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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적 오차가 낳은 충격적 순간

조회수 2020. 9. 6. 04: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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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x 다산북스

엔지니어, 프로그래머, 혹은 중요한 수학적 연산을 동원해 일을 처리해야 하는 사람들이 실수하면 큰 참사로 이어지곤 합니다. 숫자 입력 오류도 마찬가지죠.

수학적 실수 혹은 오류가 빚은 대참사들.

책 <험블파이>는 수학적 실수나 오류가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줍니다. 수학 차원의 오류로 발생한 아찔한 순간들, 지금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아폴로 1호 폭발 사고

우주선의 선실 출입문을 열려면 당겨야 할까요 밀어야 할까요? 일반적으로 문은 긴급 상황을 대비해 열리는 방향이 결정되는데요. 책 <험블파이>의 저자이자 호주 출신의 영국 수학 교사 매트 파커는 "문이 어떻게 열리고 닫히느냐의 기하학에 따라 생명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고 있다"고 말합니다. 기하학은 공간에 있는 도형의 성질을 연구하는 수학의 한 분야인데요. 기하학은 천문학, 예술, 건축 등의 분야에서 이용됩니다. 특히, 천문학에서는 많은 기하학적 원리와 장비가 사용됩니다.

출처: AdobeStock
당겨? 밀어?

1960년대 NASA 전문가들은 우주선 선실 출입문이 안쪽으로 열려야 할지 바깥쪽으로 열려야 할지 결정해야 했습니다. 문이 바깥쪽으로 열리면 승무원이 조작하기 편하고 응급 상황에 문을 날려버리기도 쉬우니까요. 그래서 처음에는 선실 출입문을 바깥쪽으로 열리도록 설계했습니다.


출처: NASA
故 거스 그리섬.

그런데 아폴로 미션 전, NASA의 두 번째 유인 우주 비행선 머큐리-레드스톤 4호( Mercury-Redstone 4)가 대서양 해상에 착수했을 때, 출입문이 갑자기 열려버립니다. 바닷물이 들어오기 시작하자 우주 비행사 거스 그리섬(Gus Grissom)은 급히 탈출해야 했습니다. 첫 번째 아폴로 우주선 출입문이 안쪽으로 열리도록 제작된 이유입니다.

아폴로 미션을 앞두고 발사 실험을 진행하던 중 사고가 발생합니다. 선실 내에 불이 난 건데요. 산소가 풍부했고 불이 잘 붙는 나일론과 벨크로 때문에 불길은 빠르게 번졌습니다. 화재의 열기가 선실 내 압력을 높여 문을 열 수가 없었습니다.


애초부터 선실은 대기압보다 약간 높게 유지됐고, 이러한 압력 차는 출입문이 닫힌 상태를 유지하도록 작용했습니다. 압력이 클수록 물체에 작용하는 힘이 세기 때문이죠. 여기에 불까지 났으니 그 안에서는 어떤 방법으로든 문을 열 수가 없었던 겁니다.

출처: NASA
왼쪽부터 故 거스 그리섬, 故 에드워드 화이트, 故 로저 차피

선실 내에 있던 거스 그리섬, 에드워드 화이트(Edward White Ⅱ), 로저 차피(Roger Chaffee)는 안에 발이 묶여 유독성 가스에 질식해 사망했습니다. 구조 대원이 선실 문을 열기까지는 5분이 걸렸습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아폴로 1호 화재 사고 이후 외관.

이 사고 이후 NASA의 이사회에서는 미래의 우주선 설계자들이 고려해야 할 일련의 상황과 실패, 그리고 권고 사항들을 열거했습니다. 또한 승무원 안전을 위해 아폴로 우주선 설계에 몇 가지 변화가 생겼는데요. 산소 환경을 질소-산소 환경으로 바꿨습니다. 무엇보다 우주비행사들이 선실을 서둘러 빠져나올 필요가 있을 때 몇 초 만에 문이 열리도록 재설계 했습니다. 

2. 허블 망원경의 최초 사진이 흐릿한 이유
출처: NASA
허블 망원경 반사경 수리 전 은하 M100 촬영한 사진 모습(좌)과 망원경 수리 후 은하 M100 촬영한 사진(우)

위 사진은 1990년 약 1조 8천억원의 비용을 들여 궤도에 올린 허블 우주 망원경이 처음으로 보내온 사진입니다. 그런데 예상보다 이미지가 선명하지 않았습니다. 초점이 맞지 않는 것 같죠?


우주망원경에는 폭 2.4m의 반사경이 있었습니다. 반사경은 입사한 빛의 최소 70%를 모아 사진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 목적으로 제작됐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10~15% 정도의 빛만 모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진이 흐릿한 것으로 분석됐죠. 

