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환자, '바위' 많이 내더라

조회수 2020. 11. 19. 16: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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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출처: pixabay
조현병을 앓는 환자들은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바위'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현병(schizophrenia)은 인격의 사고나 감정, 지각, 행등 등 여러 측면에서 광범위한 이상을 나타내는 정신질환을 말하는데요. 조현병은 뇌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질환으로, 아직까지도 완치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조현병을 앓고 있는 사람과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면 대부분 '바위'를 낸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조현병환자는 '바위' 고집

포커 등 자신과 상대방 패의 비교우위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게임과 마찬가지로, 가위바위보 역시 이기는 방법은 간단한데요. 자신의 패는 숨기고, 상대방의 패는 예측을 하는 것이죠. 말은 참 쉬운데, 서로 패를 읽으려고 애쓰는 치열한 두뇌 싸움이 일어나는 까닭에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상대가 조현병 환자라면 승률이 높아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과의 정재승 교수는 대학원생들과 함께 정신과를 찾아 조현증 환자 100명과 가위바위보를 하고 패턴을 관찰했습니다. 대학원생들은 조현병 환자에게 자신의 패를 읽히지 않기 위해 최대한 '무작위'로 게임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환자들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할 정도로 현저하게 '바위'를 많이 냈다고 합니다. 또 조현병 환자들은 연속되는 여러 게임에서 이기든 지든 '바위'를 내는 자신의 패턴을 바꾸지 않았는데요. 환자가 내는 가위바위보 패턴의 엔트로피값을 분석한 결과 상당히 낮았습니다. 반면 대학원생들의 엔트로피값은 높았죠.

엔트로피는 어떤 사물이나 현상의 무질서한 정도를 측정하는 값인데, 엔트로피값이 높을수록 무질서하고 낮을수록 무질서 정도가 낮다고 합니다. 이런 결과는 조현병을 앓는 환자들의 전전두엽 기능이 저하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전전두엽 기능과 관련된 조현병

현재까지의 연구에 따르면 조현병의 발병 원인으로는 크게 생물학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결합한 복합적인 결과입니다. 생물학적 요인으로는 △유전 △뇌의 생화학적 이상 △뇌의 해부학적 이상 등이 있는데요. 

흔히 조현병은 환청을 듣고 자기통제를 하지 못하는 질환으로 인식됩니다. 그런데 조현병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자인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의 랄프 호프먼 교수는 fMRI로 조현병 환자의 뇌 활동을 촬영해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환자가 환청을 듣는 순간 실제로 환자의 뇌에서 청각을 담당하는 뇌 부분이 활성화됐다고 합니다. 조현병 환자가 환청을 듣는 순간 만큼은, 자신에게 실제로 일어나는 일인 것이죠. 

출처: pixabay
아이들과 조현병 환자가 가위바위보 게임에 대응하는 패턴은 유사합니다.

조현병 환자들은 전전두엽 기능 또한 일반인에 비해 현저하게 저하돼 있습니다. 전전두엽은 인과 관계를 통한 계획수립, 동기부여, 감정조절 등과 관련 있는 뇌 부위입니다.


이런 이유로 조현병 환자는 '가위바위보' 게임에서 '바위'를 내고 지더라도 계속 자신의 패턴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죠. 이는 아직 전전두엽 기능이 발달하지 않은 아이들과 비슷하다고 해요. 아이들도 가위바위보를 할 때 자신이 좋아하는 것만 계속 내거나, 가위-바위-보 등 일정한 패턴을 정해놓고 낸다고 합니다.


##참고자료##

  • 정용, 정재승, 김대수, <1.4킬로그램의 우주, 뇌>, 서울:사이언스북스,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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