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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의 X선 사진이다'

By 이웃집과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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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과학자 작성일자2018.04.05. | 65,200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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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가 나타났다고?'

X선의 발견

X선을 발견한 빌헬름 뢴트겐.

출처 : Wellcome Library

1895년 11월 8일.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 물리학 교수 빌헬름 뢴트겐(Wilhelm Röntgen)은 음극선관에서 나오는 빛을 백금 시안화 바륨 결정에 쏘이며 음극선관의 자외선 방출에 대해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음극선관은 음극에서 방출된 전자들의 흐름을 관찰하기 위해 고안된 실험 장치입니다.

백금 시안화 바륨은 자외선 아래에서 형광을 발하는데요. 자외선을 흡수한 뒤 자신만의 독특한 빛을 방출하기 때문에 화학자들은 백금 시안화 바륨을 자주 실험에 이용했습니다.

그런데 실험 과정에서 뢴트겐은 음극선관에서 방출되는 광선이 실험실 안의 다양한 물체를 관통해 백금 시안화 바륨에 닿아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음극선관과 몇 미터 떨어져 있던 백금 시안화 바륨이 갑자기 빛을 발했기 때문입니다. 수학에서 미지의 값을 X로 표시하듯 뢴트겐은 이 빛을 X선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세계 최초 X선 사진의 주인공은?

세계 최초의 X선 사진인 안나 베르타 루드비히의 왼손.

출처 : Wilhelm Röntgen

뢴트겐은 이 X선이 나무판자, 헝겊, 책은 물론 나무와 섬유, 고무 등 수많은 물질을 통과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는데요. 바로 X선에 사진 인화의 원리를 접목한 겁니다.

당시 사진은 유리나 셀룰로이드 같은 불투명한 건판에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감광물질을 바르고 빛을 쪼여서 얻었습니다. 이 때 필름에 쪼여지는 빛의 세기에 따라 감광반응을 일으키는 정도가 달라 흑백 명암으로 사진이 만들어지는데요. 이 원리를 이용해 물체 내부를 들여다 보는 사진을 찍어 보자는 계획이었습니다.

몇 주 동안 실험도구를 정교하게 다듬어 12월 22일 드디어 세계 최초로 X선 사진 촬영에 성공합니다. 모델은 바로 뢴트겐의 아내 '안나 베르타 루드비히(Anna Bertha Ludwig)'였습니다. 뢴트겐은 광선을 사진 건판에 쏘아 아내의 손뼈 이미지를 얻는 데 성공했습니다.

뢴트겐이 발견한 이 광선은 손의 피부와 근육은 관통했지만 딱딱한 뼈는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실질적으로 '뼈의 그림자' 이미지를 얻은 셈입니다. 약지에 끼인 뭉툭한 물체는 바로 결혼반지인데요. 자신의 뼈 사진을 본 안나 베르타 루드비히는 "나의 죽음을 보았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세계 최초의 X선 피촬영자 안나 베르타 루드비히.

출처 : Sutori

최초의 X선 사진인 안나 베르타 루드비히의 손뼈 사진은 이후 과학계에서 유명한 사진이 됐습니다. 이 사진은 이후 치과나 정형외과 등 의학계와 기타 여러 분야에서 널리 활용됐습니다. 

뿐만 아니라 원자의 구조를 밝히고 양성자, 중성자, 전자 등 아원자 입자(subatomic particle)를 발견하는 데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X선을 발견한 공로로 뢴트겐은 1901년 제정된 노벨 물리학상의 첫 수상자가 됐습니다.

핵 물리학 발전으로 이어진 뢴트겐의 X선 발견

책 <인류사를 바꾼 위대한 과학>에 따르면 X선의 발견은 핵 물리학이 발전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X선이 발견되면서 인류가 원자 내부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하는데요. 때문에 뢴트겐이 X선을 발견한 1895년 11월 8일은 '핵 물리학이 태어난 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관련 책
인류사를 바꾼 위대한 과학
인류사를 바꾼 위대한 과학
저자
아널드 R 브로디
발행일
2018.04.02
출판사
글담
가격
정가 23,000원보러가기

이후 후속 연구들이 진행되면서 원자보다 작은 단위의 물질들이 존재한다는 게 밝혀지는데요. 1896년 1월 23일 프랑스의 물리학자들은 프랑스 과학 아카데미에 X선에 대한 논문을 제출했습니다. 이날 X선 사진이 공개된 자리에는 물리학자 앙투앙 앙리 베크렐(Antoine Henri Becquerel)도 있었습니다.