출처: NASA
허블 주 반사경을 제작하는 모습

이후 조사에 착수한 NASA는 우주 망원경의 반사경의 모양이 문제라는 점을 발견합니다. 폭이 2.4m인 반사경의 테두리 높이가 원래 높이보다 2.2㎛ 낮았는데요. 이는 인간 머리카락 1/50 정도의 수학적 오차입니다. 이 미세한 차이 때문에 빛의 일부가 흩어졌습니다. 결과적으로 허블은 흐릿한 이미지를 지구로 전송해왔죠. 제조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NASA는 반사경을 아예 바꾸는 건 실용적이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오류를 교정해줄 수 있는 기기를 제작합니다. 근시가 있는 사람의 안경을 교정해주는 원리와 비슷합니다. 1993년 우주비행사들은 새로 제작된 기기를 허블 망원경에 설치했습니다. 참고로 1990년과 1993년 사이의 일부 허블 이미지는 반사경의 왜곡된 경향을 다소 완화시키는 컴퓨터 이미지 재구성 기법으로 처리됐습니다. 

3. 0.66㎜가 빚은 충격적 순간
출처: 책 '험블파이'
다른 종류의 두 볼트. 절대 섞이면 안 된다.

위 사진 속 왼쪽은 A211-7D 볼트입니다. 오른쪽에는 A211-8C 볼트가 놓여 있습니다. 7D는 8C보다 약 0.66㎜ 더 넓은데요. 손가락으로 잡고 돌려보면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자세히 보면 7D의 나삿니가 8C보다 조금 더 촘촘하다고 하는데요. 8C가 약 2.5mm 더 깁니다. 이는 수치 상으로 굉장히 경미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 경미함 때문에 대형 사고가 터질 뻔 했습니다.

1990년 6월, 영국의 브리티시 에어웨이(British Airways)의 항공편 BA5390였던 BAC 1-11 제트 여객기로 가볼까요. 이 항공편에 스페인 말라가로 향하는 승객 81명과 승무원 6명이 탑승했습니다. 이륙 13분이 지난 뒤 여객기는 5,300m 상공을 비행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조종석 앞 유리가 '쾅' 소리를 내며 뜯겨 나갑니다. 선실은 2초 만에 기압이 뚝 떨어졌습니다.

승무원 나이절 옥덴(Nigel Odgen)이 조종실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조종사의 몸 70%가 창문 밖으로 빠져나갔고, 종아리만 간신히 창틀에 걸친 상태였습니다. 자동 조종이 해제됐고, 부조종사는 비행기를 다시 제어하려 애썼습니다.

출처: 유튜브/Aviation Accident Clips
당시의 긴박한 상황! 결국 살아남으셨음.

옥덴은 조종사의 다리를 붙잡아 그가 창문 밖으로 날아가지 않도록 애썼습니다. 다른 승무원들도 번갈아 가며 그의 다리를 붙잡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부조종사 앨리스테어 애칫슨(Alistair Atcheson)은 비행기를 통제해냈고 착륙까지 성공했습니다. 모두가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기장 란캐스터는 22분 간 창문에 매달려 있었지만 완벽히 회복해 다시 조종석으로 돌아갔다고 합니다.


이 사고는 유지 보수 관리자가 앞서 언급한 두 볼트를 혼동하면서 발생했습니다. 

출처: AdobeStock
갑자기 비행기 조종석 창문이 뜯겨나가다니..!

1990년 6월 8일, 버밍엄 공항(Birmingham Airport)의 브리티시 에어웨이에서 야간 근무하던 유지보수 관리자는 BAC 1-11 제트 여객기의 조종석 앞 유리에서 볼트 90개를 뺐습니다. 볼트를 교체해야 했고 A211-7D가 필요했는데요. 부품이 들어있는 서랍에는 라벨이 제대로 붙어있지 않았습니다. 볼트를 하나하나 비교한 끝에 간신히 비슷한 볼트를 찾아냅니다. 그러나 사실 그가 꺼낸 볼트는 A211-7D가 아니라 A211-8C였던 겁니다. 결국 이 둘의 세밀한 오차 때문에 비행 중 항공기 앞유리가 뜯겨져버린 겁니다. 

조사 결과 더 어처구니 없는 사실들이 드러났는데요. 본래 BAC 1-11 제트 여객기의 조종석 앞 유리는 A211-7D가 아닌, A211-8D 볼트를 사용해야만 했습니다. 처음부터 이미 잘못 끼워져 있던 셈이죠. 그렇게 볼트를 잘못 끼우고 몇 년 간 비행했다는 사실에 더욱 소름이 돋는데요. 조사단은 실수를 저지른 유지보수 관리자가 빼낸 80개의 볼트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78개가 7D였고 단 2개만 8D였습니다.

수학적 실수 혹은 오류가 빚은 대참사들.

책 <험블파이>는 인류 최초의 계산 실수부터 수식 하나 때문에 벌어진 금융권의 수천억, 수조 원 단위의 사고, 그리고 NASA의 화성 탐사선 발사 프로젝트 실패까지, 우리들이 저질러 온 세기의 수학 실수를 한 데 모아놓은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이자 호주 출신의 영국 수학 교사 매트 파커(Matt Parker)는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모든 종류의 수학 실수가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 실수로부터 우리가 무엇을 배웠는지 말하죠.


매트 파커는 "우리 모두 끊임없이 실수를 하지만, 이를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고 말합니다. 선천적으로 수학이 서툴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꾸준히 노력하면 실력이 나아질 수 있다고 하네요.

##참고자료##

  • 매트 파커, 험블파이, 다산사이언스(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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