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치솟으면 여아 사망률도 올라가는 나라

조회수 2019. 3. 20. 09:5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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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인도인이 금을 선호하는 데는 종교적인 배경이 있습니다. 출처: pixabay

지구촌에서 금을 좋아하는 나라를 꼽는다면 중국과 더불어 인도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인도에서는 여자아이들이 태어나면 먼저 귀를 뚫어주고 순금 귀걸이를 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남자들의 경우 반지나 목걸이 등의 장신구를 하죠.

이처럼 인도인들의 유별난 '금' 사랑은 종교적인 이유가 큽니다. 브라만교에서 발전한 힌두교는 인도인들의 80% 정도가 믿는데요. 이 힌두교에서는 금이 부와 건강의 상징입니다. 그런데 세계 금값이 치솟으면 인도에서 태어난 여자아이는 한 달을 채 살지 못 하고 사망할 확률이 높다고 합니다.

신부가 지참금을 들고 가는 문화가 여아 사망률 높여

인도에도 결혼한 딸의 손에 금붙이 등을 들려서 남자에게 보내는 문화가 있습니다. 지참금 문화의 배경에는 과거 유산을 상속할 권리가 없는 딸에게 부모가 집안의 재산을 상속 혹은 증여하는 수단이었는데요. 일부 문화권에서는 남편이 아내의 집안에 무리한 지참금을 요구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인도가 그 예인데요. 이런 까닭에 인도 정부는 지난 1961년 딸이 결혼해 신랑의 집으로 갈 때 딸의 부모가 준비해 증여하는 지참금 문화를 법적으로 금지합니다.

인도에서 지참금문화는 법적으로 금지됐지만, 여전히 전통으로 암암리에 행해지고 있습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지참금 문화가 인도의 남아선호사상을 부추기고 딸 가진 부모들에게 경제적인 어려움을 안긴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인도 정부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인도에서는 지참금 문화가 행해지고 있는데요.

문제는 금을 사랑하는 인도인들이기 때문에, 딸을 가진 부모는 지참금 또한 대부분 순금으로 준비한다는 데 있습니다. 영국 에섹스대학 경제학과 연구팀은 인도의 지참금 문화가 여아 사망률을 높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데요.

금값 변동과 여아 사망

연구팀은 1972~2005년까지 30년에 걸친 국제 금값의 변동 추이를 월 단위로 쪼개, 같은 기간 인도의 △남녀출생비율 △출생아생존비율 등과 비교했는데요. 무려 10만 건에 달하는 대규모 출생 데이터였습니다.

연구 결과는 충격적인데요. 1972~1985년 사이 국제 금값이 6.3% 치솟은 달에는 인도의 여자 신생아의 사망률도 6.4% 증가하는 등 금값과 여아 사망률 사이에 일종의 함수 관계가 포착됐습니다. 반면, 남자 아이의 사망률에는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죠.

인도에서 지참금 문화가 완전히 사라지면, 남아선호사상도 사라질까요? 출처: wikimedia commons

또 연구팀은 1986~2005년의 출생자 데이터를 별도로 뽑아 추가적인 조사를 했는데요. 해당 기간은 산부인과 등 의료기관에서 초음파검사가 가능해진 시기입니다. 연구팀은 임신중절수술을 염두에 두고 진행한 것이죠. 그 결과 예상대로 금값이 2.6% 치솟은 달에는 여아의 출생률이 0.3%pt 감소했습니다.

연구팀의 소니아 발로트라 경제학과 교수는 "금값이 상승한 달에 태어난 여성은 성인이 되어서도 키가 작았고 이는 어렸을 때 제대로 된 영양 공급을 받지 못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통계"라며 "인도 부모들은 금값이 오르면 딸을 위해 준비할 지참금이 부담이 되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자 아이의 출생을 막으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참고자료##

Bhalotra Sonia, Chakravarty Abhishek, Gulesci Selim, The Price of Gold: Dowry and Death in India, CEPR Discussion Papers,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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