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다치면 "결정장애 올 수 있어"

조회수 2018. 8. 21. 08: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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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출처: fotolia
갈까? 말까?

혹시 자신이 결정장애를 앓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간단히 확인해볼 수 있는 자가진단법을 활용해보시죠.

1. 메뉴를 고를 때 30분 이상 갈등하거나 타인이 결정한 메뉴를 먹는다.

2. TV프로그램을 선택하지 못해 채널을 반복적으로 돌린다.

3. 타인의 질문에 대부분 "글세", 또는 "아마도"라고 대답한다.

4. 혼자서 쇼핑을 못하고 친구의 결정을 따른다.

5. 제대로 된 선택을 하지 못해 일상생활에서 피해를 받는다.

6. 인터넷에 '이거 써도 될까요', '오늘 뭐 먹을까요' 등 사소한 질문을 올린다.

7. 누군가로부터 선택을 강요받으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낀다.


카이스트의 뇌과학 전문가 정재승 교수는 책 <열두 발자국>을 통해 "위의 항목 중 5개 이상 해당하는 사람은 '결정 장애'"라고 전합니다.

출처: fotolia
선택을 할 때 뇌는 모든 영역을 사용합니다.

우리가 결정을 내릴 때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뇌는 1천억 개의 신경세포로 이뤄졌고 주변 다른 신경세포와 복잡한 시냅스를 형성하며 얽혀 있습니다. 신경세포들은 주변 신경세포들과 전기 신호를 주고 받으며 상호작용을 합니다. 이렇게 뇌는 인지, 감정, 기억, 학습 등의 복잡한 정보를 처리합니다.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에 따르면 뇌는 우리가 의사결정을 할 때 '경제적 이익' 뿐만 아니라 '사회적 이익', '과거 경험', '주의 집중', '도덕적 판단'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한다고 합니다. 즉, 뇌의 모든 영역을 두루 사용하는 거죠.

일반적으로 의사결정 과정에서 각 선택지에 대한 판단은 '전전두엽'에서 이뤄진다고 해요. 감각기관이 선택지라는 자극을 받게 되면 전전두엽은 앞에 놓인 선택지를 평가합니다. '이걸 선택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내가 얻게 되는 득과 실은 무엇일까?' 등에 대해 계산합니다.

그리고 선택에 있어 감정적인 평가는 주로 '편도체'에서, 문화나 신념처럼 오랫동안 그 사람의 습성에 영향을 미쳐온 사고는 '시상하부'에서 이뤄진다고 합니다.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을 때 우리 뇌는 정말 많은 일을 처리하고 있는 셈이죠.


뇌 다치면 성격도 달라져
출처: Wikomedia Commons
쇠막대기가 머리를 관통한 피니어스 게이지.

사진 속 인물은 다이너마이트 폭발로 쇠막대기가 머리를 관통하는 사고를 당한 '피니어스 게이지'라는 사람입니다. 그는 철도 공사 감독관이었는데요. 구멍에 폭발물을 넣고 쇠막대로 구멍의 표면을 고르는 작업을 하던 중 실수로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해 변을 당했습니다. 머리에 지름 9cm가 넘는 구멍이 생긴 겁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두개골 상당 부분과 왼쪽 대뇌의 전두엽 부분이 손상되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고 이후 게이지의 성격과 행동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해요. 그래서 피니어스 게이지 사례는 신경 과학에 큰 논쟁거리였던 '성격이 생물학적 뇌에서 비롯된다'는 가설을 뒷받침해준 좋은 사례였다고 평가받습니다.

출처: youtube 갈무리
상황 판단과 의사 결정에 관여하는 전두엽이 손상됐습니다.

특히, 게이지의 손상된 뇌 영역은 '선택과 결정'에 영향을 주는 곳이었다고 합니다. 전두엽에서는 감정적인 반응을 받아서 상황을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데요. 이 영역이 손상되면서 게이지는 늘 판단을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선택의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결정장애와 뇌가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점을 방증한 셈인거죠.

전문가들에 따르면 실제 결정장애에 해당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하네요. 다만 정재승 교수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지 말고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거나 공황상태에 빠질 경우에는 결정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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