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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란드 빙하에 '로마 흥망성쇠' 있어"

조회수 2018. 8. 1. 07: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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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최근 새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고대 그리스, 로마 제국의 흥망성쇠를 그린란드의 빙하가 간직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스와 로마 제국의 영토가 그린란드까지 확장하지는 않았더라도, 로마의 영향력은 4,600km 떨어진 그린란드까지 미쳤던 건데요.


이번 연구는 네바다의 Desert Research Institute(DRI)가 이끄는 국제팀의 성과이며, 에 소개됐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로마 제국의 번영기와 그렇지 않을 때 이 물질의 농도로 유추할 수 있다고 합니다. 바로 오염 물질인 '납'이죠.


수천년 전 고대 그리스와 로마 문명사회의 경제는 '은'으로 굴러갔습니다. 경제수단으로 '은화'가 사용됐기 때문이에요. 당시 은은 납-은 광석을 제련해서 얻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대기 중 납 농도가 올라갔죠. 중국의 환경오염이 한국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당시에도 은화 생산으로 인한 그리스, 로마의 납 오염은 전 세계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출처: DRI
로마와 그린란드 사이의 거리

상당한 거리에 떨어져 있던 그린란드도 이 영향을 피해갈 순 없었습니다. 연구 자료를 보면 공기 중에 함유된 납이 그린란드 상공으로 이동해 눈에 섞여 떨어졌습니다. 눈과 함께 떨어진 납은 그린란드 빙하에 안착했는데요.


몇 세기가 지나는 동안 납 농도가 높은 얼음은 점점 더 깊이 묻히게 됩니다. 얼음이 납에 얼마나 오염됐는지 여부는 천혜의 자연 속에 그대로 보관된 셈입니다.


출처: DRI
빙하 샘플을 녹이는 과정.

연구진은 이 얼음 샘플을 얻어 여기에 있는 납 배출량을 분석하면 수천년 전 어떤 산업 공해가 발생했는지 기록을 세분화 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네바다 사막연구소(DRI)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북그린란드 빙하 코어 프로젝트(North Greenland Ice Core Project, NGRIP)의 일환으로 1990년대 후반부터 그린란드의 얼어붙은 중심부에서 얼음을 뚫고 분석해왔습니다.


출처: DRI
원기둥 형태로 쭉 파내려가면 이런 샘플을 얻을 수 있어요.

화석이 있는 지층처럼, 깊은 곳에서 채취한 얼음일수록 오래된 얼음입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159m에서 580m 깊이의 샘플을 얻어 분석했죠. 이를 이용해 기원전 1,100년에서 기원후 800년 사이의 정보를 읽어냈습니다. 놀랍게도 각 연대별 오염물질의 척도에 전적으로 기초해 당시 고대 사회가 얼마나 번영했는지를 알아낼 수 있었는데요.

출처: DRI
납의 오염정도와 은화 생산량 사이의 상관 관계.

위 그래프의 검정선은 납 오염 정도를 나타냅니다. 주황색 점은 로마제국의 통용되던 은화의 양이죠. 그래프를 보면 철기시대, 그리고 페니키아 시대에는 납의 오염 정도가 크지 않았음을 볼 수 있어요.

그러나 로마제국 등장 이후 납 오염 정도는 급증합니다. 옥스퍼드대 고고학 교수인 앤드류 윌슨은 "로마제국 건설 후 첫 2세기 동안 납 생산량이 4배로 늘었다는 점이 로마제국이 급성장했음을 시사한다"고 말합니다. 

더욱 재밌는 사실은 이후 납 오염 정도는 로마제국의 흥망성쇠를 계속 따라간다는 점이에요. 그래프의 초록색 빗금으로 표시된 시기는 로마제국이 위기를 맞던 시절이었는데요. 이 기간 동안 납 오염 정도는 급감했습니다.


그 이후 로마제국의 번영기라고 알려지는 '팍스 로마나(Pax Romana)' 때 오염도가 최고조에 달하죠. 로마제국은 그 후 2차례의 전염병(Antonine plague, Plague of cyprian)과 정치적 불안정(Third century-crisis)에 의해 몰락하게 되는데 이 시기 납 오염 정도는 급감하여 로마제국이 생기기 이전 만큼이나 떨어집니다.


 

연구원 조 맥코넬의 말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대부분의 납 배출은 광석과 납-광석 제련으로 인한 것이므로 납의 배출은 전체 경제 활동의 대리 지표 또는 지표로 간주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즉, 대기 중으로 납이 방출될 일은 은화를 생산하는 일 뿐이었으니, 납배출량으로 은화 생산량을 알 수 있다는 거에요.


놀라운 시간여행이 처음이 아닙니다. 얼음을 이용한 이전 연구는 18개의 얼음 데이터 포인트에 근거해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번에는 2만1천 건이 넘는 샘플을 이용해 측정했죠. 옥스퍼드 대학의 고고학자인 앤드류 윌슨(Andrew I. Wilson)연구원은 "납 오염지수가 GDP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연구는 여태까지 인류가 가지고 있던 요소 중 가장 적절하게 전반적인 경제를 추론할 수 있는 지표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납을 사용한 양은 과학자와 역사가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하는데요. 마치 새로운 화석을 발견한 느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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