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과학자

임신을 하면 배가 불러오고 걷기가 어려워지는데요. 그렇다고 임신부가 쉽게 앞으로 넘어지진 않습니다. 이런 배경에는 여성의 요추 모양이 남성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임신을 한 여성이 앞으로 넘어지지 않는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미국 하버드대학과 오스틴대학 고고학과 등 공동 연구팀이 손을 잡았습니다. 연구팀은 남녀의 골반 모양이 다르다는 사실에 착안해 남녀의 요추 모양도 다를 것이라 가정했습니다.

요추는 척주 중 등뼈(흉추)와 엉치뼈(천골) 사이의 부분으로 허리를 형성하는 뼈 구조물입니다. 요추는 척추 가운데 허리등뼈라 불리는 곳으로 척추의 가장 끝 부분에 있죠. 인간이 직립보행을 할 때 무게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연구 결과 실제로 남성과 여성은 요추 모양이 달랐습니다.

임신을 한 여성의 배는 초기에는 별로 불어오지 않지만 출산일이 다가오면서 눈에 띄게 불러옵니다. 임신부의 몸은 앞쪽으로 쏠리는 무게를 감당하면서 중심을 잡아야 앞으로 넘어지지 않는데요. 이때 큰 역할을 하는 것이 요추의 맨 끝에 위치한 5개의 뼈입니다. 직립보행을 하는 인간이 넘어지지 않고 두 발로 걷기 위해서는 무게중심이 가장 끝 요추의 바로 아래에 위치해야 합니다. 임신을 하지 않은 여성의 경우 척추가 S자 형태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무게중심이 요추의 아래 위치합니다. 이는 남성의 경우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만약 남성이 임신을 해서 배가 부르게 된다면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제대로 걷지 못하게 될 겁니다. 왜냐하면 남성은 요추가 휘어지지 않고 곧은 형태이기 때문인데요. 곧은 형태의 요추는 배가 부르게 되면 배 쪽으로 놓이는 무게중심을 요추가 따라갈 수 없습니다.

반면 여성의 경우 가장 아래 5개의 요추가 남성에 비해 휘어져 있기 때문에 배가 부르더라도 무게중심이 요추의 끝에 위치하게 된다고 해요. 배 쪽으로 쏠리는 무게중심을 휘어진 요추가 따라가게 된다는 설명입니다.

##참고자료##

진주현, 「뼈가 들려준 이야기」, 파주:푸른숲, 2015.

Daniel E. Lieberman et al, “Fetal load and the evolution of lumbar lordosis in bipedal hominins”, Nature 450.7172 (2007):1075-10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