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맞으면, 감정이 무뎌진다?!

조회수 2018. 12. 24. 08: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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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보톡스 주사는 오늘날 성형 시술을 대표하는 대명사가 됐을 정도로 널리 쓰입니다. 그런데 보톡스 주사를 맞으면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는 아량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합니다.

강석기의 저서 『과학의 위안』에는 지난 2016년, 독성학 분야의 학술지인 <톡시콘(Toxicon)>에 실린 이탈리아 고등연구국제대학(SISSA) 연구자들의 논문을 소개하는데요. 논문은 보톡스 주사를 시술 받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다른 사람의 표정이나 말에서 감정을 읽어내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해요.

보톡스 맞기 전후 감정수치 달랐다

출처: fotolia
감정을 잘 못 읽는다고?

연구는 눈 주변과 미간에 보톡스 주사를 맞은 여성 1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습니다. 연구진은 보톡스 주사를 맞기 전과 후 실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인지 심리 테스트를 했습니다. 행복이나 슬픔에 관련된 문장이나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보여준 뒤 자신의 감정 상태를 수치로 평가하게 한 것인데요.

실험 참가자들은 '당신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거나 '당신의 친구가 회사에서 상사에게 혼쭐이 났다'와 같은 문장들을 읽게 한 뒤에 자신의 감정 상태를 수치로 표현했습니다. 또 화면에 떠오른 남성의 얼굴 표정을 보고 같은 방식으로 감정 상태를 수치화했습니다.

보톡스를 맞기 전에 실험 참가자들이 제시된 문장과 남성의 얼굴표정 사진을 보며 스스로 평가한 감정 상태의 수치와, 보톡스를 맞은 후에 실험 참가자들이 제시된 문장과 남성의 얼굴표정 사진을 보며 스스로 평가한 감정 상태의 수치에는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습니다.

'당신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같은 명백히 절망적인 문장에는 실험 참가자들이 보톡스를 맞기 전과 맞은 후에 슬퍼하는 정도에 차이가 없었지만, '당신의 친구가 회사에서 상사에게 혼쭐이 났다'처럼 다소 가벼운 슬픔을 주는 문장에서는 보톡스를 맞은 후에는 보톡스를 맞기 전보다 '덜 슬퍼'했습니다.

출처: fotolia
실험참가자들에게는 위와 같이 여러 감정상태를 나타내는 남성의 사진이 주어졌다.

제시된 남성의 얼굴 표정으로 자신의 감정 상태를 수치화하는 실험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왔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은 남성의 깊은 절망이나, 극도의 행복한 표정을 본 경우에는 보톡스를 맞기 전이나, 맞은 후에나, 사진 속의 남성의 얼굴을 보고 느끼는 감정의 상태에서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보톡스를 맞기 전에 사진 속 남성의 옅은 미소나 살짝 찡그린 미간 등의 미묘한 표정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자신의 감정 상태를 그에 따라 점수매겼던 실험 참가자들이 보톡스를 맞은 후에는 미묘한 표정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러한 결과가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라 불리는 심리현상 때문에 일어나게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체화된 인지는 몸의 감각이나 행동이 정신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현상인데요. 행복한 얼굴 표정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따라 웃고, 마찬가지로 우울한 표정을 보면 자신도 울상 짓게 되면서 상대방의 정서를 보다 정확하게 유추한다는 것입니다.

출처: fotolia
얼굴 표정에 관여하는 다양한 근육들.

보톡스를 맞은 실험자들의 경우, 보톡스를 맞아 얼굴 근육이 마비된 까닭에 문장을 보거나 남성의 얼굴 표정을 보면서도 스스로 얼굴 표정을 바꿀 수가 없어 감정이 무뎌졌다는 설명입니다. 예를 들어 추미근(Corrugator supercilii)의 경우 찌푸린 표정에 관여하고 눈둘레근(Orbicularis oculi)과 큰광대근(Zygomaticus major)의 경우 행복한 순간 미소를 짓는 데 사용하는데요. 이러한 근육들이 보톡스로 굳어지면서 마음도 무뚝뚝하게 변했다는 분석입니다.

                             ##참고자료##

강석기, 『과학의 위안』, 서울:MID,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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