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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소은하" 흔한, 그러면서도 중요한

조회수 2017. 8. 29. 10: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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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우주를 들여다볼수록 인간 사회와 비슷한 구석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질량이 큰 천체가 주위에 힘을 행사하는 양태가 그렇습니다. 크고 화려한 천체가 주목 받는다는 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단위가 행성급이든 은하급이든 은하단만 하든 크고 밝고 화려한 누군가가 그렇지 못한 장삼이사들보다 주목 받고 힘도 영향력도 강력합니다. 전체의 ‘20’이 나머지 ‘80’을 압도하는 ‘파레토 법칙’ 세상처럼 말이죠.

<이웃집과학자>는 과학 대중화를 꿈꿉니다. 크고 특별하고 화려한 콘텐츠보다 작고 평범하지만 그 속에서 비범함을 느낄 수 있는 콘텐츠를 추구합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이웃집과학자 콘텐츠는 '왜소은하'입니다. 거대은하들보다 작고 학계에서 주목도 받지 못해 소외돼 왔던 은하들입니다. 근래에 왜소은하를 새롭게 조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출처: giphy.com
출처: credit to ESA/Hubble & NASA
허블우주망원경으로 관측한 왜소은하
왜소은하란?

왜소은하. 영어로는 ‘dwarf galaxy’입니다. 하버드천체물리학연구소(Center for Astrophysics)는 왜소은하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크기가 작아 어둡게 보이는 은하” 

왜소은하의 질량은 우리은하보다 100배 정도 작습니다. 다른 은하들과 마찬가지로 우주 전역에 홀로 분포하기도 하지만 거대한 은하 주위를 돌고 있는 경우가 다수라고 합니다. 이처럼 모(母) 은하를 공전하는 작은 은하를 학계에선 “dwarf satellite”이라고 명명합니다.  

생김새는 평범합니다. 우리은하나 다른 나선은하들처럼 납작하고 나선팔을 가지는 것 같은 형태학적 특징이 왜소은하에서는 보이지 않습니다. 

어떤 것들이 있나?

왜소은하는 우주에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다고 추정됩니다. 뚜렷한 특징이 없고 등급별로 나누기도 애매할 정도로 연구조차 덜 돼 있습니다. 그나마 대표적인 왜소은하가 마젤란 은하인데 ‘대마젤란’과 ‘소마젤란’입니다. 

대(大)마젤란 은하는 우리은하를 돌고 있는 왜소은하 중 가장 큰 녀석입니다. 남반구에서만 관측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볼 수 없습니다. 소(小)마젤란 은하도 있는데 질량 크기가 대(大)마젤란보다 작습니다. 천문학자들은 두 마젤란 은하의 질량을 다 합쳐도 우리은하보다 50분의 1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분석합니다. 

출처: University of California High-Performance AstroComputing Center (UC-HIPACC)
왜소은하와 우리 은하의 관계???

궁수자리 왜소은하도 우리은하 주변의 왜소은하입니다. 이 왜소은하와 우리은하 사이의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2011년 <네이처>에 발표됐습니다. 우리은하에서 보이는 나선팔 구조가 두 은하 사이의 중력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안드로메다 은하도 M31이라는 왜소은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거대은하를 돌지 않는 왜소은하들이 수 없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왜 이들이 중요한가?

이들이 연구자들의 입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이유가 몇 가지 있습니다. 우주 상에 숫자가 많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우리은하처럼 거대한 은하들은 주변에 수 많은 왜소은하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주변 동구권 국가들과 소비에트 연합을 구성했던 것과 비슷합니다. 전체 은하 중에 대략 몇 %가 왜소은하인지는 조만간 <이웃집과학자>가 추정값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출처: giphy.com

