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과학자

말은 인간보다 빠르고 오래 달릴 수 있습니다. 교통, 군사 등 다양한 방면에서 인간의 다리를 대신해왔죠. 2014년 고려대 한국학연구소에서 발간한 <말의 민속적인 관념과 신앙적 의미>를 살펴보면 “조선시대 이전부터 말은 통신용 역마 뿐만 아니라 승마로 이용되어 왔다”며 “물건과 인간을 운반할 수 있는 동물”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말과 함께 오랜 세월을 지냈음에도 오늘날 한국에서 승마는 대중적인 스포츠로는 자리매김 하지 못했습니다. 2013년 정호권 강원관광대 교수는 <승마에 대한 태도와 인지적 욕구 및 감정적 강도에 관한 연구>에서 “정부의 지원 부족, 시설 부재, 접근 거리, 환경, 비용 등 여러 가지 요인과 ‘귀족 스포츠’라는 대중의 선입견으로 인해 승마가 비인기종목으로 분류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정 교수는 “승마는 세계적 인기 스포츠이며 여러 가지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연구에 소개된 ‘여러가지 긍정적 효과’엔 신체적 능력 향상이나 농촌 경제 활성화 등이 소개되어 있는데요.

정서적 측면에서 승마의 장점을 더 자세히 연구한 논문이 있어 소개해드립니다.

대구대학교 특수교육재활과학연구소가 2011년 발간한 <승마운동프로그램이 지적장애아동의 사회 적응력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연구진은 “승마운동프로그램이 지적장애아동의 사회 적응력을 유의하게 향상 시키는 것으로 사료된다”고 주장합니다.

논문은 “지적장애아동의 문제는 지적 결함 그 자체보다도 미숙한 대인 관계 기술로 인해 동료들로부터 편견과 배척을 받고 스스로 고립되는 것”이라며 Hawkes의 1962년 연구를 인용 “큰 동물들과 규칙적ㆍ지속적인 접촉이 사람들과의 의사소통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알립니다.

말 위에 ‘올라탄다’는 행위는 승마를 다른 스포츠와 구분 짓는 큰 특징입니다. 자전거나 자동차를 이용한 스포츠와 달리 살아있는 생물과 함께하기 때문이죠. 2016년 한국관광레저학회의 논문 <한·영 승마 현황 분석 및 레저승마 활성화 방안 탐색>을 보면 “승마는 살아있는 동물과의 교감을 통하여 다양한 기술을 구사하는 스포츠로 자연 친화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설명도 나옵니다.

다시 대구대학교 특수교육재활과학연구소 승마 연구로 돌아오죠. 연구팀은 대상자들의 승마운동프로그램 적응을 위해 일주일 간 예비운동(Pre-conditioning Program)을 시행하고, 이후 약 8주 간 주 3회 2시간 가량 본 연구를 실시하여 실험 전ㆍ후 변화를 측정했습니다.

실험 대상으로 선정된 아동들은 서울 소재 초등학교 특수반에 재학 중인 지적장애아동 8명과 비장애아동 12명 총 20명(남아 13명, 여아 7명)이었습니다. 대상을 장애 아동과 비장애아동으로 나눈 이유는 “(승마를 통해)자세 또는 체형을 향상 하는 연구는 많지만 사회성을 알아보는 연구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라고 논문은 설명합니다.

결과는 유의미했습니다. 승마운동프로그램을 실시한 뒤 측정한 결과는 신체적 측면 그리고 정서적 측면에서 승마운동프로그램 시행 전보다 긍정적인 값을 나타냈습니다. 위 표에서 승마운동은 신체적 측면, 질서와 예의범절은 정서적 측면을 나타냅니다.

사회적 측면의 검사에서도 자조, 이동, 작업, 의사소통, 자기관리, 사회화 6개의 요인 모두 사전보다 사후에서 향상된 모습을 보입니다. 논문에는 “의사소통 요인을 제외한 5가지 하위 요인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며 “승마운동프로그램이 사회적 측면에 있어서 지적장애 아동 뿐만 아니라 비장애아동에게도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강조돼 있습니다.

말을 타는 행위는 이처럼 신체적, 정신적 측면에서 긍정적 영향을 줍니다. 동물과 교감을 통해 사회성이 좋아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치료 승마(hippotherapy)로 불리는 재활승마도 주목받고 있는데요. 말의 도움을 받아 신경근육 기능을 향상시키는 치료법입니다. 혹시 주위에 치료가 필요한 분이 있다면 이런 재활 승마를 검토해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