른 종임에도 이야기를 나누고 규칙을 정하죠. 동물들은 동물들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의사소통을 하면서 갈등을 겪기도 합니다.

이런 창작물처럼까진 아니더라도, 다른 종들끼리 의사소통을 하고 행동양식을 맞출 수 있을까요? 로봇이 있다면 다른 종끼리 의사소통을 하고 행동양식도 맞출 수 있다고 합니다. <Science Robotic>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이 개발한 두 대의 로봇이 꿀벌과 제브라 피쉬의 생체 신호를 통역해 이들의 행동양식을 변화시켰다고 하는데요.

꿀벌과 제브라 피쉬

스위스 로잔 공과대학(Ecole Polytechnique Federale de Lausanne) 바이오로봇공학연구소(BioRob)의 프랭크 보닛 박사의 연구진은 스위스에 있는 제브라 피쉬들과 오스트리아에 있는 꿀벌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출처: pixabay
꿀벌은 대표적인 사회적 동물 중 하나다.

먼저 꿀벌과 제브라 피쉬의 특징을 알아봅시다. 꿀벌은 대표적인 사회적 동물 중 하나입니다. 꿀벌은 항상 봉군이라는 기능적 집단 생활을 합니다. 한 마리의 여왕벌과 수만 마리의 일벌, 그리고 3,000~20,000마리의 수벌이 모여 하나의 독립된 왕국을 이루며 살고 있죠.

꿀벌의 사회구조는 전형적인 분업화 및 협업화의 형태를 띱니다. 꿀벌 사회를 구성하는 여왕벌, 수벌, 일벌 등이 무리 내에서 하는 일이 다르다는 의미인데요. 꿀벌 사회를 통솔하는 여왕벌을 중심으로 여왕벌과 수벌은 새끼를 치고 일벌들은 꿀을 모아 나르는 역할을 합니다. 

출처: fotolia
이젠 제브라 피쉬의 시대다!

제브라 피쉬는 작은 관상용 물고기이며 과학자들 사이에서 훌륭한 실험 동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척추동물인 제브라 피쉬는 폐를 제외하고 인간이 가진 장기를 모두 갖췄습니다. 쥐와 다르게 많은 알을 낳기도 하는데요. 쥐가 한 번에 대여섯 마리의 새끼를 낳는 반면, 제브라 피쉬는 200~300개의 알을 낳기 때문에 구하기도 쉽다고 합니다. 특히 제브라 피쉬의 치어는 몸이 투명하기 때문에 해부를 하거나 죽이지 않아도 실험에서 알고자 하는 변화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로봇 통역, 효과 있다
출처: Ecole Polytechnique Federale de Lausanne
연구진의 실험 설정 이미지.

연구진은 두 종류의 로봇을 준비했습니다. 하나는 작은 벌집 형태를 가졌고 다른 하나는 제브라 피쉬의 형태를 가졌죠. 연구진은 팀을 나눠 꿀벌이 있는 오스트리아와 제브라 피쉬가 있는 스위스에서 실험을 했습니다. 연구진은 꿀벌들과 제브라 피쉬들을 채취해 곁에 각각 두 종류의 로봇을 설치했습니다.

두 로봇은 모두 센서(Sensor)와 액츄에이터(Actuator)를 갖습니다. 두 로봇의 센서는 각각 꿀벌과 제브라 피쉬들의 생체 신호를 받아 기록합니다. 센서에서 기록된 생체 신호는 인터넷 통신을 통해 각각 다른 로봇에게 전달됩니다. 꿀벌 로봇이 기록한 신호는 제브라 피쉬 로봇으로, 제브라 피쉬 로봇이 기록한 신호는 꿀벌 로봇으로 가는 거죠.

각 로봇의 액츄에이터는 들어온 신호를 받아 각 동물들에게 전달합니다. 이런 식으로 꿀벌들의 생체 신호는 제브라 피쉬들에게, 제프라 피쉬들의 생체 신호는 꿀벌들에게 전달되는데요. 각 로봇들은 받은 생체 신호를 해당 종에게 인식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해서 전달한다고 합니다.

실험 결과 꿀벌과 제브라 피쉬의 행동양식이 변화를 보였다고 합니다. 집단행동을 중시하는 꿀벌들은 제브라 피쉬들의 생체 신호에 영향을 받아 집단행동을 하는 횟수가 감소했다고 합니다. 반대로 개개의 행동을 하는 제브라 피쉬들은 꿀벌들의 영향을 받아 집단행동을 하는 횟수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25분 후 꿀벌들과 제브라 피쉬들은 생체 신호에 서로 영향을 받아 행동이 동기화됐습니다. 700km나 떨어져 있음에도 말이죠. 제브라 피쉬들은 반시계 방향으로 로봇 주변에서 헤엄을 쳤고 꿀벌들도 로봇 근처를 계속 맴돌고 있었습니다.

BioRob의 연구원이자 연구진 중 한 명인 Francesco Mondada는 "로봇은 국제 회의에 있는 한 명의 협상자 겸 통역가와 같았다"고 말했습니다. Mondada는 "로봇을 통한 다양한 정보 교환을 통해 두 동물 그룹이 점차 공통된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출처: fotolia
너의 목소리가 들려...?

최근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의 기기에서 모국어가 다른 사람들끼리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번역기 애플리케이션이 각광받고 있습니다. 좀 더 먼 미래로 간다면 다른 종의 동물과 인간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번역기가 인기를 얻을 지도 모릅니다.

##참고자료##

  • 임신재 <동물행동학>
  • 김형자 <구멍에서 발견된 과학>
  • KBS 과학카페 제작팀 <KBS 과학 다큐멘터리 과학카페 2>
  • Bonnet, Frank, et al. "Robots mediating interactions between animals for interspecies collective behaviors." Science Robotics 4.28 (2019): eaau7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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