우라늄이 스스로 방사선을 방출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베크렐.

출처 : Nobel foundation

프랑스 자연사 박물관의 물리학과장이었던 베크렐은 당시 몇몇 종류의 암석이 빛을 흡수한 뒤 이를 방출하는 안광 현상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베크렐은 X선 사진을 보고 X선과 안광 현상 사이에 근본적으로 모종의 관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실험을 계속했는데요. 연구 끝에 우라늄이 스스로 방사선을 방출한다는 사실을 알아내 1896년 7편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우라늄의 방사선은 실체가 알려지지 않아 '알파 입자', '알파선'으로 불렸습니다. 

퀴리 부인도 관심 보여

폴란드 출신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한 한 여성 과학자가 뢴트겐이 발견한 X선과 베크렐이 발견한 알파 입자에 큰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이 여성은 바로 마리 퀴리(Marie Cueri)였습니다. 마리 퀴리는 1897년 유럽 최초의 여성 박사 학위 취득에 도전하기로 마음 먹습니다. 이 논문 주제가 알파 입자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방사선이 우라늄 자체 원자 내부에서 나온다는 이론을 가장 먼저 내놓은 마리 퀴리.

출처 : Corbis

마리 퀴리는 '베크렐의 사진 건판에 그림자를 만든 에너지의 근원은 무엇인가?', '우라늄에서 나온 방사선은 무엇인가?'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마리 퀴리는 원자의 개념과 이론을 두고 더 정확한 이론을 만들기 위해 베크렐, 어니스트 러더퍼드와 같은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고군분투했는데요. 1898년 방사선 현상이 우라늄 자체의 원자 내부에서 나온다는 이론을 가장 먼저 내놓았습니다. 전자기파의 한 형태라고 알려진 X선과 달리 방사선은 물질의 일부이며 인광의 형태로 흡수되거나 되돌아가지 않는다는 이론이었습니다. 마리 퀴리는 '광선(Ray)'을 뜻하는 라틴어 'Radius'로부터 '방사능(Radioactivity)'라는 이름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 가설은 훗날 20세기 초반 과학자들이 복잡한 원자의 구조를 완전히 밝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1903년 마리 퀴리는 방사능을 발견한 공로로 남편 피에르 퀴리, 베크렐과 함께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습니다. 기존의 원자 이론을 초월한 연구로 인정받았습니다. 

X선 발견이 인류사를 바꾼 이유

빌헬름 뢴트겐과 아내의 손 X선 사진

출처 : @RoySocMed

책 <인류사를 바꾼 위대한 과학>를 보면 이들이 원자 구조를 밝혀 현대 기술 문명의 기초를 다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물질의 근원을 밝히려는 시도들은 있었습니다. 엠페도클레스(Empedocles)는 흙, 공기, 불, 물이 세계를 이루는 기본 물질이라고 최초로 주장했는데요. 탈레스(Thales)는 물이 모든 물질의 기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낙사고라스(Anaxagoras)는 물질을 반으로 쪼개고 또 쪼개기를 반복하면 모든 물질을 무한히 쪼갤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이론들은 추측에 기반한 것으로 엄밀히 말하면 철학에 속하는 것이지 과학은 아니었습니다.

이후 세월이 흘러 1803년 돌턴이 최초로 현대 원자 이론을 전개했습니다. 위에서 언급된 19세기 과학자들도 원자 내부에도 양성자, 중성자, 전자와 같은 더 작은 입자들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는데요.

이 이론들은 원자의 내부구조를 과학적으로 밝혀내 고대 그리스 철학을 물러나게 만들었습니다. 현대에 맞는 세계관을 형성하는데 기여했습니다. 또 원자의 구조와 기능을 밝힘으로써 핵 발전을 통한 에너지 생산을 가능케 해 현대문명의 기반이 됐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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