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인간? 또다른 나 vs 낯익은 타인

조회수 2019. 4. 19. 07:5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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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영화 '어스(Us)'의 주인공은 부모님과 함께 휴가를 즐기러 해변을 찾습니다. 주인공은 우연히 발견한 놀이공원의 '유령의 집'에 이끌려 들어갑니다. 그리고 그곳 유리의 방에서 그녀와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를 만나게 됩니다. 

나와 똑같이 생긴 사람과 마주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영화 속 상황에서 더 나아가 만약 나와 생김새뿐만 아니라 유전적으로도, 심지어는 신경학적으로도 구분이 불가능한 나의 '진정한 복제인간'을 만나게 됐다고 가정해봅니다. 이 복제인간은 나와 같은 사람일까요? 다른 사람일까요. 대체 누가 '나'일까요.  

출처: fotolia
태어날 때부터 결정된 유전자와 달리 경험은 어떤 환경에서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유전자와 경험의 영향을 받아 '커넥톰(connectome)'은 평생 변화를 겪는다.

책 <천국의 발명>에 따르면 우리 몸 속 원자, 분자, 세포, 조직, 기관은 몇 년마다 바뀝니다. 심지어는 DNA나 RNA가 들어있지 않은 이질적인 세포나 세균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스스로 서로 다른 생명체의 집합이라고 느끼지 않습니다. 유전체 안에 암호화된 생물학적 정보와 패턴, 우리 뇌의 커넥톰에 기록된 신경 시냅스 배열 등이 이런 본질의 연속성을 담보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커넥톰이란 뇌 속 신경 세포들의 연결을 종합적으로 표현한 뇌지도입니다.

생명 복제 사례를 하나 볼까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자신의 반려견이 죽자 복제했습니다. 출처: 유튜브/variety

분명 사만다의 세포를 통해 복제한 강아지인데 사만다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나타냈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걸까요? 

유전자 같아도 서로 다를 수 있는 이유

책 <천국의 발명>에 따르면 복제 시나리오에는 중요한 조건이 있다고 하는데요. "당신과 당신의 복제된 기억자아(혹은 일란성쌍둥이)가 각자의 삶을 살기 시작하는 순간 둘은 독립적인 시점자아일 뿐만 아니라 독립적인 기억자아이기도 하다”고 합니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시점자아란 '자립적이고 지각이 있는 모든 존재'를 말하는데요. 감정 표출, 지각, 감각, 반응, 의식 등의 능력을 갖춘 존재라는 의미입니다. 이는 일란성쌍둥이가 심리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서로 다른 두 개인인 것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출처: National Geographic
쌍둥이.

 <Genome research>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일란성쌍둥이의 자아를 구분해주는 '경험의 고유성'은 이미 수정된 후 엄마 자궁 속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합니다.

연구진은 출생한 쌍둥이의 게놈에서 DNA 메틸화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DNA 메틸화는 세포 수 천 개의 유전자 중 어떤 것을 발현시킬 것인가 조절하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데요. 이는 후성유전학(Epigenetics)연구를 위해 쓰이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참고로 후성유전학(Epigenetics)은 DNA의 염기서열이 변하지 않으면서 일어나는 변화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출처: pixabay
아기 쌍둥이가 자고 있어요.

분석 결과, 연구진은 자궁 내 환경이 후성유전자(epigenome)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즉, 일란성쌍둥이라고 하더라도 엄마 뱃속에서의 위치, 영양 등 각자 고유하게 노출되는 뱃속 환경에 따라 각자 자신만의 기억과 성격을 형성된다는 말입니다. 또 일란성 쌍둥이라고 해도 후성유전자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유전적으로 완전히 동일하지 않은 셈이죠.

여기서 잠깐! 한 개체 내에서는 모든 유전정보는 동일할까요?

출처: fotolia
뉴런~

내 몸에서 나온 두 개의 세포는 유전적으로 다를 수 있습니다. 유전학자 마이클 로다토(Michael Lodato)와 연구진은 뇌 속에 있는 수 십 억 개의 각 신경세포가 세포분열 및 복제기간에 생기는 고유의 돌연변이를 1,500개까지 담을 수 있다는 사실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은 성인 3명의 대뇌 피질에서 36개의 뉴런을 단일세포시퀀싱(single-cell sequencing)해 수천 개의 단일 뉴클레오티드 변형체(single nucleotide variant)를 확인했습니다. 즉, 한 개인에게서 나온 두 개의 세포라고 하더라도 DNA의 지속적인 무작위 돌연변이 때문에 유전적으로 동일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Science>에 게재된 이 연구에 따르면 이런 돌연변이는 언제든지 생깁니다. 환경과 상황에 따른 환경적 요소(방사능, 화학물질)로부터 촉발되기도 합니다. 스위치를 켜고 끄는 과정에서도 생깁니다. 이는 신경세포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정보를 암기 할 때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또한 문제를 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등의 조건에도 반응해 새로운 시냅스 연결을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과정으로 신경세포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납니다. 다른 신경세포와 차별화되는 고유한 신경세포가 만들어지는 배경입니다.

출처: pixabay
뇌 속 신경세포의 40%까지는 복제되거나 삭제된 큰 DNA 덩어리를 포함한다고 합니다.

심지어 유전학자 마이클 매코널(Michael McConnell)은 "몸 속 모든 세포의 DNA가 다를 수 있다"고 말하는데요. 에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 몸 속 모든 세포가 동일한 DNA를 갖지 않을 수 있다고 합니다. 연구진에 따르면 뇌 속 신경세포의 40%까지는 복제되거나 삭제된 큰 DNA 덩어리를 포함한다고 합니다.

이 중 일부는 다른 숙주 신경세포로 이동한 DNA도 있고 일부 신경세포 집단은 여러 곳이 수정된 대단히 비정상적인 유전체를 갖습니다. 매코널은 이번 연구에 대해 "지금까지는 한 개체 안의 유전체가 모두 동일하다고 가정해 왔으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제 다시 한 번 이런 질문을 던져봅니다. 나를 복제한 인간은 나 자신과 같은 '또다른 나'일까요? <천국의 발명>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치밀하게 풀어냈습니다. 저자인 마이클 셔머는 과학의 최전선에서 사이비 과학, 창조론, 미신에 맞서 싸워온 인물이자 과학적 회의론자를 위한 잡지 <스켑틱(Skeptic)>의 발행인입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죽음과 사후세계뿐 아니라 영혼, 영생, 종교, 천국, 환생 등을 과학적으로 톺아보며 냉철하게 사안을 바라보라고 집요하게 환기합니다.

기사 다 읽고 나면 이 영화에 대한 반전 스포일러가 뒤늦게 밀려옵니다.

##참고자료##

  • 마이클 셔머, 「천국의 발명」, 북21, 2019
  • Gordon, Lavinia, et al. "Neonatal DNA methylation profile in human twins is specified by a complex interplay between intrauterine environmental and genetic factors, subject to tissue-specific influence." Genome research 22.8 (2012): 1395-1406.
  • Lodato, Michael A., et al. "Somatic mutation in single human neurons tracks developmental and transcriptional history." Science 350.6256 (2015): 94-98.
  • McConnell, Michael J., et al. "Mosaic copy number variation in human neurons." Science 342.6158 (2013): 632-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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