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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대멸종은 '지구 온난화' 때문"

조회수 2020. 11. 24. 14:2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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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출처: Justin Penn and Curtis Deutsch/University of Washington
페름기 말기 멸종한 해양 생물을 위도별로 보여주는 그림

지구 역사상 가장 컸던 대규모 멸종은 고생대의 마지막 지질시대인, 약 2억 2천 5백 만년 전 페름기에 발생했는데요. 당시 종의 96%가량이 사라졌다고 해요. 이때 사라진 대표적인 생물은 삼엽충과 고생대 산호, 방추충 등입니다.


페름기는 아직 공룡이 지구에 나타나기 전이었습니다. 다양한 식물과 동물들이 살았습니다. 고대의 해저 암석에서 발견되는 화석을 보면, 당시 해양 생태계는 다양했으며 상당히 번성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시베리아에서 일련의 대규모 화산 폭발이 발생하며 대부분은 멸종했습니다. 이로 인해 해양 산성화, 금속 중독 및 황화수소 중독, 산소 부족, 고온의 환경이 조성됐고 대규모 멸종으로 어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사실 지구 온난화가 주 원인?!

그런데 'Science' 저널에 게재된 워싱턴대학교와 스탠퍼드대학교의 공동 연구진 연구에 따르면 페름기에 발생했던 대규모 멸종이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양의 산소 부족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올라감에 따라 해양 생명체의 물질대사는 더욱 빨라졌고, 따뜻해진 바닷물은 충분한 양의 산소를 갖지 못하게 되면서 해양 생물이 질식해 죽어나간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연구진은 페름기의 해양 모델과 연구실에서 얻은 데이터 및 고해양학적 증거들을 기반으로, 해양 생명체의 물질대사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습니다. 워싱턴대학교 해양학 박사과정이자 이번 연구의 제1저자 Justin Penn은 "우리가 화석 기록을 가지고 직접적으로 대규모 멸종 원인에 관해 기계적으로 예측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는 앞으로 일어날 멸종의 원인에 대해서도 예측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전했습니다.


페름기 말 환경을 재현해봤다
출처: Jonathan Payne/Stanford University
페름기와 트라이아스기 경계. 아랫부분이 대규모 멸종 전에 만들어진 석회암. 위는 대규모 멸종 이후 생물들이 쌓이며 만들어진 석회암.

연구진은 대륙들이 모여 초대륙인 판게아가 형성했던 페름기 동안의 지형에 따른 기후 모델을 가동했습니다. 그 결과, 시베리아에서 화산 분화가 일어나 온실가스가 생성되기 전에 페름기 해양은 현재와 비슷한 해양 온도와 산소 수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후 연구진은 기후 모델을 조절하게 되는데요. 열대 해양 온도에 맞추기 위해 해양온도를 10℃ 더 높여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온실 가스 수치를 필요한 수준까지 끌어올려 당시의 조건과 일치하도록 조정했습니다.


해양 산소 수치 80% 감소

그 결과, 이 모델에서 해양은 극적인 변화를 재현해냈습니다. 해양의 산소 수치는 약 80% 떨어졌고, 해양 심층수의 절반 정도는 심해저에서 완전히 무산소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이 모델은 말그대로 바다의 극적인 변화를 재현했습니다.


이러한 환경변화가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연구팀은 연구실에서 측정 된 61종의 현대 해양 생물(갑각류, 어류, 조개류, 산호 및 상어 포함)의 다양한 산소 민감도와 온도 민감도를 함께 고려했습니다. 고온과 저산소의 환경에 대하여 내성을 지닌 현대의 생물들은 페름기와 비슷한 환경 조건에서 진화했기 때문에 페름기 생물과 유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연구진은 종의 특성을 고기후학 시뮬레이션에 결합시켜 지역에 따른 멸종을 예측해 봤습니다.

출처: pixabay
페름기 대규모 멸종으로 사라진 삼엽충.

이 모델은 열대 지방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산소에 가장 민감했던 유기체가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열대 지방에 사는 많은 종도 멸종되긴 했지만, 예측에 따르면 고위도에 살고 있던 종 중에서도 산소 요구량이 높았던 종은 거의 완전히 멸종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워싱턴대학교 해양학과 부교수이자 이번 연구의 제2 저자인 Curtis Deutsch는 "그들이 살고 있던 동일한 서식지에 있던 해양 생물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며 "해양 생물들은 그곳을 피하거나 죽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화석 기록과도 일치
출처: Wikimedia Commons
다 죽어버렸나봐.

하지만 연구진은 모델링의 예측을 테스트해야 했습니다. 이에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인 스탠퍼드대학교의 Jonathan Payne과 Erik Sperling은 고해양학 데이터베이스에서 후기 페름기의 화석 분포를 분석했습니다. 화석 기록은 생물 종이 멸종되기 전의 위치를 보여주는데요. 종이 완전히 멸종되거나, 제한된 서식지에 남아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 결과, 화석 기록은 적도로부터 멀리 떨어져 살던 종들이 이 사건 동안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Penn에 따르면 모델링과 화석 예측이 일치한다는 것은 지구온난화와 산소 손실이 대규모 멸종 메커니즘의 주된 원인임을 보인다는 것인데요.


종(species)마다 달라지는 산소 요구량

이 연구에 따르면, 변화하는 해양의 환경 조건은 다양한 해양생물들이 온도에 따라 필요로 하는 물질대사 정도가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주는데요. 일반적으로 해양 동물은 해양이 따뜻해짐에 따라 물질대사 속도가 빨라지며 더 많은 산소를 필요로 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 결과, 산소에 가장 민감한 종들은 산소량이 풍부한 극 근처의 차가운 해양에 살게 됩니다.

출처: pixabay
산소가 필요해..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 보여줬듯, 지구온난화로 해양의 온도가 올라가며 극지방에서도 산소량이 적어지자 산소에 민감한 극 지방의 해양 생물이 가장 큰 타격을 맞이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반면, 열대 해양에서 살던 종들은 이미 따뜻한 물에 적응한 채 물질대사가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에, 열대 지방에서 멀어진다고 하더라도, 비슷한 조건의 얕은 바다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즉,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인해 해양의 산소가 불충분하게 되면서 해양 생태계의 다양성을 절반 넘게 파괴한 것인데요. 저자는 해양의 산성화, 광합성을 하는 생물체의 생산성 변화 같은 것들이 함께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도 대규모 멸종 경험할지도?
출처: pixabay
온실가스 그만!!!

한편, 페름기 말에 대기 중 온실가스를 증가시켜 지구의 온도를 높였던 상황은 오늘날과도 유사하다고 하는데요. Penn은 "지금과 같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된다면, 2100년까지 해양 상층부의 온난화는 페름기 말에 발생했던 온난화의 20%에 육박한 수치이며, 2300년까지 계속된다면 이 수치는 35~50%까지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참고자료##

  • J.L. Penn el al., "Temperature-dependent hypoxia explains biogeography and severity of end-Permian marine mass extinction," Science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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