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고기? "생각보다 똑똑"

조회수 2020. 8. 23. 14: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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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집과학자
"까마귀 고기를 먹었니?"

가끔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모르거나 해야 하는 일이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옆에서 "까마귀 고기 먹었니?"라는 핀잔을 듣곤 하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죠. '까먹는다'라는 말과 비슷해서라는 분석이 있고요. '까맣게 잊었다'라고 해서다, 혹은 '까마귀는 정말 머리가 나쁘다' 등등 다양한 말이 회자됩니다.

하지만 이 소리를 까마귀가 알아듣는다면 기분이 나쁠 것 같은데요. 왜냐면 까마귀는 인간의 생각보다 똑똑하거든요. 까마귀는 도구를 이용해 원하는 걸 얻어내고 기억도 잘 하죠.


출처: fotolia
"훗. 나는 똑똑이거든!?"

<Nature>지에는 까마귀의 도구 사용과 관련한 내용이 여러 편 게재돼 있어요. 먼저 뉴칼레도니아에 사는 까마귀(New Caledonican crow)는 도구를 사용할 줄 안다고 해요. 까마귀들을 관찰한 결과 나무 구멍 안에 있는 먹이를 먹을 때 '도구'를 이용하는 사실을 알아냈죠.


뉴칼레도니아 까마귀의 친척뻘인 하와이 까마귀도 도구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영국 세인트앤드류스대학, 미국 샌디에이고동물원 보존연구소 등 국제 공동연구진이 하와이 까마귀를 관찰한 결과 까마귀 중 93%가 도구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참고로 하와이 까마귀는 야생에서 보기 어렵다고 해요. 1970년대 하와이 까마귀 개체 수가 급격히 줄었는데 멸종을 막기 위해 이때부터 보호 시설에서 길렀대요. 까마귀들은 이곳에서 종종 도구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출처: LISA BISSI
"이게 좋겠군"

연구진은 까마귀가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자세히 알고 싶었어요. 그래서 나무 토막 안에 먹이를 넣어두고 행동을 살폈죠. 먹이를 찾아낸 까마귀는 나무에 난 구멍이나 틈에 넣을 적당한 '도구'를 찾아나섰습니다. 주로 나뭇가지를 이용해 먹이를 찍어 꺼냈습니다.


연구를 진행한 루츠(Rutz) 박사는 "까마귀들은 기다란 막대를 이용해 먹이를 꺼냈는데 도구를 사용할 때 매우 민첩했다"고 말했어요. 길면 짧게 자르고 그래도 맘에 들지 않으면 버린 후 새로운 걸 찾아 나섰다고 합니다. 도구를 사용할 줄 알고 나아가 자신이 원하는 모양으로 변형까지 하는 까마귀, 정말 똑똑한데요.

이뿐만 아닙니다. 까마귀는 자신을 속인 사람을 잘 기억합니다.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대학교 인지생물학 교수 JJA Müllera와 스웨덴의 Haidlhof 연구소의 T. Bugnyara 박사 등으로 이루어진 연구진이 까마귀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까마귀가 자신을 속인 사람을 기억했다고 해요. 이 연구는 저널에 실렸습니다.

연구진은 9마리의 까마귀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까마귀들은 치즈를 좋아했는데 까마귀가 빵을 가져오면 치즈로 교환해줬습니다. 그리고 계속 훈련시켰죠. 그 후 실험을 진행합니다. 치즈로 교환하기 위해 빵을 사람에게 갖고 오면 '공정한 사람'은 치즈를 주고 '공정하지 않은 사람'은 치즈를 주지않고 먹어버렸습니다. 이때 여러 명의 실험자가 참여했죠.

약 두 달 후 새로운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두 마리의 까마귀에게 빵을 준 후 세 명의 실험자와 같은 공간에 놓았습니다. 세 명의 실험자는 각각 이전에 함께 실험한 '공정한 사람', '불공정한 사람', 그리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으로 구성돼 있었죠.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두 마리 모두 빵과 치즈를 거래할 상대로 '공정했던 실험자'를 선택했죠. 까마귀가 자신에게 부정을 저지른 사람을 기억한다는 겁니다.

출처: instiz
"나는 이것도 할 수 있어"

이제 똑똑한 사람에게 이렇게 묻는 게 어떨까요. "까마귀 고기 먹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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