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계통 초파리 교배하면 왜 암컷만?!

조회수 2020. 8. 23. 14:42 수정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By 이웃집과학자

1950년대 유전학자들은 미스터리에 직면했습니다. 서로 다른 두 계통의 초파리를 교차했을 때 암컷 초파리만 태어났던 겁니다. 여기서 '교차'란 교배와 비슷한 뜻입니다. 기존 이론대로라면 초파리 성비가 암수 50:50으로 나와야 하는데요. 100:0으로 암컷만 태어나다보니 처음에는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진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비밀은 2018년 5월 <네이처>에 실린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출처: iStock
초파리입니다.

'스피로플라스마 폴소니(Spiroplasma poulsonii)'라는 세균 때문이었습니다. 스피로플라스마는 초파리의 혈액에 사는 공생 세균입니다. 그리고 암컷의 난자를 통해 새끼에게 전달되죠. 

스위스 로잔공대 브루노 레마이터 교수팀에 따르면 스피로플라스마가 만들어내는 단백질 'spaid'가 수컷 배아의 X염색체에 결합해 정상적인 유전자 발현을 방해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수컷 초파리가 태어날 수 없었던 건데요.


실제로 spaid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있는 스피로플라스마의 경우, 수컷 초파리를 죽이는 능력이 감소했다고 해요. 즉, spaid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발현이 제대로 되지 않고, 발현된 spaid가 없으니 수컷 초파리 염색체에 결합할 spaid가 없어져 결국 수컷 죽이는 능력이 줄어든다는 의미입니다.

출처: Toshiyuki Harumoto/EPFL
혈액 속의 스피로플라스마

토시유키 하루모토 박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한, spaid는 성 특이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확인된 최초의 세균 단백질"이라며 "이번 연구 결과가 공생과 성 결정, 그리고 진화 연구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