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134340' 천문학적 감상법

조회수 2018. 7. 13. 21:3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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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한국 최초 '미국 빌보드 차드 1위'라는 기염을 토한 방탄소년단(BTS)은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방탄소년단의 매력은 다양하지만, 메시지를 담은 가사도 한몫 하는 것 같다는 분석인데요. 대표적으로 'Fake Love'라는 곡이 유명하며, 지난해 발매된 앨범에서는 'DNA'라는 곡으로 인기를 끌었죠.

출처: 출처: not today 뮤직비디오 갈무리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도 <이웃집과학자>처럼 과학을 좋아하는 걸까요? '134340'이라는 곡은 천문학적 의미를 담고 있어 주목됩니다. 이 숫자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134340, '前 명왕성'

제프 벤자민이라는 K-Pop칼럼니스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방탄소년단 가사에 대한 의미를 얘기하며, 134340이 명왕성(Pluto)을 의미한다고 말했어요. 명왕성은 태양계에서 행성 자격을 잃고 퇴출돼 왜소행성 134340으로 이름이 바뀌었습니다. BTS는 행성에서 왜소행성으로 지위가 격하된 점을 빗대 사람들이 '난 더 이상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감성을 자극한다고 언급됐는데요. 다음 영상의 약 1분 10초쯤 관련 내용이 나옵니다.

BTS의 노래 134340 가사를 같이 살펴보면 색다른 묘미가 있다는 분석인데요.

출처: NASA
마음에 하트를 품은 명왕성
Get back, get get back Get back, get get back

그럴 수만 있다면 물어보고 싶었어 그때 왜 그랬는지 왜 날 내쫓았는지

어떤 이름도 없이 여전히 널 맴도네 작별이 무색해 그 변함 없는 색채

명왕성을 왜 내쫓은 건지, 안타까우신가요? 명왕성을 쫓아낸 사람은 참고로 마이클 브라운이라는 미국의 천문학자입니다. 'Pluto Killer'라는 트위터 아이디를 쓰고 있습니다. 책도 있습니다. 제목은 <난 어떻게 명왕성을 죽였고 왜 그렇게 됐어야 했는가(How I Killed Pluto and Why It Had I coming)>입니다. 

출처: 트위터/plutokiller
내가 바로 명왕성 킬러~

이어서 볼까요?

나에겐 이름이 없구나 나도 너의 별이었는데

명왕성은 지난 2006년 이름을 잃었습니다. 명왕성에서 왜소행성 134340으로 숫자만 남았네요. 마치 드라마 속 '별 의미없는 행인 1'이 된 느낌인데요. 김춘수 시인의 꽃을 떠올리는 사람도 많을 것 같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행성은 별이 아니지만, 시적 허용이라 여기고 넘어갈게요. 참고로 별은 태양 같은 항성을 가리킵니다.

넌 빛이라서 좋겠다 난 그런 널 받을 뿐인데

행성은 스스로 발광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태양과 같은 항성의 빛을 받아 반사돼야 행성을 볼 수 있어요.

무너진 왕성에 남은 명이 뭔 의미가 있어

명왕성이 모티프임을 확실히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명왕성은 어두울 명(冥) 임금 왕(王) 별 성(星)를 쓰는데요. '임금 별이 무너지고 남은 어둠이 무슨 의미인가'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동음이의어로 '무너진 임금의 성에 남은 목숨이 무슨 의미인가'라는 해석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이별한 연인은 태양인 것 같죠? NASA 홈페이지에 따르면 태양과 왜소행성 명왕성 사이 거리는 약 59억km에요. 상당히 멀군요.

죽을 때까지 받겠지 니 무더운 시선 아직 난 널 돌고 변한 건 없지만 사랑에 이름이 없다면 모든 게 변한 거야
출처: 방탄소년단 공식 페이스북
빛을 받고 있는 방탄소년단!

계속해서 태양 주위를 돌며 태양빛을 받아야 하는 명왕성의 운명이네요. 왜소행성이 된다고 해도,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건 변함이 없으니까요. 지구에서 명왕성을 보기에 가장 밝을 때 밝기는 13.65등급 정도입니다. 참고로 눈으로 관측할 수 있는 별의 밝기는 6등급 이하입니다. 즉, 명왕성은 맨눈으로 보이지 않아요.

넌 정말로 Eris를 찾아낸 걸까
출처: NASA
뒤쪽에 있는 천체가 에리스의 상상도입니다.

