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는 개구리에 왜 잡아먹히나

조회수 2017. 7. 13. 18: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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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개구리 소년 빰빠밤-'

만화 '개구리 왕눈이'의 주제곡은 나이를 불문하고 한번쯤 들어봤을 법 합니다. '왕눈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개구리 신체에서 눈은 특징적인 부위지요.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개구리에게 눈은 포식자로부터의 위협을 감지하고, 먹이를 사냥할 때 필수적인 감각기관입니다. 더불어 개구리의 주식인 곤충에게도 시각이 중요한 건 마찬가지인데요. 이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출처: 개구리 망막세포 광자 세포 검출 자료사진
개구리 막망 세포 광자 검출 실험

왜 두 동물의 오감 중 시각에 더 주목해야 할까요. 통상 개구리 종은 야행성입니다. 그래서 어둠 속에서 적은 양의 빛으로도 사물을 보는 능력이 발달했습니다. 2014년 A`STAR(the Agency of Science, Technology and Research) 연구진은 개구리 눈의 망막 세포로 광자 한 개 단위의 감지까지 가능하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을 정도입니다. 개구리의 시각이 다른 감각에 비해 그만큼 더 민감하다는 겁니다. 

파리의 경우 털로 공기의 미세한 진동까지 감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개구리가 사냥할 때 주로 은신하다가 기습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기 진동 감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래서 개구리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는 편이 빠르고 유리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개구리와 파리 간 '눈 싸움'의 승자는 누구일까요? 

먹이가 움직일 때 '낼름'
출처: PEXEL
훗. 너로 정햇다

윌리엄 코닝(W.C.Corning)의 <The Mind: Biological Approaches to its functions>라는 학술서적에는 개구리의 시각 인지에 관한 내용이 등장합니다. 개구리는 적은 빛으로도 사물을 볼 수 있지만 1초에 5프레임밖에 인지하지 못 한다고 합니다.


사람의 경우 초당 10장까지만 개별적 인지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24프레임의 영화를 보면 낱장의 사진이 아니라 영상으로 다가옵니다. 비슷하게 개구리에게 광자극을 주는 실험을 했을 때 초당 5회가 넘는 신호는 잔상으로 이어진 자극으로 인지했습니다. 다시 말해 아주 빠른 움직임을 보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죠. 

출처: giphy.com
인누와 인누와~!

안타깝게도 개구리는 '멈춰 있는' 물체 또한 잘 보지 못 합니다. 개구리를 사육할 때 죽은 먹이를 주면 이를 보지 못하고 굶어죽는 사례가 많다고 합니다. 결과적으로 개구리는 적절한 속도로 움직이는 사물만 볼 수 있습니다. 

출처: pixabay
지켜보고 있지

프라자드(S.N.Prasad)의 책 <척추동물학(A Textbook of Vertebrate Zoology)>을 보면 개구리는 사람처럼 수정체 두께를 조절하거나, 카메라처럼 망막과 수정체 사이 거리를 조절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개구리는 멀리 있는 사물을 잘 보지 못하는 근시이며 배경을 모두 흐리게 본다고 하네요.


그런데 슈텔츠너(Stelzner.D.J)의 <개구리 시신경 재생(Regeneration of frog optic nerve)> 논문에서는 개구리의 커다란 시신경이 소뇌, 대뇌에 비해 발달된 중뇌로 연결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시야도 360도 가까이 되며 시각 의존도가 높습니다. 위의 조건들은 얼핏 보면 개구리에게 악조건같지만 시야 내에서 움직이는 먹잇감만 보고 공격하는 것에 특화된 결과입니다.


너의 움직임은 이미 모두 파악됐다
출처: Top Ten Diary
파리의 눈. 신기한데

개구리에게 먹히지 않으려는 자, 파리의 시각 능력은 어떨까요. 대부분의 곤충은 겹눈을 갖고 있습니다. 겹눈은 분할된 렌즈 각각의 크기들이 작기 때문에 광원으로부터 빛을 잘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즉 빛에 대한 감도는 낮아 사물의 형태를 확실히 보지는 못 합니다. 

호릿지(Horridge GA)는 <곤충의 운동 인지(Insect motion perception)>라는 논문에서 곤충은 겹눈의 운동시(motion vision)로 물체의 움직임만큼은 잘 감지한다고 언급합니다. 그 중에서도 파리는 초당 200~300컷까지 인지가 가능합니다. 앞서 봤던 개구리에 비하면 움직이는 물체를 포착하는 능력이 월등한 겁니다. 이에 착안한 권혁웅 시인은 <꼬리 치는 당신>이라는 제목의 동물감성사전을 통해 "파리 보기에 우리는 느릿느릿열매를 먹은 날개 없는 덩치에 지나지 않지"라고 노래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2013년 출간된 과학잡지 <동물 행동학(Animal Behavior)>에서 '케빈 힐리(Kevin Healy)'의 연구를 보면 작은 동물들은 큰 동물들의 움직임을 슬로우 모션을 보듯 인지한다고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작은 동물일수록 물질대사가 빠른데요. 대사 속도가 빠를수록 감각의 인지도 재빠르다고 합니다. 파리의 경우 시각 기관의 속도가 인간의 4배가 넘기 때문에 개구리의 움직임 정도는 완벽하게 볼 수 있습니다. 

피할 수 없는 혀
출처: Euro RSCG 회사의 Shieldtox Naturgard 제품 인쇄광고
백발백중

파리는 개구리의 행동을 다 봐놓고선 왜 피하지 못 할까요. 개구리의 혀가 너무 빠르기 때문입니다. 개구리는 혀를 뻗어 0.05~0.15초 안에 상대를 붙잡을 수 있습니다. 수면 근처에 가만히 있다가 먹잇감이 가까이 오면 혀를 뻗거나 입으로 덥석 물어버립니다. 그래서 사냥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끝납니다. 

2006년에 캘리포니아 공대 마이클 디킨스 연구팀은 파리를 향해 작은 디스크를 여러 각도에서 떨어뜨리며 위협을 줬습니다. 반응속도를 측정하기 위해서였는데요. 자극을 인지하고 날아가기까지 0.1~0.2초가 소요됐습니다. 이것은 곤충 중에서는 굉장히 빠른 반응속도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개구리의 혀보다는 느리죠.


종합해보면 파리는 개구리의 공격을 슬로우 모션으로 초당 200장씩 보고도 피할 수 없습니다. 파리의 반응속도보다 파리만 바라보고 공격하는 개구리가 더 빠릅니다. "손은 눈보다 빠르다"는 영화 <타짜>의 대사를 떠올려보면, 개구리의 경우 '혀는 눈보다 빠르다' 정도가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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