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과학자

오른손잡이는 좌뇌가 발달해서 계산을 잘하고 왼손잡이는 우뇌가 발달해 예술 감각이 뛰어나다는 이야기 들어보셨을 겁니다. 오른손잡이가 대체로 많은 편이지만 왼손잡이도 심심치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오른손이면 오른손, 왼손이면 왼손이지 왜 사람들이 사용하는 주된 손은 다른 걸까요?

지난 2월 1일 eLife에 게재된 새로운 연구결과가 흥미롭습니다. '손잡이 결정'에 있어 인간이 성장하며 무엇을 배우는지나 우리 몸의 신경 발달 과정 등은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주된 손이 결정되는 이유는 일련의 생물학적 작용이 우리가 태어날 때부터 몸에 스며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생물학적 작용은 우리 뇌가 아닌 ‘척수’에서 작동한 유전자 작용입니다.

이번 연구는 독일, 네덜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다국적 연구진으로 구성된 보훔루르대학교 생물물리학자들이 진행했습니다. 그들은 자궁 안에서 8주 내지 12주 정도 자란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했습니다. 연구진은 아이들의 척수에서 발생하는 유전자 작용을 세밀히 관찰했습니다.

연구 결과 한 번도 관측된 적 없던 불균형한 유전자 활성을 발견했습니다. 이 유전자 활성은 ‘운동 피질’이 생기기 훨씬 전에 생긴 겁니다. 운동 피질이란 대뇌 반구에서 중심구 앞쪽에 있는 신피질 영역으로 사람의 근육을 통한 움직임을 제어하는 영역입니다.

운동 피질에서 신호를 보내면 척수가 그 신호를 받아 우리 손, 팔, 다리, 발 같은 몸 구석구석을 움직이게 합니다. 이 신호를 받아 몸이 움직일 때 그 신호를 받는 척수의 비대칭에 따라 주로 사용하는 손이 사람마다 달라지는 것입니다. 산모 태중에서 이미 왼손잡이·오른손잡이 여부가 결정된다는 분석입니다.

연구진은 왜 이런 비대칭이 생기는지도 찾아냈습니다. 비대칭의 원인은 바로 후성학적(Epigenome) 환경요소들이었습니다.

후성학은 분자생물학 분야에서 역사가 오래 되지 않은 학문입니다. 유전자 발현은 유전자마다 다르고 외부의 환경적 요인에 의해서도 달라집니다. 때문에 환경적 요인이 유전자 배열은 바꾸지 않으면서 유전자의 '작용방식'을 변화시키도 하는데요. 이런 분야를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연구진은 척수에서 후성학적 요소들을 발견했습니다. 후성학적 요소들은 메틸 그룹이라는 화학적 특성을 지닌 유기 화합물의 결합 양식이 DNA에 붙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일부 유전자의 발현이 억제되었고 척수에서 비대칭이 발생한 것입니다. 이러한 비대칭은 손잡이 결정에 영향을 줘서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가 나뉘게 됩니다.

비록 연구진은 영향을 미친 후성학적 요인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내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궁금해하던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의 차이가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일부분 제공해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