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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비 맞으면 탈모? "샴푸보다 약해"

By 이웃집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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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과학자 작성일자2018.08.11. | 5,850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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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산성비면 탈모 어쩌죠? 네? 괜찮다고요?

출처 : pixabay

대학에 입학 후 환경학을 전공하면서 한 가지 놀란 점이 있다. 산성비에 관한 기존 통념이 이론과는 다르다는 사실 때문이다. 흔히 산성비는 사람의 건강과 주변 환경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일부는 맞지만 대부분 산성비에 대한 과도한 오해가 낳은 편견이다. 사람들이 산성비에 대해 상식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알고 보면 사실이 아닌 오해 세 가지를 정리해봤다.

1. '산성비'는 산업화의 산물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산업화로 인한 공기오염이 산성비를 내리게 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빗물은 기본적으로 오염되지 않은 자연상태에서도 산성을 띤다.

산성비란 산도가 pH 5.6 이하의 빗물로 정의한다. pH는 용액의 산성의 세기를 나타내는 단위인데, 0에서 14까지 숫자로 표현한다. 7이 중성이고, 0에 가까울수록 강한 산성을 뜻한다.

물은 극성을 띠고 있어 지상으로 떨어지면서 대기 중에 떠 있는 성분을 녹여 이온화시킨다. 대표적인 성분으로 질소산화물(NOx), 황산화물(SOx), 이산화탄소(CO2) 등이 있다.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 비의 산성화를 일으킨다.

①CO2 + H2O → H2CO3

②H2CO3 ↔ HCO3- + H+

③HCO3- ↔ CO3-2 + 2H+

①먼저, 이산화탄소(CO2)가 물(H2O)에 용해되면 탄산(H2CO3)이 형성된다. ②탄산(H2CO3)은 중탄산이온(HCO3-)과 수소이온(H+)로 분리된다. ③또 중탄산이온(HCO3-)은 (CO3-2)와 두 개의 수소이온(H+)으로 이온화된다. 이처럼 이산화탄소가 물 속에 용해되면 평형 과정을 거치며 수소이온을 내놓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산성화가 진행된다. 이것이 산성비가 생성되는 화학적 반응이다.

대기의 구성성분이 질소(78%), 산소(21%), 아르곤(0.93%), 이산화탄소(0.04%) 등으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면, 자연상태에서의 빗물은 기본적으로 약한 산성(pH 5.6 가량)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산성비의 역사는 지구상에 비가 내리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자연계의 생물들은 오랜기간 동안 중성이 아닌 약한 산성인 물을 바탕으로 생명활동을 지속해 온 것이다.

레몬의 pH는 2~2.5로 산성비의 산도보다 높다.

출처 : pixabay
2. 산성비, 인체에 유해하다?

산성이라고 다 건강에 영향을 줄 정도로 나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무조건 산성비와 건강을 연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과학 교과서나 여러 환경 저서 등에서는 산성비에 대한 과장된 표현들이 많아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산성비를 맞으면 호흡기 질환, 눈 통증, 피부염을 일으키는 등 인체에 유해하다는 내용도 그중 하나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에 내린 비의 평균 산도는 pH 4.3~5.8이다. 참고로 사람의 피부 표피는 평소 pH 4.5~6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산성비의 산도는 피부에 영향을 미칠 수준이 아니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주변에서 산성비보다 높은 산도의 액체물질을 다수 접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접하고 있는 강산성 물질로는 요구르트(pH 3.4), 오렌지주스(pH 3.0), 콜라(pH 2.5) 등이 있다. 이들 액체와 비교하면 산성비는 10배에서 100배 더 묽은 산도를 갖고 있는 셈이다.

특히, 산성비를 맞으면 머리가 빠진다는 얘기는 과학적인 근거 없이 괴담 수준으로 퍼진 낭설이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샴푸의 경우 pH3 가량으로 산성비보다 10배에서 100배 정도 높은 수준이다. 매일 샴푸를 사용하면서 산성비를 맞으면 탈모가 된다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이다. 결론적으로 빗물에 희석된 산 자체는 너무 묽어 인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지 못한다.

일각에서는 빗물에 함유되어 있는 불순물을 우려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빗물은 대기 중에 떠 다니는 불순물을 녹여 대지로 떨어뜨린다. 이 때문에 미세먼지가 심각한 수준일 때는 빗물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가중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실제로 데이터를 살펴보면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서울대 빗물연구센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빗물의 총용존고형물(TDS·물속에 녹아 있는 이물질의 양) 농도는 10~20ppm이다. TDS는 물 속에 얼만큼의 이물질이 있는지 알려주는 지표로서 물 1ℓ에 포함된 이물질의 양(mg)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TDS 20ppm이라 하면 물 1ℓ에 오염물질 20mg이 들어 있다는 뜻이다.

보통 집에서 마시는 수돗물의 TDS 수치는 50~250ppm, 현재 우리나라에서 마시는 물의 TDS 기준은 500ppm이라는 점을 살펴보면, 빗물에 이물질이 많다는 건 오해다. 참고로 대기오염물질은 비가 내리는 처음 10~20분 간 많이 섞여 있다고 한다. 이후 내리는 비는 굳이 불순물 걱정에 피하지 않아도 된다.

흙에는 산성을 중화시킬 수 있는 완충능력이 있다.

출처 : pixabay
3. 산성비는 토지의 산성화를 가져온다?

이론적으로 산성비는 토양의 산성화를 일으킨다. 토양의 산성화는 토양과 결합하고 있던 알칼리성 양이온인 칼슘 이온(Ca2+)이나 마그네슘 이온(Mg2+) 등이 빗물에 용출되고, 대신 빗물의 자체 이온화로 인해 생긴 수소 이온이 토양과 결합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하지만 산성비가 내렸다고 해서 토양이 무조건 산성화될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 뿐이지 필연적으로 산성화된다는 뜻은 아니다.

지금 정도의 산성비는 별문제가 없는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국내의 강우량과 산성비의 산도가 토양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정도가 아닌데다 흙에는 그 자체에 이온 교환능력이 있어 산성인 것들을 중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오랜기간 황사의 영향을 받아온 터라 토양에 알칼리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황사의 진원지인 몽고 고원의 토질에는 염분이 많아 이곳에서 불어오는 황사는 알카리 성질이 강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리나라는 산성비가 내려도 토양이나 산림이 버틸 수 있는 이른바 '완충력'이 좋은 편에 속한다.

실제, 서울대 빗물연구센터는 이 같은 매카니즘을 실험을 통해 증명하기도 했다. 땅에 떨어진 빗물의 pH를 측정한 결과, 산성인 빗물이 토양과 접촉하자마자 중화되거나 알칼리 성분으로 바뀌는 현상을 확인한 것. 토양의 완충력을 넘어설 정도의 산도가 아닌 이상 산성비로 인해 토양이 산성화될 가능성은 적다.

위와 같이 산성비를 둘러싼 잘못된 정보는 불필요한 공포를 조장하고 사회적 불안을 야기한다. 따라서 이러한 오해들을 바로잡아야 겠지만 산성비가 인체와 환경에 덜 위협적일 수 있다는 사실이 더 많은 산성비를 생산하기 위한 명분이 될 수 없다는 점 또한 유념해야 한다. 어찌됐든 산성비의 원인이 되는 대기오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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