앞서 언급한 마젤란 은하처럼 우리은하와 가까운 왜소은하들이 존재한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가까운 만큼 화학 구성요소들이나 구조들 자체를 분석하고 그 움직임을 파악하기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작은 왜소은하들은 우리은하처럼 거대한 은하를 만드는 기초 골조로 여겨집니다. 현대 우주론에서는 우주 초기에 밀도가 요동치는 가운데 작은 물질들이 우선 형성되고 서로 병합해 거대한 구조로 태어난다고 예측합니다. 이러한 자료들은 우리은하와 전반적인 우주역사에서 구조물(천체)들이 어떻게 태어났는지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출처: giphy.com

나아가 우리은하의 미래를 예측할 때도 가치가 있습니다. 왜소은하의 수와 분포가 향후 은하의 진화 과정을 가늠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버클리대학교 연구진은 2006년 발표된 천체물리학저널 (Astrophysical Jounal)에서 왜소은하는 작은 질량에도 거대은하의 원반구조를 휘어지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왜소은하가 우리은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면 향후 우리은하의 앞날이 어떻게 변모할 지 가늠할 수 있는 겁니다. 

우주를 관측하고 분석하는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습니다. 전천후 천체관측 프로젝트였던 SDSS (Sloan Digital Sky Surey) 덕분에 많은 천체들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상당수 작은 천체들을 포착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너무도 희미해서 은하가 있는 지조차 몰랐던 영역에서 왜소은하들이 발견된 겁니다. 2020~2025경 GMT, TMT 같은 초대형 망원경이 완공되면 보다 세밀하게 왜소은하들을 관측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기술은 그 동안 학계에서 주목 받지 못했던 왜소은하들을 감지하도록 도움이 됐을 뿐더러, 왜소은하 연구를 통해 우리은하를 보다 깊게 분석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줍니다. 

현대 우주론의 풀리지 않는 숙제

그런데 왜소은하를 연구 할수록 풀리지 않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이론과 관측 사이에서 오는 괴리입니다. 여기서 이론이란 현대물리학에 기초를 둔 정밀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결과라고 보시면 됩니다. 관측은 인류가 가진 여러 가지의 망원경으로 실제 관측에 성공한 자료들입니다. 난제 중 하나가 다음과 같습니다. 정확한 용어를 사용하기 위해 영문으로 표기하겠습니다. 

-Missing Satellite Problem

관측된 왜소은하의 수는 이론, 그러니까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의 예측보다 많이 적습니다. 아래 두 그림을 보면 그 차이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두 그림 중 위는 관측된 은하의 모습으로 PAndAS 프로젝트의 일부 결과입니다. 큰 은하를 중심으로 몇몇의 작고 어두운 왜소 은하들이 함께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두 그림을 서로의 비교해보죠.


다체모의 시뮬레이션
다체모의시뮬레이션으로 재현된 우주에서 우리은하 혹은 안드로메다와 비슷한 은하 주변의 모습

다체모의시뮬레이션으로 재현된 우주에서 우리은하 혹은 안드로메다와 비슷한 은하를 찾아 그 주변을 담은 모습입니다. 가운데 거대한 은하를 중심으로 수많은 작은 은하들이 사방팔방 자리잡은 형태가 보입니다. 현대우주론에 바탕을 두고 재현한 우주이기 때문에 관측과 시뮬레이션 결과가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는다면 과학자는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며 이러한 이론과 결과를 함께 의심해야 합니다. 

시사점

‘롱테일 법칙’에서는 전체 20대 80 중에 80을 중시합니다. 비록 크고 강력하며 돋보이는 20보다는 왜소하고 힘도 약하지만 다수를 이루는 80이 결국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왜소은하도 그 80에 해당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존재조차도 몰랐고, 있다 하더라도 왜소해 비중 있게 다루지 않았던 왜소은하. 왜소은하는 우리은하의 역사를 파악하고 미래까지 예측하는 핵심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시대 다수를 이루는 장삼이사들이 결국 도도한 역사적 줄기를 이루는 것처럼 왜소은하들을 자세히 들여다 볼 때 우리가 사는 우주의 진면목을 알 수 있을 겁니다.


출처: giphy.com

이웃집과학자(ceo@scientist.town)



이웃집편집장(editor_in_cheif@scientist.tow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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