에리스(Eris)는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투쟁과 불화의 여신 이름인데요. 앞서 말씀드린 마이클 브라운 박사(Pluto Killer)가 찾아낸 행성의 이름입니다. 에리스가 처음 발견됐을 땐 명왕성보다 더 큰 천체일 것이라고 추측했는데요. 동시에 이와 같은 천체가 더 있을 거라는 추측도 함께 하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천문학계에선 최초로 '행성'을 명확히 정의하려는 노력이 시작됐습니다. 새로 만든 기준에 명왕성은 미치지 못했고, 행성 자격을 박탈당했죠.

말해 내가 저 달보다 못한 게 뭐야

대상을 공전하는 천체를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엄밀히 말하면 말해, '내가 다른 행성보다 못한 게 뭐야' 라고 해야겠지만 그냥 넘어가면 될 것 같습니다.

Us는 you의 복수형일 뿐

이건 과학과 무관한 말장난인 것 같습니다. '우리'를 뜻하는 Us를 'you'와 소리가 같은 U에 복수형 s를 붙인 것 같네요.

어쩌면 거기 처음부터 난 없었던 거야 언젠가 너도 이 말을 이해하겠지
출처: 방탄소년단 공식 페이스북
처음부터 거기 없는 것처럼 보이네요.

명왕성은 원래부터 지구의 6.9% 질량을 가지고 있었으니, 처음부터 명왕성은 행성 자격이 없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나의 계절은 언제나 너였어 내 차가운 심장은 영하 248도

명왕성의 온도는 영하 248°C입니다. 참고로 절대 영도인 영하 273°C와 25°C 밖에 차이가 안 나네요. 참고로 명왕성의 공전주기는 약 248년입니다. 우연인데, 숫자가 겹치는 게 재밌네요.

니가 날 지운 그 날 멈췄어 damn 난 맴돌고만 있어 (난 널 놓쳤어 난 널 잃었어)

난 헛돌고만 있어 (넌 날 지웠어 넌 날 잊었어)

한때는 태양의 세계에 속했던 (노랜 멈췄어 노랜 멎었어)

태양의 세계, 태양계에 속했다가 퇴출된 명왕성을 의미하는 것 같네요.

별의 심장엔 텁텁한 안개층뿐
출처: 방탄소년단 공식 페이스북
왠지 안개 같은 방탄소년단 진.

별의 심장이라고 해서 태양의 내부를 찾아봤습니다. 태양의 중심은 플라즈마 상태인데요. 플라즈마는 전하를 띠는 이온이 기체 상태를 가리킵니다. 기체 상태여도 온도와 압력은 어마어마게 높아요. 온도는 157만 캘빈, 압력은 2,477억 bar입니다. 1bar는 대기압과 비슷합니다. 

(넌 날 지웠어 넌 날 잊었어) 어제와는 그리 다를 건 없네 ay

똑같은 일상 속에 딱 너만 없네 ay 분명 어제까지는 함께였는데

ay 무서울 정도로 똑같은 하루 속엔 딱 너만 없네

명왕성이 지위를 얻거나 잃거나, 명왕성의 움직임에 별 영향은 없겠죠.
(중략)
난 맴돌고만 있어(안개 너머의 여전히 미소 띤 널 지켜보지 의미도, 너도, 다 없는 불규칙 내 궤도의 현실)

명왕성의 궤도가 불규칙하진 않지만, 다른 천체와는 조금 다릅니다. 다른 천체의 궤도보다 더 길쭉한 타원형이고, 심지어 같은 평면에 있지도 않아요. 길쭉한 타원형 궤도 때문에 1979년부터 1999년까지는 해왕성보다 태양에 더 가까웠습니다.

출처: NASA
명왕성 궤도만 삐딱하죠?
난 헛돌고만 있어 (너에겐 기억하기 힘든 숫자와 어둠의 pluto 그래도 계속 난 너의 주위를 맴돌겠지 damn)

134340, 기억하기 어려운 숫자긴 합니다. '행인 1'보다 기억하기 어렵겠어요.

(후략)

지난해 발표된 노래 'DNA' 가사 중 일부에 논란 아닌 논란이 있어서일까요? 이번 134340은 사실 여부를 좀 더 철저히 검증한 느낌이 듭니다.

DNA 가사 내용을 두고 문제제기한 글. 출처: 아주대학교 대나무숲


사실 위 지적은 '적혈구 속'에는 DNA가 없다는 점에서 아쉽습니다. 댓글에는 '혈관 속에서 죽은 세포의 DNA조각이 혈관에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철저한 검증이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볼 수 있었는데요.

이웃님들, 공감하셨나요? <이웃집과학자>는 이전 볼빨간 사춘기의 '우주를 줄게'도 분석한 적 있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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